중국 황제 중 가장 뛰어나다는 당태종에게는 위징(魏徵)이라는 양신(良臣)이 있었다. 그는 늘 직언을 서슴지 않았다. 당태종이 황후에게 “신하들 앞에서 날 모욕하는 저놈을 죽여 버릴까?”라는 말도 했을 정도다. 그러나 정관지치(貞觀之治)는 위징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정관은 태종의 연호다.
그런 위징이 당태종에게 끝을 잘 맺지 못할 조짐 열 가지가 있다고 지적한...
동물을 사랑하는 것은 좋다. 진금기수(珍禽奇獸), 진귀한 새와 짐승은 누구나 좋아한다. 그러나 동물 사랑이 지나쳐 사람보다 동물을 더 귀하게 알고 기화요초에 정신이 팔리면 안 된다. 위정자들이 특히 경계해야 할 일이다.
서경의 주서(周書) 여오(旅獒) 편에 “사람을 하찮게 여기면 덕을 잃고 좋아하는 사물에 정신이 팔리면 원대한 뜻을 잃는다”[玩人喪德...
10월엔 이런 저런 날이 정말 많다. 4일은 ‘세계 동물의 날’(World Animal Day)이다. 1931년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열린 생태학자대회에서 인간과 동물의 유대감을 강화하고 멸종 위기의 동물을 보호하자는 취지로 제정됐다. 10월 2일은 ‘세계 농장동물의 날’. 인간을 위해 희생되는 농장동물들의 고통을 생각하는 날이다. 또 4월 24일은 동물실험 반대운동이 펼쳐지는...
10월 3일 개천절(開天節). 하늘이 열린 날이다. ‘門+幵’으로 된 글자에서 ‘門(문 문)’은 사람의 정수리에 있는 ‘문’, ‘幵(평평할 견)’은 ‘해가 땅에 고르게 비친다’, ‘평평하다’는 뜻이다. 그러니 개천은 정수리의 문이 열리고 ‘하늘이 내려와 세상이 밝아졌다’, ‘문명화했다’는 뜻이다.
우리 선조들은 새 세상을 열면서 홍익인간(弘益人間)이라는 좋은...
오늘은 노인의 날이다. 유엔이 정한 세계 노인의 날은 10월 1일이지만 우리는 국군의 날을 피해 하루를 늦췄다.
나이 든 분들을 존경하고 그분들의 식견과 경륜을 존중해야 한다. 이른바 존년상치(尊年尙齒)다. 중국 당나라 초기의 명신 영호덕분(令狐德棻·583~666) 등이 지은 주서(周書) 무제상(武帝上)편이 출처다.[尊年尙齒 列代弘規 序舊酬勞 哲王明范] 존노상치...
건군 제67주년 국군의 날을 맞아 10월 1~5일 ‘2015 계룡 군문화축제’가 계룡대에서 열린다. 국군의 날로 정해진 10월 1일은 6·25 때인 1950년 국군이 38선을 돌파한 날이다. 국군의 날에는 한동안 쉬기도 했으나 1990년 법정공휴일에서 제외됐다. 쉬든 쉬지 않든 군 장병들의 수고를 잊지 말아야 한다.
나라를 지키는 군인을 호국간성(護國干城), 국지간성(國之干城)이라고...
전국시대(戰國時代) 위(魏)의 유세가 장의(張儀)는 진(秦)의 재상이 되어 소진(蘇秦)의 합종책(合縱策)을 연횡책(連衡策)으로 깨고 열국이 진나라에 복종하게 했다. 그가 초나라 재상 소양(昭陽)의 문객일 때 화씨벽(和氏璧) 도둑으로 몰려 죽도록 곤장을 맞은 일이 있다.
아내가 “아아, 당신이 독서와 유세를 하지 않았다면 어찌 이런 치욕을 당했겠어요?”라고 했다....
[하루 한 생각] 9월 29일 訥言敏行(눌언민행)
말은 서투른 듯이, 행동은 민첩하게
26일에 금설폐구를 이야기하면서 입을 닫고 말을 하지 않는 것을 한자로 金舌蔽口로 쓴다고 했다. 비슷한 말이 참 많다. 금구폐설(金口閉舌) 함설폐구(緘舌閉口) 폐구포설(閉口捕舌) 폐구장설(閉口藏舌) 폐구결설(閉口結舌) 두구결설(杜口結舌) 두구절설(杜口絶舌) 두구목설(杜口木舌)...
이덕무(李德懋·1741~1793)는 책 읽는 것 말고는 할 줄 아는 게 없는 바보라고 21세 때 스스로 간서치전(看書痴傳)을 쓴 사람이다. 항상 소매 속에 책과 필묵을 넣고 다녔다. 약관에 박제가(朴齊家) 유득공(柳得恭) 이서구(李書九)와 함께 ‘건연집(巾衍集)’이라는 사가시집(四家詩集)을 냈고, 규장각 경시대회(競詩大會)에서 여러 번 장원을 했다.
호가 무관(懋官) 형암(炯庵)...
언론자유가 없으면 유언비어가 퍼진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3공화국 시절이나 전두환 전 대통령의 5공화국 시절에 ‘유언비어 단속, 엄단’ 소리를 많이 들을 수 있었다. 흘러 다니는 말, 벌레 같은 말이 유언비어(流言蜚語)다.
유언(流言)은 부랑불근지언(浮浪不根之言)이다. 시경 대아(大雅)편의 탕(蕩)에 처음 나온다. “문왕이 탄식하시되/아, 슬프도다 은나라여!...
금설폐구라는 말이 있다. 金舌蔽口라고 쓰면 금으로 만든 혀로 입을 가린다, 즉 입 다물고 말하지 않는다는 뜻이 된다. 蔽는 덮을 폐, 가릴 폐다. 대부분의 자료에 ‘순자(荀子)’에 나오는 말이라고 돼 있다. 그런데 金舌弊口라고 쓰면 180도로 뜻이 달라진다. 쇠로 된 혀가 해지도록 입을 놀려 말한다, 한없이 떠들어댄다는 뜻이다. 弊는 해질 폐, 나쁠 폐다.
원문은...
지난주 고연전이 열렸다. 올해는 연세대가 주최여서 공식 명칭이 고연전이다. 결과는 2승 1무 2패. 작년에 5 대 0으로 전승했던 고려대로서는 아쉬웠을 것이고, 설욕을 다짐했던 연세대로서는 땅을 칠 일이겠지만 올해 50주년을 맞은 정기전의 승부로서는 이렇게 팽팽한 호각(互角)이 더 좋지 않을까.
나는 그 며칠 전 연세대 앞에 갔다가 길거리에 내걸린 가로 펼침막을...
내일부터 추석연휴다. 일가친척이 모이는 즐거운 명절이지만 자칫하면 안 모이느니만 못할 수도 있다. 만나서 이야기하다 보면 말 때문에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 평소의 오해를 풀려다가 되레 문제를 키우거나 오히려 의를 상하는 경우도 쉽게 볼 수 있다.
고기는 씹어야 맛이요, 말은 해야 맛이라지만 젊은이들의 결혼이나 취직과 같은 민감한 문제는 아예 거론하지...
말은 일단 뱉으면 그만이다. 하도 빠르게 퍼져 사마난추(駟馬難追), 네 마리 말이 끄는 마차도 쫓아가기 어렵다. 발 없는 말[言]을 발 있는 말[馬]이 어찌 따르랴? 말은 칼보다 더 예리하고 위험하다. 삼촌지설 망우검(三寸之舌 芒于劍). 세 치 혀의 논봉(論鋒)이 칼보다 날카롭다고 한다. 망어검(芒於劍)이라고도 한다. 于와 於는 넘나드는 글자다.
중국 동한(東漢) 시대에...
남을 설득하는 방법을 더 생각해본다. ‘순자’ 비상(非相)편 11장에 이런 말이 있다. “말로 설복하는 기술은 공손하면서도 엄숙한 태도로 바르고 성의 있게 대하고, 굳건하고 강하게 주장을 펴고, 비유를 들어가며 깨우쳐 주고, 사리를 분별해 밝혀 주고, 기뻐하고 좋아하게 해 뜻을 이해시킴으로써 말을 보물처럼 진귀하게 여기며 귀중하고 신묘하게 여기도록 하는...
혀는 맛을 느끼고 소리를 내는 구실을 한다. “세 치 혀가 사람 잡는다”는 속담에 나와 있듯이 혀의 길이는 세 치다. 입안과 식도 사이에 있는 구인두(口咽頭)로부터 혀끝까지는 평균 10cm 정도다. 3.03cm가 한 치이니 세 치 조금 넘는 셈이다. 입 안에서 움직이는 혀는 전체 혀의 3분의 2 정도라고 한다.
치는 촌(寸), 그래서 혀의 길이는 삼촌이다. 뛰어난 말재주를...
여경들이 화제다. 아무도 잡지 못했던 절도범을 끈질긴 노력 끝에 검거하고, 자살하려는 사람을 끌어안아 살렸다. 남자 경찰관들과 다른 모습으로 인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경찰의 직무를 충실히 수행하는 여경들의 활약이 감명 깊고 흐뭇하다.
부산 중부경찰서 남포지구대 차민설 순경은 2주일 전 자갈치시장 안벽(岸壁)에서 “아들이 세상을 떠나 살기 싫다”는...
순우곤(淳于髡)처럼 남을 잘 설득하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특히 왕이나 권력자를 말로 잘 설득해 자신이 원하는 행동을 하도록 유도하려면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다. 왜 그런가? 제대로 설득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순자(荀子)’ 비상(非相)편 9장이 이런 문제를 논하고 있다. “임금을 설복하는 일이 어렵다는 것은 지극히 높은 이상으로 지극히...
남을 설득하려면 말을 잘 해야 한다. 말을 잘 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알아듣기 쉽게 비유를 들어 일러주는 게 효과적이다. 중국 전국시대의 재치 있는 달변가 순우곤(淳于髡) 이야기를 더 해보자.
다음은 사마천의 사기 골계열전(滑稽列傳)에 나오는 문장이다. “제나라 위왕의 시대에 왕이 수수께끼를 좋아했다. 왕은 음탕하게 놀면서 밤늦게까지 술...
어부지리(漁夫之利)는 너무도 유명한 말이다. 이 말도 전국책(戰國策) 연책(燕策)에서 나왔다. 조(趙)가 연(燕)을 치려 할 때 마침 소진(蘇秦)의 아우 소대(蘇代)가 와 있었다. 형만은 못하지만 그도 유명한 세객(說客)이었다. 소대는 연나라 왕의 부탁을 받고 조 혜문왕(惠文王)을 찾아가 이렇게 말했다. “이번에 제가 여기에 오는 도중 역수(易水)를 건너게 됐습니다. 마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