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한 생각] 9월 20일 一鳴驚人(일명경인) 한 번 울어 세상사람들을 놀라게 하다

입력 2015-09-20 07:35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주필 겸 미래설계연구원장

남을 설득하려면 말을 잘 해야 한다. 말을 잘 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알아듣기 쉽게 비유를 들어 일러주는 게 효과적이다. 중국 전국시대의 재치 있는 달변가 순우곤(淳于髡) 이야기를 더 해보자.

다음은 사마천의 사기 골계열전(滑稽列傳)에 나오는 문장이다. “제나라 위왕의 시대에 왕이 수수께끼를 좋아했다. 왕은 음탕하게 놀면서 밤늦게까지 술 마시기를 즐겼다.”[齊威王之時 喜隱 好爲淫樂長夜之飮] 그래서 순우곤이 수수께끼로 넌지시 왕에게 말했다. “나라에 큰 새가 있는데 궁전 뜰에 살고 있습니다. 3년간 날지도 않고 울지도 않았습니다. 왕께서는 이 새가 무슨 새인지 아십니까?”[國中有大鳥 止王之庭 三年不蜚又不鳴 王知此鳥何也]

왕이 대답했다. “이 새는 날지 않으면 그만이지만 한 번 날면 하늘 높이 올라가며 울지 않으면 그만이지만 한 번 울면 사람들을 놀라게 할 것이오.”[此鳥不飛則已 一飛沖天 不鳴則已 一鳴驚人] 그리고는 모든 현령 72명을 불러들여 그중 한 명에게 상을 내리고 한 명에게는 벌을 주었다. 이어 군대를 일으켜 출진했다.

왕이 국사는 돌보지 않고 주색에 빠져 나라가 망하는 게 시간문제였다. 그러나 아무도 간하지 못하고 있는 판에 순우곤은 용감하게 왕을 깨우치는 말을 했던 것이다. 사기는 그를 이렇게 소개하고 있다. “순우곤은 제나라 사람의 데릴사위였다. 키는 7척도 못 됐지만 익살스럽고 변설에 능해 여러 번 제후에게 사신으로 갔는데, 굽히거나 굴욕당한 적이 없었다.”

3년 동안 날지도 않고 울지도 않는다는 말은 자복(雌伏:능력을 발휘하지 않고 세월만 보낸다는 뜻), 퇴장(退藏:물러나 숨어 있다는 뜻)과 같은 의미이다. 여씨춘추(呂氏春秋) ‘심응람(審應覽)’에는 춘추오패(春秋五覇) 중 하나인 초장왕(楚莊王)에게 오거(伍擧)가 이런 말을 했다고 기록돼 있다. fusedtree@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2024 여의도 서울세계불꽃축제' 숨은 명당부터 사진 찍는 법 총정리 [그래픽 스토리]
  • "원영 공주님도 들었다고?"…올가을 트렌드, '스웨이드'의 재발견 [솔드아웃]
  • '50-50' 대기록 쓴 오타니 제친 저지, 베이스볼 다이제스트 'MLB 올해의 선수'
  • "오늘 이 옷은 어때요?"…AI가 내일 뭐 입을지 추천해준다
  • “이스라엘, 헤즈볼라 수장 후계자 겨낭 공습 지속…사망 가능성”
  • "아직은 청춘이죠"…67세 택배기사의 하루 [포토로그]
  • 뉴욕증시, ‘깜짝 고용’에 상승…미 10년물 국채 금리 4% 육박
  • 끊이지 않는 코인 도난 사고…주요 사례 3가지는?
  • 오늘의 상승종목

  • 10.04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83,637,000
    • -0.65%
    • 이더리움
    • 3,240,000
    • -1.07%
    • 비트코인 캐시
    • 432,700
    • -1.48%
    • 리플
    • 718
    • -0.83%
    • 솔라나
    • 192,300
    • -0.98%
    • 에이다
    • 472
    • -1.05%
    • 이오스
    • 635
    • -1.24%
    • 트론
    • 209
    • -1.42%
    • 스텔라루멘
    • 124
    • +0%
    • 비트코인에스브이
    • 61,750
    • -0.24%
    • 체인링크
    • 15,130
    • +0.67%
    • 샌드박스
    • 338
    • -0.88%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