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효진의 이슈通]시간제 일자리의 모순

입력 2013-12-17 10:52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영업시간과 사업은 규제하면서 시간선택제 일자리를 늘리라고 하는데 참 아이러니하죠.”

얼마 전 만난 유통가의 한 임원이 던진 화두다. 그는 일자리 창출이 기업의 주된 역할 중 하나라는 점에 공감한다면서도 ‘일터’와 ‘시간선택제 일자리’를 둘러싼 정책은 모순투성이라고 지적했다.

정부는 오는 2017년 고용률 70% 달성의 일환으로 시간선택제 일자리 93만개를 만들기로 했다. 이 중 1만7000개는 공공부문에서 담당하고, 나머지 91만3000개는 민간 부문의 몫으로 뒀다. 민간기업의 동참 없이는 실현 불가능한 정책이다.

우선 출발은 좋다. 삼성은 6000개의 시간선택제 일자리를 만들었고, LG도 각 계열사에서 500여명을 뽑는다. 롯데는 내년 상반기까지 2000여명의 시간제 근로자를 채용한다. 신세계 역시 이미 채용한 1000여명 외에 추가로 1000명을 뽑는다. 지난 상반기 1만5000여명의 아르바이트 직원을 정규직화한 CJ도 500여명의 일자리를 추가로 만든다.

그렇지만 시간선택제 일자리 정책의 실효성 논란은 지금껏 계속되고 있다. 기업들은 인건비 상승에 따른 부담을 호소하고 있고, 노동계는 고용의 질 저하를 우려하며 반발하고 있다. 다른 한편에서는 ‘풀타임 근로자’와의 형평성 문제도 제기된다.

시간선택제 일자리 논란의 범위를 유통가로 좁혀보면 또 다른 난제들이 튀어나온다.

일반적으로 시간선택제 근로자는 제조업보다 서비스업에서 활용성이 높다. 제조업은 점차 고도화되고, 숙련자가 필요한 반면 간단한 매뉴얼만 숙지하면 단시간 내에 다양한 직무에 투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롯데, CJ, 신세계 등 시간선택제 일자리 채용에 적극성을 띠고 있는 유통 대기업들의 채용 분야도 매장 관리나 캐셔(계산원), 상담원이 대부분이다. 대형마트나 프랜차이즈 매장이 주요 일터인 셈이다.

하지만 근래에 정부는 대형마트 의무 휴업, 가맹점 신규 출점 제한 등 이들의 일터에 대한 각종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시간선택제 일자리의 특성상 제조업보다 서비스업에서 소화할 수 있는 직무들이 많은데, 해당 기업 입장에선 채용 환경이 만만치 않다. 그럼에도 정부는 일자리 창출 주체인 기업들에 대한 압박 수위만 높일 뿐 최소한의 규제 완화에는 무관심하다. 이는 시간선택제 근로자들의 일터를 늘리지 못하게 하면서 일자리는 더 만들어 내라는 말과 다름없다.

대형마트 의무휴업의 경우 그나마 소상공인(전통시장)의 숨통이 트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의무 휴업의 영향이 제한적인 만큼, 시간선택제 일자리 창출 측면을 보완할 수 있는 방향 재설정이 필요하다.

“대형마트 의무 휴업일에 영업을 허용하는 대신 수익의 일정액을 적립해 상생펀드로 활용하면 직접적인 자금 지원을 할 수 있고, 시간선택제 근로자의 일터도 늘지 않겠느냐”는 앞선 임원의 말에 귀 기울여지는 이유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더 우울해진 한국인…10명 중 7명 "정신건강에 문제" [데이터클립]
  • ‘최애의 아이 2기’ 출격…전작의 ‘비밀’ 풀릴까 [해시태그]
  • '바이든 리스크' 비트코인, 5만5000달러로 급락…4개월 만에 최저치 내려앉나 [Bit코인]
  • 현아·용준형 진짜 결혼한다…결혼식 날짜는 10월 11일
  • '우승 확률 60%' KIA, 후반기 시작부터 LG·SSG와 혈투 예고 [주간 KBO 전망대]
  • 맥북 던진 세종대왕?…‘AI 헛소리’ 잡는 이통3사
  • [기회의 땅 아! 프리카] 불꽃튀는 선점 전쟁…G2 이어 글로벌사우스도 참전
  • 국산 신약 37개…‘블록버스터’ 달성은 언제쯤? [목마른 K블록버스터]
  • 오늘의 상승종목

  • 07.08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79,720,000
    • -1.52%
    • 이더리움
    • 4,234,000
    • -0.19%
    • 비트코인 캐시
    • 466,100
    • +1.92%
    • 리플
    • 605
    • -1.14%
    • 솔라나
    • 194,600
    • -0.97%
    • 에이다
    • 516
    • +0.98%
    • 이오스
    • 718
    • -0.83%
    • 트론
    • 179
    • -0.56%
    • 스텔라루멘
    • 121
    • -2.42%
    • 비트코인에스브이
    • 51,000
    • -0.39%
    • 체인링크
    • 18,220
    • +1.11%
    • 샌드박스
    • 413
    • -2.13%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