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리쇼핑 득과 실] ‘미스터리쇼핑’에 우는 금융사 직원들

입력 2014-03-05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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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과 동떨어진 가이드라인… 앵무새식 설명에 고객들 항의”

#A은행에 근무하는 김진욱(32세·가명) 대리는 휴일인 토요일에도 회사에 나왔다. 조만간 금융당국에서 미스터리 쇼핑을 나온다는 첩보(?)에 지점장이 전 직원을 소집한 것이다. 평일에도 ‘롤플레잉(역할 연기)’을 하는 바람에 제 시간에 퇴근하지 못했던 터라 김 대리는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심지어 교육 내용도 똑같다. 연말 예정인 결혼식 준비는 약혼자 혼자 하고 있다.

#B은행에 근무하는 박주민(28세·가명)씨는 몇 시간째 서서 일하고 있다. 부서장이 언제 올지 모르는 미스터리 쇼퍼를 기다린다며 모두 일어서서 근무할 것을 지시했기 때문이다. 책임자가 로비에서 고객을 맞이하고 있어 앉을 엄두도 못 내고 있다.

최근 금융권 영업점 풍경이다. 불완전판매 근절을 위한 금융당국의 노력은 반색할 만한 일이지만 직원들의 스트레스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A은행 ㄱ씨는 “펀드 구조가 너무 어려워서 며칠 동안 밤잠을 설치며 스킴(운용·scheme)을 공부했는데 미스터리 쇼퍼에게 ‘헤지펀드’에 대한 기본 설명이 누락됐다는 지적을 받고 그 이후 회사에서 불완전판매 교육을 수행라는 지시가 떨어졌다”며 “그동안 내가 뭘했나 하는 허탈감이 밀려왔다”고 전했다.

은행들도 ‘미스터리 쇼핑에서 걸리면 끝이다’란 불안감에 직원들에게 응대방법과 상품 이해는 물론 앉는 자세, 물 마시는 시간, 화장 방법, 액세서리 착용까지 기준에 맞춰 이행하라고 강요한다. 잘 지키고 있는지 감시까지 나온다.

은행에서 마련한 매뉴얼대로 응대해야 하기 때문에 제대로 된 업무를 보기도 어려워졌다. 복잡한 금융구조를 A부터 Z까지 설명하다 보니 1인당 응대시간이 길어지면서 대기 고객이 늘었기 때문이다.

B은행 ㄴ씨는 “월말이라 바빴지만 고객이 오자 마자 내 이름표를 보길래 미스터리 쇼퍼로 오인해 상품구조를 1시간 넘게 설명했다”며 “그 사이 대기고객이 늘어 항의를 받았다”고 토로했다.

금융당국과 은행에서 현장과 동떨어진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직원들에게 ‘앵무새 식’ 설명을 강요하고 있는 점도 문제다. 길어진 설명시간 때문에 간혹 화를 내는 고객도 있다.

C은행 ㄷ씨는 “‘내 돈으로 내가 투자한다는데 무슨 말이 그렇게 많냐’며 자세히 설명하려고 하면 오히려 상품 가입을 거부하는 경우도 있다”며 “매뉴얼대로 이행하지 않으면 감점을 받기 때문에 설명을 안 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고객과 최접점에 있는 창구 직원들은 사실상 ‘365일’ 이 같은 고충에 시달린다. 금융당국 미스터리 쇼핑과 별도로 은행마다 자체적으로 CS교육을 실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처럼 당국의 경고가 떨어진 때에는 전 영업점이 비상체제에 들어간다.

D은행 ㄹ씨는 “일부 ‘암행어사’들은 불완전판매를 단속한다는 명목으로 오히려 직원들의 실수를 유도하기도 한다”며 “대규모 정보유출 사태 이후 고객들까지 직원들을 감시하고 있어 일하기 힘들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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