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리쇼핑 득과 실] 줄줄 새는 점검정보… 불완전판매 걸러내기 한계 ‘실효성 논란’

입력 2014-03-05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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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업체 두곳 미스터리쇼핑 독점에 금융사들 자체점검 의뢰 ‘줄서기’

고객을 가장해 금융상품 판매 과정에 문제가 있는지 여부를 알아보는 ‘미스터리 쇼핑’ 제도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불완전판매 예방과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한 방안으로 제도 자체는 긍정적이지만 추진과정에서 적지 않은 문제점이 나타나고 있다.

금감원이 조사를 의뢰한 업체와 인원이 한정된 상황에서 일부 업체에 의존함에 따라 조사 정보가 미리 유출되는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미스터리 쇼핑의 경우 조사 정보가 유출되면 실효성과 신뢰성이 크게 떨어진다.

금감원은 지난 2009년부터 미스터리 쇼핑 제도를 시행해 5년이 넘는 기간 동안 운영해 왔지만 금융회사의 불완전판매 관행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금감원은 미스터리쇼핑 계약을 2009년 부터 지난해 10월까지 5년간 특정업체 두 곳과 수의계약을 맺어 총 3억9700만원을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금감원 평가를 잘 받기 위해 자체 점검을 실시하는 금융회사들도 지난 2011년부터 전부 이 두 업체에게 점검을 맡기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두 업체에 지불한 점검비용을 보면 은행권이 18억4800만원, 증권 11억3400만원, 보험권 3억9300만원 등 총 33억75000만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수능시험 출제기관으로 부터 수능 기출문제가 수록된 문제집을 웃돈을 주고 구입하고 있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일부 업체에 금융사들이 일감을 몰아주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송광호 새누리당 의원은 “미스터리쇼핑 평가를 잘 받으려는 금융회사들이 자체 점검 계약을 독점 업체에 몰아주고 있는데, 이는 평가의 공정성을 해칠 수도 있다”며“다른 조사업체들도 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금감원은 일반 여론조사와 달리 금융상품에 대한 미스터리쇼핑은 전문적인 금융 지식이 필요하다 보니, 이를 감당할 수 있는 인프라와 인력을 갖춘 조사업체는 현실적으로 손에 꼽을 정도에 불과해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금감원은 이를 개선하기 위해 지난해 미스터리쇼핑 조사업체를 일부 추가했지만 이들 업체의 전문성과 인프라 등이 열악해 컨소시엄 형태로 기존 업체들과 조사를 함께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의 소지는 여전하다.

특히 변액보험 등 복잡한 금융상품은 조사업체와 인력이 제한돼 있기 때문에 자체적으로 미스터리 쇼핑을 진행하고 있는 회사와 조사업체가 겹쳐 일부 회사의 경우 금융당국의 조사 일정을 미리 인지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사들이 미스터리 쇼핑에 편법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도 문제로 꼽혔다. 금융사들은 미스터리 쇼핑 조사 결과로 인한 징계를 피하고 높은 점수를 받기 위해 미스터리 쇼퍼를 간별해 내는 방법과 이에 따른 응대 매뉴얼을 자체 제작해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령 고객으로 위장한 미스터리 쇼퍼의 예상 질문을 직원들에게 숙지토록 한 다음 평소의 업무 방식과 달리 미리 정해 놓은 매뉴얼대로 고객을 응대하게끔 교육하고 있다는 것이다.

동양그룹이 회사채와 기업어음(CP)의 판매 창구로 활용해 온 특정금전신탁이 금감원의 미스터리 쇼핑 대상에서 제외된 것도 비판 대상으로 언급되고 있다.

이종걸 민주당 의원은 “특정금전신탁이 미스터리 쇼핑제도의 대상상품으로 규정돼 있고 이 제도를 철저하게 시행했다면 불완전판매로 인해 대규모 소비자 피해를 초래한 동양증권 사태는 사전에 예방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동양증권 사태는 금융위원회의 정책 실패와 금감원의 감독 실패가 뒤엉킨 금융당국의 총체적 무능력에 의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따라 금감원은 지난달 말 업무보고를 통해 미스터리 쇼핑제도의 개선에 나섰다.

우선 특별점검팀이 불시에 현장을 점검하는 ‘암행검사’를 통해 정보유출 등 금융사고를 사전에 막는다는 방침이다. 그동안 검사 전 금융회사에 사전예고해 주거나 내부통제 운영에 대한 시스템 점검 위주로 검사했던 것에서 불시에 현장을 덮치는 암행검사를 강화한다는 설명이다.

이와 함께 펀드 상품을 대상으로 하는 미스터리 쇼핑도 투기등급 회사채와 CP 판매 등으로 확대키로 했다.

한 금융전문가는 “미스터리 쇼핑의 주된 목적은 복잡하고 어려운 금융상품을 소비자들에게 완전판매가 이뤄질 수 있도록 판매구조 자체를 개선하는 것”이라며 “금융사 직원들이 제도의 허점을 이용해 조사기간에만 반짝 긴장해 임기응변식으로 대응, 법망을 빠져나가지 않도록 미스터리 쇼핑 방법을 고도화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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