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 개인정보 유출로 인해 뿔난 고객들 사이에서 집단소송 신청이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승소 가능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법조계는 22일 이번 사상 최악의 정보 유출 사고는 카드사의 관리 소홀에 의한 것이며, 그동안 한 번도 유출되지 않았던 민감한 신용정보가 방대하게 유출돼 승소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정보 유출로 인한 고객들의 정신적 손해가 상당하다는 사회적 통념이 형성될 경우 법원이 이에 공감해 줄 가능성이 크다는 시각이다.
또 과거 옥션이나 GS칼텍스 정보 유출 소송이 원고 패소로 마무리된 것과 달리, 외부의 해킹에 의한 것이 아니므로 비교적 책임 소재가 명확하다.
해당 카드사들이 신용정보업체 코리아크레딧뷰로(KCB) 직원이 관리 감독을 소홀히 해 개인정보가 제3자에게 유출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본 것이다.
법무법인 조율의 신용진 변호사는 지난 20일 정보 유출 피해자 130명을 모아 카드 3곳을 상대로 1억1000만원 상당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SK브로드밴드(옛 하나로텔레콤) 정보 유출 집단소송을 담당했던 이흥엽 변호사는 네이버 카페에 “3개 카드사를 통합해 1인당 수임료 9900원을 받고 1심 소송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여기에는 현재 9000명가량 신청자가 몰린 것으로 전해졌다.
법무법인 평강도 소송비용을 ‘7700원’으로 최소화하고 1건당 50만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다.
이번 정보 유출 사건은 카드사들의 과실이 얼마나 인정되는냐가 관건이다. GS칼텍스를 대상으로 한 개인정보 유출 손해배상 소송에서 대법원은 개인식별 정보가 피해자에게 금전적 피해를 입혔는지에 대해 입증되지 않는다며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소송을 기각했다.
한 로펌 변호사는 “실질적으로 원고가 손해를 입증해야 하는 손해 입증 책임이 있으므로 어떻게 손해를 입증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며 “하지만 유출된 정보의 양이 많고 내용이 민감해 소액이라도 정신적 피해에 대한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변호사는 “정보 유출 사실만으로도 손해가 인정될 여지가 있다”면서 “막상 소송이 시작되면 카드사와의 조정을 통해 소송 기간이 단축될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