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임금’ 덫에 걸린 산업계 “투자·고용 크게 위축될 것”

입력 2013-12-19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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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입 악영향 주고 노사 간 갈등 확대… 경총 “5년간 최대 80만개 일자리 감소”

산업계가 ‘통상임금의 덫’에 걸려 대공황에 빠졌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통상임금 범위 확대 판결로 내년 경영계획의 전면 재검토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잔업이나 휴일근로가 많은 자동차·조선·철강 업종의 대기업들은 당장 야근근로수당, 휴일근로수당, 연장근로수당 증가분을 반영해야 할 상황에 처했다.

국내 기업들은 지난 25년간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되지 않는 것으로 규정한 정부의 방침을 준용해 온 만큼 이번 판결로 상당한 충격을 받은 모습이다. 정부는 1988년 근로기준법상 예규로 통상임금 산정 지침을 만들었고, 산업계는 이를 기초로 노사 간 협의를 통해 상여금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했다.

재계 한 고위 관계자는 “그동안 노사 간 자율 협의에 따라 통상임금을 산정해 왔는데, 대법원의 이번 판결로 큰 혼란이 예상된다”며 “노사 간 갈등만 더 키우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판결로 인건비가 얼마나 상승할지 구체적 비용을 추산하고 있다”며 “통상임금이라는 복병을 만나 투자는 물론 내년 고용 계획도 불투명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경제단체들도 이번 대법원 판결에 일제히 우려를 나타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통상임금 범위 확대를 산업계가 직면한 최대 악재로 꼽았다. 특히 이번 판결로 기업들이 줄소송에 대비한 충당금 확보에 나설 수밖에 없는 만큼 급격한 투자 위축을 예상했다. 장기적으로는 생산시설의 자동화, 해외 이전 등 일자리 창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또 한경연은 내년도 경제 회복 신호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변양규 한경연 거시정책연구실장은 “통상임금 확대로 인건비가 올라가면 제품 가격이 상승하고, 이는 수출과 수입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면서 “외국인의 국내 투자도 둔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통상임금 범위 확대에 따른 근로자 간 임금 양극화 현상도 우려했다. 이번 판결의 사실상 수혜자는 상여금이 많고, 초과 근로가 빈번한 대기업 정규직 근로자인 만큼 임금 격차가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도 이번 판결의 영향으로 앞으로 5년간 71만~80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며 유감을 나타냈다. 경총 관계자는 “25년간 유지해 온 행정해석이 이번에 뒤집혀 큰 혼란이 예상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과거 3년치 소급분에 대한 추가 지급 의무가 없다고 판단한 것은 다행이지만, 경영상 중대한 어려움이 따를 경우라는 표현이 모호하기 때문에 분쟁의 소지가 크다”고 지적했다. 경총은 이와 함께 이번 판결로 1년간 13조7509억원의 비용부담이 발생하고, 매년 8조8663억원의 추가 부담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했다.

대한상공회의소 역시 “기업 부담이 증가하고 투자와 고용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를 표했다.

특히 이번 판결로 상대적으로 자금력이 약한 중소기업계가 더 큰 충격에 휩싸였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이번 판결로 인해 법률제도에 대한 신뢰를 잃고, 기업들은 혼란에 빠질 것”이라면서 “대기업이 통상임금 확대로 인한 비용부담을 협력 중소기업으로 전가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기중앙회 측은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될 경우 중소기업은 최소 14조3000억원을 일시에 부담하고, 매년 3조4000억원에 달하는 비용이 추가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임금체계의 단순화 등 법적 정비가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경제단체 한 관계자는 “우리 경제는 임금체계 개편 없이는 노동력 사용이 점차 어려운 경제로 전환 중”이라며 “임금체계를 단순화하고 근로와 보상 간의 연계성을 높이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는 “초과·야간근로수당이나 휴일수당 등을 모두 합산하는 형태의 연봉제를 채택할 경우 통상임금 문제에서 비교적 자유로울 수 있다”며 “이번 판결을 계기로 기업의 임금체계를 대대적으로 개편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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