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경아의 라온 우리말터] 투표율 vs 투표률

입력 2014-06-10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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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선거가 끝났다. 일부 언론들은 민심이 정치권에 8대 9라는 황금분할로 절묘한 균형을 맞춰 줬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국민의 회초리를 맞은 여야 모두 사실상 패배자로 이 같은 분석은 아무런 의미가 없어 보인다. 어느 한쪽도 자신 있게 이겼다고 큰소리 칠 수도 없고 그렇다고 패배를 인정하기도 어려운 애매모호한 결과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유권자인 국민들은 또 어떤가. 대여섯 명만 모여도 수도권인 경기·인천에서의 패배에 속 터져 하는 이가 있는가 하면 강원·충북에서 진 이유를 모르겠다며 한숨을 토해내는 이들도 있다. 선거 관련해 아쉬운 점이 어디 한두 가지뿐이겠는가.

무엇보다 안타까운 건 56.8%의 투표율이다. 1995년 제1회 지방선거(68.4%) 이후 가장 높은 지방선거 투표율을 기록했다며 많은 언론들이 호들갑을 떨었지만 2012년 대선 결선투표율 81%(프랑스), 2013년 연방하원의원 선거 투표율 71.5%(독일), 2007년 연방의회 총선 투표율 하원 94.7%, 상원 95.1%(호주) 등 다른 나라 투표율과 비교하면 너무나도 부끄러운 수치다. 굳이 다른 나라와 비교하지 않더라도 투표율 60%도 안 되는 우리가 진정한 민주주의 국가인가라는 의구심마저 든다. 분명 민주주의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사전투표제와 같은 새로운 선거제도를 더 마련, 확대해야 할 것이다. 사실 이번 선거에서 경기도 안산의 투표율은 큰 관심사였다. ‘세월호 심판 선거’란 인식 때문이다. 17개 광역단체 중 경기도가 투표율 53.3%로 꼴찌에서 두 번째인데, 안산은 그보다 낮은 48.1%를 기록했다. 특히 많은 희생자 가족들이 거주하는 안산 단원구의 투표율은 47.8%로 나타났다. 피해 가족들의 분노가 정치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며 투표를 거부했다는 분석이다. 결국 53.3%의 투표율 중 절반가량의 득표율로 당선된 남경필 경기지사는 유권자 중 4분의 1 정도의 지지만 얻은 셈이다. 게다가 14만9886표의 무효표로 인해 ‘조작’ 의혹까지 일고 있으니 그의 속도 편치만은 않을 것이다. 막판까지 접전을 벌이며 ‘죽다 살아난’ 도지사인 만큼 4년간 진정한 통합의 리더십을 보여 줬으면 한다.

선거 관련해 투표율, 당선율, 참석률 등 ‘율’과 ‘률’의 표기에 헷갈려 하는 이들이 많다. 비율의 뜻을 더하는 접미사 ‘율/률(率)’의 사용은 한 가지 규정만 알면 쉽게 구분해 쓸 수 있다. 앞말에 받침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표기가 정해지기 때문이다. 먼저 받침이 없는 말 뒤에서는 무조건 ‘율’로 적는다. ‘투표율/투표률’의 경우 앞말에 받침이 없이 ‘ㅛ’(모음)로 끝나므로 ‘투표율’이 바른 표현이다. 앞말이 ‘ㄴ’ 받침일 경우에도 ‘율’로 적는다. 백분율, 생존율, 불문율, 개선율 등으로 쓰는 것은 이 원칙 때문이다. 이 외 받침이 있는 말 다음에는 ‘률’로 써야 한다. 합격률, 결실률, 임금률, 취업률 등이 대표적 사례다.

지방선거가 끝났다고 세월호 참사의 책임자에 대한 심판이 끝난 것도, 면죄부가 주어진 것도 아니다. 진실규명과 책임자 처벌은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돼야 할 것이다. ‘잊지 않겠습니다. 가만히 있지 않겠습니다’라는 다짐은 기성세대가 반드시 지켜야 할 약속이다. 이것이 지켜지지 않는다면 대한민국은 4년 뒤, 아니 40년 뒤에도 현재와 똑같은 모습으로 허우적거릴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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