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잘 나가는 증권사, 뭐가 달라도 다르다

입력 2006-05-26 13:42 수정 2006-05-26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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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론=레드오션에서 맞은 호황

‘더도 덜도 말고, 요즘만 같아라~’

증권사들이 ‘함박웃음 ’을 짓고 있다. 증시가 유례없는 호황을 보이며 사상 최대의 실적을 거뒀기 때문이다. 거래대금이 급증하면서 수수료 수입이 크게 늘어났고, 주가연계증권(ELS)이나 워런트증권(ELW) 등 신종 금융상품은 물론 수익증권도 불티나게 팔렸다. 자산관리 부문 실적도 큰 폭으로 증가했다.

증권맨들의 얼굴에도 미소가 돌아왔다. 최하 수백만원에서 1000만원대를 훌쩍 넘는 짭짤한 성과급을 지급받고 있다. 88서울올림픽의 여운이 채 가시기 전인 지난 1989년 4월 처음으로 네자릿수 지수를 기록할 당시 총각 증권사 직원들이 결혼 상대 1순위로 꼽히던 시절 못지 않은 기쁨을 만끽하고 있다.

그렇다면 증권사들은 앞으로도 ‘더도 덜도 말고 요즘 같은 호시절’을 맞게 될까. 실정은 그다지 녹록해 보이지 않는다.

◆5대 증권사 순이익 67배 급증=금융감독원 및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대우, 현대, 우리, 삼성, 대신 등 5대 국내 증권사들의 2005사업연도(2005년 4월~2006년 3월) 순이익(하단 5대증권사 2005회계연도 실적 표 참조)은 1조3293억원으로 전사업연도(198억원)에 비해 무려 1조3095억원이나 증가했다.

대우가 4104억원의 대규모 흑자로 돌아섰고 각각 현대(이하 2005사업연도 순이익 2827억원) 423.6%, 우리(2588억원) 515.0%, 삼성(2200억원) 600.9%, 대신(1574억원) 281.7% 등의 눈부신 신장세를 나타냈다.

증시 활황을 배경으로 주로 주식위탁 거래대금이 불어나면서 증권사들의 실질적 수입원인 수수료수익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주식 위탁매매수수료 수입이 급증한 게 주된 배경이다.

39개 국내 증권사들의 2005회계년도 3·4분기(2005년 4월~12월)의 수수료수익(하단 국내증권사 수수료수익 부문별 비중 표 참조)을 분석해 보면 보다 자명해진다. 이 기간 주식위탁 거래대금은 1715조원. 지난해 같은 기간(873조원)에 비해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로 인해 주식 수탁수수료 수입이 1조4262억원에서 2조7599억원으로 급증한 것.

정해신 금감원 증권감독국 경영지도팀장은 “장외파생상품 겸영인가에 따른 주가연계증권(ELS) 발행 증가로 ELS 판매수수료 수입도 3배 이상(971억원→2253억원) 늘어났다”며 “수익증권 판매나 주식거래대금 증가에 따른 증권담보대출 및 미수금 관련 이자수익의 증가 등도 배경”이라고 말했다.

◆주식 수탁수수료 치중, 수수료율 과당경쟁 여전=증권사들의 수익성 개선이 거의 전적으로 증시 활황에 따른 거래대금을 기반으로 이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국내 증권사들은 앞으로도 이 같은 호황을 누릴 수 있을까. 변신이 없는 한 이에 대한 전망은 극히 어둡다.

증권사들이 여전히 위탁매매 수수료 수입에 의존하는 천수답 구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앞으로 거래량은 더 이상 크게 늘어나기 어렵다는 시각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국내 증권사들의 2005년도 3·4분기 수수료수익 중 수탁수수료(주식·선물·옵션·외화증권수탁·채권장외중개 등 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74.7%(3조942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같은 기간 69.7%(1조8342억원) 보다도 비중이 더 늘어났다.

특히 정보기술(IT) 발전으로 홈트레이딩시스템(HTS)를 이용하는 투자자들이 증가하고 있고, 수수료율도 업계내 과당경쟁으로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어 향후 수익성 개선에는 한계가 있다.

지난 2000년도와 2004년도 수수료율 추이를 보면 ▲주식 0.21%→0.16% ▲선물옵션 0.03%→0.01% ▲수익증권 1.27%→0.38% 등으로 5년전에 비해 급감 추세를 보이고 있다.

증권업계가 갈수록 경쟁이 격화되는 레드오션시장 형태를 보이면서 수익구조 다변화가 생존을 위한 필수조건이 되는 시대를 맞고 있는 것이다.

◆막오른 ‘금융빅뱅’ 변신 없인 생존 위협=게다가 정부까지 증권사들의 업무영역 확대를 통해 국내 증권사들도 세계 투자은행(IB)시장의 절대강자로 군림하는 금융그룹 ‘골드만삭스’와 같은 대형 IB로 육성하겠다고 공언하고 나서 증권사들을 압박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3월 증권사에 대해 신탁업 겸업과 함께 각종 파생상품 업무를 허용하는 등 업무영역 규제를 대폭 풀었다. 또 연내 제정을 목표로 정부가 추진 중인 ‘자본시장 통합법’은 본격적인 IB 시대를 예고하고 있다. 한마디로 ‘금융 빅뱅’의 막이 오르고 있다.

오는 2008년 통합법이 시행되면 증권, 자산 운용, 선물 간 칸막이식 규제가 사라지면서 매매업, 중개업, 자산운용업, 투자자문업, 투자일임업, 자산보관관리업 등 전 분야를 모두 취급할 수 있게 된다.

김형태 증권연구원 부원장은 “자본시장통합법이 도입되면 증권사 구조조정도 이뤄질 것”라며 “이 과정에서 경쟁력 없는 증권사들은 도태될 수밖에 없고 다른 증권사 들은 대형화를 통해 살아남거나 특화전략을 쓸 수 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증권사들로서는 무한경쟁시대가 눈앞에 다가오는 데 증시 호황이 가져다 준 현실에 안주했다가는 생존조차 보장받을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정태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앞으로 증권사들의 수익모델이 급격히 바뀌지는 않겠지만 대형화, 겸업화와 함께 수익원이 점차 다변화될 것으로 보인다”며 “올해는 향후 증권사들의 변신을 위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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