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세븐, 왜 국방부의 ‘총알받이’가 되었나 [최두선의 나비효과]

입력 2013-07-26 10:49 수정 2013-07-26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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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홍보원 연예병사(사진 = 국방홍보원 제공)

지난 2002년, 가수 유승준은 미국 시민권을 취득하면서 대한민국 국적을 포기했다. ‘국적포기’는 곧 ‘입대포기’로 인식되며 국민적 비난을 불러 일으켰다. 법무부는 유승준의 행위를 병역기피 목적으로 판단, 입국금지 대상자로 지정했다. 유승준은 10년이 지난 지금도 조국에 들어오지 못한다.

군대는 그런 곳이다. 대한민국 성인 남자들은 인생의 황금기인 청춘을 군대에서 보내야 한다. 분단국가의 이 안타까운 현실은 군대에 대한 보편적 인식을 확립시켰고, 나와 다른 상황에 대한 적대감은 군대에 있어 항상 극에 달한다.

그래서 소위 ‘연예병사’들에 대한 국방부 징계에 대해 대중의 눈은 여전히 날카롭다. 국방부는 25일 문제를 제기한 연예병사 8명에 대해 영창 10일 2명, 4일 5명, 근신 10일 1명의 징계를 내렸다.

“일반병사와의 형평성을 고려한 결정”이라고 말한 국방부의 말은 군복무를 둘러싼 불공정한 특혜시비에 직면하고 군대에 대한 피해의식이 있는 대중에게 진정성 있게 다가오지 않는다. 대한민국 군필 남성은 모두가 군대 전문가이다. 그런데 복무 중 사복 차림으로 무단이탈을 하고, 휴대폰을 몰래 반입해 사용한 것도 모자라 민간인 폭행, 음주, 안마시술소(퇴폐업소) 출입까지 한 이들에게 영창 10일이라니...

사실 국방부 입장에서는 ▲연예병사 제도 폐지, ▲병 처벌기준의 실질적 최고 징계인 영창 처분, ▲연예병사의 전방 야전부대 배치를 특단의 조치로 생각하고 있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국방부의 대처는 느리고 미온적이었다. 유승준에게 가혹하리만치 빠르고 단호한 조치를 보인 국방부의 모습과 지금은 달라도 너무 다르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민주당 진성준 의원은 지난 5일, 군 간부들과 연예병사들의 사적 담합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따르면 국방홍보원 근무지원대대의 간부들은 연예병사를 자신의 집안 행사(환갑잔치, 결혼식) 등에 동원한다든지 사적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국방홍보원과 연예기획사 간의 모종의 거래 의혹도 제기됐다. 국방부가 이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지만 대중은 여전히 의혹의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다.

▲위용섭 국방부 공보담당관(사진 = 양지웅 기자 yangdoo@)

이런 상황을 볼 때 우리가 인식하고 있던 갑을관계에 혼란이 온다. 국방부가 비, 세븐 등 톱스타들의 눈치를 보고, 이들의 안위를 고려하는 것이 아니라 국방부 스스로 치부를 감추고자 연예병사들을 전면에 내세운 느낌이다. 지난 24일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민주당 김광진 의원이 제기한 “비가 필수서류를 제출하지 않고 연예병사가 됐다”, “전임 홍보원장이 ‘월드스타 정지훈의 면접을 감히 5급 사무관이 볼 수 있느냐’고 말했다”는 사실도 비를 ‘월드스타’ 가 아닌 ‘이용대상자’로 인식했기 때문이 아닐까.

실제 지난달 SBS ‘현장 21’ 보도 이후 국방부의 대대적인 감사는 한 주 한 주 미뤄졌다. 결국 비의 전역 후 연예병사 폐지라는 결과가 발표됐고, 대중은 일제히 ‘비꾸라지’라며 비에 대한 비난을 쏟아냈다. 그런데 감사 결과가 발표되기 하루 전인 17일 오철식 국방홍보원장이 임기를 마치며 징계를 피했던 사실에 더 주목할 필요가 있다.

군대는 계급사회다. ‘까라면 까라’는 속어가 존재할 정도로 상명하복이 절대시된다. 그 아무리 개성이 강하고, 독단적이라고 하더라도 군대라는 울타리는 사람을 변화시킨다. 이런 상황 속에서 사복을 입고 음주를 즐긴 연예병사들 만을 탓하기엔 다소 께름칙한 부분이 있다. 물론 이들이 다수의 사랑을 받는 유명인이기에 형평성이 생명인 군인으로서 군 규율을 어긴 행동에는 법적, 도의적 책임이 따라야 함이 분명하다. 하지만 군 간부들의 이기적인 방만으로 인한 관리실태의 부실과 제도의 문제점이 이러한 사태의 근본적 원인이라는 것은 누구나 알 만한 사실이다.

국방부는 지난 18일 예정된 날짜보다 2주 정도 늦게 감사 결과를 발표하며 “홍보지원대원 관련업무를 태만히 한 국방홍보원 운영공연팀장과 담당자 및 홍보전략팀장과 담당자 등 5명을 징계, 관련업무를 소홀히 한 직원 4명을 경고, 2개 부서를 기관경고 조치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이는 징계의 수위나 그 대상자로 볼 때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식 대처로 인식된다.

이번 사태는 군대 내 제도 하나를 통째로 소멸시킨 대형 사건이다. 연예병사는 군에 대한 대중의 신뢰를 떨어트린 것은 물론, 군대를 다녀온 예비군 및 군필자, 매일 매일 부대에서 복무 중인 현역병사, 앞으로 군대에 갈 성인 남성들에게 정신적인 충격과 분노를 야기했다.

국방부의 징계는 더욱 단호해야 했다. 연예병사들을 육군 교도소에 보내라는 말이 아니다. 징계의 칼날이 국방부 고위 관계자까지 미쳐야 했고, 방만한 관리실태에 대한 전면적 개선이 이뤄져야 했다. 연예병사들을 총알받이로 내세운 국방부, 대중은 여전히 분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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