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 별미 과메기가 특급택배로 왔다. 과메기의 본고장 경북 포항 구룡포 해안의 덕장 사진과 ‘맛있게 먹고 젊어지세’라는 따뜻한 마음이 담긴 편지와 함께였다. 이맘때면 첫 출하된 영양 덩어리를 보내 주시는 경북매일 선배의 정에 진한 감동을 받곤 한다. 차가운 바닷바람과 햇살을 받아 윤기 흐르는 과메기를 혼자 먹기 아까워 광화문의 한 식당에 풀었다. 배추에...
교열기자인 나 역시 말 속에 녹아 있는 역사성을 배제한 채 국어연구원의 권장사항만을 따라야 할지 의문이 든다. 삐라는 삐라라고 불러야 의미가 정확히 전해지며 글맛이 제대로 살아나기 때문이다. 언중의 공감을 잃은 말은 의미가 없다. 우리말 다듬기의 방향이 명확히 보이는 대목이다.
가을이 무르익은 들판은 황금물결이다. 이맘때 농부들은 바람에 일렁이는 실한 벼이삭을 보며 막걸리 한잔에 수확의 기쁨을 누렸다. 그런데 어느 해보다 풍년이 든 올해 황금 들녘에선 풍년가 대신 한숨소리가 넘쳐난다. 정부의 쌀 관세화를 앞두고 농민들이 분노에 차 있다. 정부의 대책 없는 쌀 관세화 통보는 한마디로 쌀에 대한 비관세 장벽을 완전히 허무는 것이다....
이탈리아 유적지 폼페이를 찾는 관광객들은 노골적 성애를 묘사한 벽화와 매춘 문구들에 당황하곤 한다. 남자 성기 모양의 화살표를 따라 뒷골목으로 들어가면 온통 음란한 벽화로 도배돼 있는 유곽도 기원전의 모습 그대로 보존돼 있다. 화산 폭발로 멸망하기 직전 성적 방종이 얼마나 심했을지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이다. 실제로 폼페이 시민 100명당 1명은 매춘...
사실 사이시옷은 우리말의 아킬레스건이다. 원칙이 일관적이지 않고, 사이시옷이 들어가는 수많은 단어를 일일이 다 예시할 수도 없다. 규정을 정확히 이해하고 외우는 것 외에 별 뾰족한 방법이 없다. 사이시옷을 받쳐 적는 조건은 다음과 같다. 먼저 순우리말로 된 합성어이거나 순우리말과 한자어로 된 합성어로 앞말이 모음으로 끝나야 한다. 이 조건을 충족하는...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지는 신조어 못지않게 우리말에는 한자는 전혀 다른데 음이 같거나 비슷해 사용에 어려운 단어가 여럿 있다. 앞 문장에 나온 ‘방증’이 그 대표적 사례다. 많은 사람들이 ‘방증’과 ‘반증’을 구별하지 못해 오용(誤用)이 위험 수준에 이르렀다. ‘방증(傍證)’은 사실을 직접 증명할 수 있는 증거가 되진 않지만 주변의 상황 등을 밝힘으로써...
요즘 짜릿한 캠페인이 이어지고 있다. 지구촌 전체가 들썩일 정도다. 미국 루게릭병협회가 루게릭병 환자에게 희망과 긍정의 에너지를 전하기 위해 진행 중인 모금운동 ‘얼음물 샤워’(아이스 버킷 챌린지) 얘기다. 얼음물을 뒤집어쓴 사람이 세 사람을 지정해 24시간 안에 못할 경우 100달러를 기부하는 게 규칙이다. 하지만 놀랍게도 캠페인 동참자들은 샤워를 하고도...
작은아들의 군 입대를 앞둔 고교 동창생은 요즘 신문 보기가 겁이 난단다. 윤 일병 사망 사건 이후 불안에 떨던 친구는 연이어 터진 장병 자살 소식에 극도로 예민해졌다. 가능하다면 군 입대를 당장이라도 취소해 외국으로 보내 버리고 싶단다. 올초만 해도 아들이 군에 가면 규칙적인 생활로 몸이 건강해지고 게으른 습관도 고쳐질 거라며, 아들은 꼭 현역병으로 보내야...
여러 통계상 사람에게 가장 큰 스트레스는 상실과 이별이다. 그중 배우자 등 가족과의 이별은 참을 수 없는 고통을 수반한다. 우리나라엔 한국전쟁으로 인해 이별의 아픔을 안은 채 살아 가는 이산가족이 현재 7만5000여명이나 된다. 헤어져 지낸 세월이 64년이나 흘렀으니 당시 20세 청년은 84세의 노인이 되었고, 30·40대 장년들은 아마도 이 세상 사람이 아닐 것이다....
그런데 결론부터 말하면 이는 우리말에 어긋난 것이다. ‘피다’는 ‘꽃봉오리 따위가 벌어지다’, ‘연탄이나 숯 따위에 불이 일어나 스스로 타다’ 등의 뜻을 지닌 자동사로 동작이나 작용이 주어에만 미친다. 따라서 ‘담배를(목적어) 피다’처럼 목적어를 취할 수가 없다. ‘꽃이(주어) 피다’고는 하나 ‘꽃을(목적어) 피다’고 쓰지 않는 것과 같은 이유다.
반면...
요즘 우리나라 돌아가는 상황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비정상의 극치’다. 국무총리 후보자 안대희·문창극씨가 연이어 인사청문회에도 가지 못한 채 여론 검증에서 낙마하더니 급기야 경질된 총리가 유임되는 ‘깜짝쇼’까지 벌어졌다. 박근혜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한 정홍원 총리의 사표를 시한부 반려할 때도 그리고 유임할 때도 국민을...
어렵고 헷갈리기 쉬운 한자말 ‘폄하다’, ‘폄훼하다’ 대신 ‘헐뜯다’, ‘깎아내리다’ 등 쉽고 뜻이 바로바로 전달되는 우리말을 쓰는 것이 좋을 듯하다.
아베 정부가 ‘고노담화 물타기’로 대놓고 도발한 만큼 우리 정부는 강력히 대응해야 할 것이다. 일본군 위안부 강제동원 실태 백서 발간으로 국제사회에 위안부 문제의 진실을 알리는 것은 물론 이번 일로...
인터넷 커뮤니티는 물론 SNS가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비판의 글로 들끓고 있다. 여권 내부에서조차도 ‘문창극 비토(veto)론’이 비등하는 등 기류가 심상찮다.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이후 ‘국가대개조’를 선언하면서 내놓은 새 총리 후보이건만 말과 행동을 통해 드러난 그의 실체로 온 나라가 분노에 휩싸여 있다. 네티즌 사이에 그의 이름은 문창극이...
지방선거가 끝났다. 일부 언론들은 민심이 정치권에 8대 9라는 황금분할로 절묘한 균형을 맞춰 줬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국민의 회초리를 맞은 여야 모두 사실상 패배자로 이 같은 분석은 아무런 의미가 없어 보인다. 어느 한쪽도 자신 있게 이겼다고 큰소리 칠 수도 없고 그렇다고 패배를 인정하기도 어려운 애매모호한 결과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유권자인...
시민의 신고로 검거될지, 아니면 숨바꼭질 중인 수사당국에 체포될지 내기를 하는 이들도 등장했다. 뒷북만 치며 유씨 부자의 신병 확보에 번번이 실패해온 수사당국을 개인적으로 믿지는 않는다. 국민의 눈을 언제까지 피해 다닐 순 없을 터 자진해서 출두하는 것이 가장 좋을 듯하다.
이달 들어 종합일간지 부동산 면에는 ‘선도 모델’, ‘신개념 주거공간’ 등 화려한 수식어를 단 아파트 기사가 연일 게재됐다. 전국 최초로 인천 도화에서 시도된 ‘누구나 집’ 아파트에 대한 내용이다. 심지어 몇몇 매체들은 무주택 서민을 위한 ‘선물’이라고까지 표현하며 혹할 만한 장점들을 쏟아냈다. 차별화된 혜택으로 인해 이 아파트의 모델하우스는...
결코 아물지 않을 우리 현대사의 상처를 안은 달 오월이다. 오월이면 그날의 아픔을 오롯이 담아낸 무대가 남산예술센터에서 막을 올린다. 4년째 같은 배우, 같은 스태프가 같은 무대에 서고 있다. 1980년 5월의 광주를 그린 ‘푸르른 날에’다. 저린 역사 속 젊은 청춘의 사랑이 슬프게도 진정성 있게 펼쳐진다. 5·18 광주민주화운동이라는 시대의 아픔을 이겨내고 꽃피운...
우리말에는 ‘늑장/늦장’ 외에도 복수표준어로 인정하는 단어가 여럿 있다. 쇠고기/소고기, 멍게/우렁쉥이, 애순/어린순, 거짓부리/거짓불, 노을/놀, 막대기/막대, 망태기/망태, 찌꺼기/찌끼 등이 대표적이다.
2011년에는 실생활에서 많이 쓰이고 있지만 표준어 대접을 받지 못해 논란이 컸던 짜장면(자장면), 먹거리(먹을거리), 맨날(만날), 허접쓰레기(허섭스레기)...
슬픈데 화까지 치밀어 오른다. 안전의식의 문제를 넘어 책임감, 도덕성, 인간성마저 내팽개친 세월호 선장과 승무원들의 모습엔 분노로 몸이 떨린다. 차갑고 적막한 바닷속에서 아이들이 겪었을 두려움과 고통을 생각하면 헉 하고 억장이 무너진다. “어떻게 해 엄마”, “아빠, 아무것도 안 보여요. 사랑해요”, “얘들아, 내가 잘못한 거 있으면 용서해줘”, “엄마 내가...
자정 무렵 지하철 1호선을 타면 승객 절반 정도가 술에 취해 있다. 인사동이 있는 종각, 종로3가역에서 멈췄다 출발하면 막걸리와 기름내가 진동을 한다. 도심 재개발 사업으로 전통찻집, 선술집, 화랑, 표구점 대신 화장품, 대형 프랜차이즈 커피점 등이 들어서면서 인사동은 국적 불명의 거리로 전락했지만 40대 이상 중장년층에게는 여전히 옛 추억을 안주 삼아 한잔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