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경아의 라온 우리말터] 우리 역사에 ‘이조’는 없다

입력 2014-06-18 14:04 수정 2014-06-18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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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커뮤니티는 물론 SNS가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비판의 글로 들끓고 있다. 여권 내부에서조차도 ‘문창극 비토(veto)론’이 비등하는 등 기류가 심상찮다.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이후 ‘국가대개조’를 선언하면서 내놓은 새 총리 후보이건만 말과 행동을 통해 드러난 그의 실체로 온 나라가 분노에 휩싸여 있다. 네티즌 사이에 그의 이름은 문창극이 아닌 문‘참극’으로 바뀐 지 오래다. 이번 ‘인사 참극’으로 인해 국가 차원의 과업이 동력을 잃을까 우려스러울 정도다.

“(하나님이) 남북분단을 만들게 주셨어. 저는 지금 와서 보면 그것도 하나님의 뜻이라고 생각합니다.…그 당시 우리 체질로 봤을 때 한국한테 온전한 독립을 주셨으면 우리는 공산화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제주도 4·3 폭동사태라는 게 있어서…공산주의자들이 거기서(제주도) 반란을 일으켰어요.” “조선 민족의 상징은 아까 말씀드렸지만 게으른 거야. 게으르고 자립심이 부족하고 남한테 신세지는 거, 이게 우리 민족의 DNA로 남아 있었던 거야.” “‘하나님은 왜 이 나라를 일본한테 당하게 식민지로 만들었습니까?’라고 우리가 항의할 수 있겠지요. 하나님의 뜻이 있는 거야. 우리(조선민족)한테 너희들은 이조 5백년을 허송세월로 보낸 민족이다. 너희들은 시련이 필요하다.”

대한민국 국가권력의 2인자인 국무총리에 내정된 사람의 입에서 쏟아져 나온 말들이다. 솔직히 그의 역사관보다는 지적 수준이 의심스럽다. 특히 “이조 500년 동안 허송세월”이란 대목에선 정신이 온전한지 묻고 싶다.

이조(李氏朝鮮의 줄임말)란 조선을 완전한 한 나라가 아닌 이씨의 부족사회 수준으로 깔보는 비칭(卑稱)이요 멸칭(蔑稱)으로, 일제가 우리 민족의 자긍심을 깔아뭉개기 위해 만든 조어다. 1392년 이성계가 세운 나라는 조선이고, 1897년 고종이 청과의 종속관계를 청산하며 완전한 자주독립국임을 선포하면서 정한 국호는 대한제국이다. 우리나라 역사에 ‘이조’란 나라가 없다는 것은 초등학생도 다 아는 사실이다. 아무런 성찰 없이 조선을 ‘이조’로 쓰고 말한다면 이는 곧 스스로 역사를 전면 부정하는 ‘자학사관’으로 추락하고 만다. 따라서 ‘이조백자’는 ‘조선백자’로, ‘이조실록’은 ‘조선왕조실록’으로 써야 옳다.

요즘 한 방송사 주말사극 ‘정도전’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조선의 개국과정을 탄탄하게 그려내는 가운데 ‘민심’을 조선 개국의 당위성으로, 그리고 ‘백성’을 혁명의 주제로 삼았다는 것이 드라마 ‘정도전’의 인기비결인 듯하다. ‘왕’이 세상의 중심이라는 사고방식이 지배하던 시대에 ‘다원화된 사회’를 주창한 정도전의 ‘정치실험’에 그저 놀랄 뿐이다. 그 시대 ‘일인지하 만인지상(一人之下 萬人之上)’이라 불리며 막강한 권력으로 좌우 대립의 갈등 해소는 물론 왕을 견제한 ‘재상’이 오늘날 국무총리 자리다. 따라서 총리는 전문적 식견, 수준 높은 역사인식과 고매한 인품을 기본적으로 갖춰야 한다. 문창극씨가 총리 후보에서 하루빨리 내려와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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