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갑에게도 이익 안되는 갑을관계- 이성구 공정거래위원회 서울사무소장

입력 2013-07-09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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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불공정한 갑을관계 문제가 사회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다. 원사업자와 수급사업자의 하도급관계, 본사와 대리점관계, 가맹본부와 가맹점관계, 대형유통업자와 납품·입점업체관계 등이 대표적인 사례들이다.

어떤 사람들은 구매하는 측을 갑이라고도 하지만, 오히려 대리점이나 가맹사업의 경우는 을이 갑의 상품을 구매하는 관계이다. 따라서 보통 원사업자나 본사, 가맹본부, 대형유통업자들이 거래상대방들에 비해 자산, 매출액 규모가 크고 사업자 수가 적은 점을 볼 때 대략 기업 규모나 경쟁 상대방의 수가 갑을관계를 판단하는 기준이 된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갑을관계를 비난하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단지 갑이 경제적으로 성공한 결과나 이익을 보고 있다는 이유로 비난한다면 자칫 경쟁력이 있어서 성공한 거래 상대방을 불공정한 것으로 보는 어처구니없는 결론에 이르게 될 것이다.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 경쟁에서 이긴 사업자를 악으로 보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다.

많은 사람들은 불공정한 갑을관계를 갑의 이익을 위해 을의 이익을 빼앗는 행위로 보는 경향이 있다. 물론 단기적으로는 갑을관계를 이용해 갑이 이익을 챙길 수도 있다. 을은 거래 단절이 어려워 갑의 부당한 요구라도 받아들이게 되고 갑의 이익 챙기기는 성공한 듯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길게 보면 그러한 갑의 행동은 갑에게도 이익이 되지 못한다. 왜냐하면 경쟁력 있는 을은 새로운 거래 상대방을 찾으려 할 것이고, 다른 잠재적인 을들은 갑과의 거래를 꺼릴 것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갑이 값싸게 공급하는 납품업자를 택하거나 자기 상품을 잘 팔아 주는 대리점을 우대하는 행위는 문제되지 않으므로 오로지 갑의 이익 추구가 목적이라면 불공정한 갑을관계는 갑에게도 좋을 것이 없다.

최근 문제된 한국수력원자력과 납품업체 간에도 흔히 말하는 갑을관계가 있었겠지만 납품비리가 갑(한수원)을 위한 것이 아니듯이 대중소기업 간의 갑을관계에서 발생한 문제도 대기업을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대기업의 경영 실패 측면이 더 크다. 실제 갑을관계의 비용은 결국 납품단가 인상이나 유통마진의 상승으로 갑 자신에게 돌아올 것이기 때문이다.

김미영 기자 bomn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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