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의 승부수

입력 2006-07-03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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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運)도 실력이다’ 이번에도 통하나...6.6조 대우건설 인수 ‘산넘어 산’

"운(運)도 실력이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의 평소 지론이다.

오너의 셋째 아들인데도 불구하고 그룹의 대권을 잡은 것도 그렇고, 관련업계에서 여러 차례의 의혹제기에도 불구하고 6조6000억원의 거금을 걸고 대우건설의 우선협상대상자로 낙점 받은 것도 그의 스타일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지난 2004년 8월 국내 3위 선사업체인 범양상선을 처음으로 M&A시장에 도전장을 낸 박삼구 회장은 지난해 1월 대한통운 인수 전까지 두 번의 쓴 잔을 마신 경험이 있다. 그래서 이번 대우건설 인수 성공은 2전 3기만에 이뤄낸 실적이다.

이렇다 보니 운도 실력이라는 소리가 절로 나올 수밖에 없다.

철저한 검증과 분석을 토대로 한 기업 M&A시장에서 '운'이라는 비논리적인 말이 나오는 데엔 박삼구 회장의 대우건설 인수에는 그만큼 구설수가 많았기 때문이다.

특히 대우건설 노조는 인수협상대상자 선정에 대해 '금호 밀어주기'라며 금호의 매각 무효 가처분 신청까지 준비하고 있다.

대우건설 노조는 공적자금위원회에서 돌연 매각대상 주식수를 50%+1주에서 72.1%로 늘렸고, 출자총액제한제도를 이번 인수에는 예외를 적용함으로써 금호와 같은 자금력있는 대기업에 유리하게 판을 짰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금호의 인수가능성이 높다'는 삼성증권의 금호산업매수추천 기업보고서나 M&A 및 건설업 경험을 요구한 것 등을 볼 때 계획적인 금호 밀어주기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재계 일각에서는 대우건설 인수협상자 선정에 대해 박 회장의 폭넓은(?) 인간관계로 인해 단순 '운'이 아닌 보이지 않는 '실력'이 작용했다고 보고 있다.

박 회장은 공교롭게도 대우건설 인수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들과의 두터운 인맥을 갖고 있었다.

대표적인 인물이 박 회장의 동생인 종구씨. 그는 현재 국무조정실 차장으로 재임 중에 있다. 박종구 차장이 세간의 이목을 끌게 된 데에는 출자총액제한제도가 입찰 진행단계에서 갑자기 바뀌어 버렸기 때문이다.

출총제 예외가 포함된 개정안이 당정협의를 거쳐 국무회의를 통과한 바람에 박종구 '국무조정실' 차장의 '역할론'에 대한 의혹이 제기됐었다.

박 차장은 금호그룹의 창업주인 고 박인천 회장의 5형제중 5남으로 3남인 박삼구 회장과 매우 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도 삼성증권이 입찰진행을 하루 앞두고 금호에 유리한 보고서가 나올 수 있었던 데에도 의혹이 가시지 않고 있다.

이 보고서 작성자가 외국계 크레디리오네 증권에서 한때 일한 적이 있는데 바로 이 증권회사는 금융브로커로 유명한 김재록씨가 회장을 맡았던 CLSA인베스투스글로벌과 같은 건물과 같은 층을 사용하는 사실상 같은 회사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박삼구 회장은 CLSA인베스투스글로벌의 오호수 회장과 광주서중 동창이며 친분을 나누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호수 회장은 또한 대우건설 M&A를 총괄했던 오남수 금호아시아나그룹 전략경영본부 사장의 형이기도 하다.

이처럼 박삼구 회장의 인적네트워크는 여러모로 대우건설과 연결되어 있다 것이 노조측의 주장이다.

이에 따라 대우건설 최종인수까지 박삼구 회장이 적잖은 난관에 봉착할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우선 독기 품은 대우건설 노조로부터의 공격을 어떻게 막아내는가다. 이미 노조측은 공적자금관리위원회와 캠코 측에 “매각 이후 중장기적인 발전을 영위할 수 있다는 구체적인 입증자료를 제시해 달라”는 내용의 협조공문을 보냈다.

또한 특정기업에 대한 밀어주기식 각종 특혜의혹과 입찰가 유출에 대한 진상조사와 우선협상대상자 평가기준 및 평가내용의 공개를 요구하면서 금호의 숨통을 조이고 있다.

노조는 공문을 통해 밀어붙이기식으로 대우건설 매각을 강행처리할 경우 △우선협상대상자 자격 불인정 △정밀실사 저지 △향후 제반 매각절차 진행 저지 △매각중지 가처분소송 제기 등 모든 물리적, 법적 수단을 통해 총력투쟁을 전개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박 회장은 무리하게 대우건설을 너무 비싸게 인수했다는 지적에 대해 시원한 해결책도 제시해야 한다. 업계에선 라이벌 그룹인 한진과의 경쟁을 위해 연간 4000억원 정도의 이익을 내는 회사를 6조원의 거금을 주고 사는 것은 무리수라는 평가가 잇따르고 있다.

이는 당초 대우건설 인수자금을 5조원 안팎으로 예상한 전문가들의 전망보다 1조6000억원 정도 더 주고 샀기 때문이다.

입찰 당시 대우건설 종가인 1만3700원을 기준으로 캠코가 보유중인 지분을 인수한다면 3조3500여억원이 든다. 금호산업이 제시한 가격의 절반도 안 되는 셈이다. 6월 30일 현재는 1만2900원대로 가치가 더 하락했다.

대우건설은 현재 5000억원 정도의 가치가 있는 서울역 건너편에 있는 대우빌딩을 포함, 자산총계는 5조6015억원이 넘지만 이중 부채가 3조1757억원을 제하면 실제 자본총계는 2조4258억원 정도에 불과하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대우건설이 가진 기술력은 인정하나 6조6000원이면 새로운 건설사를 만들어도 될 만한 금액”이라고 전했다.

6조6000억원의 인수금액을 조달하기 위한 부담도 클 수밖에 없다. 박 회장의 수중에는 사실 2조원밖에 없다. 나머지 4조6000억 원은 외부로 끌어다 쓰겠다는 것인데 이는 또 다른 부실로 연결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4조원이 넘는 돈을 차입해야 하는데 이 경우 대우건설의 부채 3조원과 합하면 8조원의 부채가 생기게 돼 이자율을 7%만 잡아도 매년 5600억원 정도가 이자비용으로 빠져나간다.

반면 대우건설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4315억원, 올 전망치는 5328억원으로 대우건설은 향후 매년 일해도 이자비용도 못 갚는다는 계산이 나온다.

박삼구 회장은 아직 대우건설은 손에 거머쥐지는 못했다. 지난달 29일 캠코와 대우건설 매매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게 전부다. 이 달 3일부터 정밀실사를 45일간 진행한다. 8월에 들어서야 가협상 및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키로 예정돼 있다.

박 회장의 입장에선 산 넘어 산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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