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면수의 稅상속으로]뉴스타파 쫓아가는 과세당국

입력 2013-06-04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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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효과(Butterfly Effect)라는 것이 있다. 나비의 날갯짓처럼 작은 변화가 폭풍우와 같은 커다란 변화를 일으키게 할 수 있는 현상을 말한다.

다시 말하면 어제 아마존에서 공기를 살랑이게 한 나비의 날갯짓이 오늘 서울에서는 폭풍우를 몰아치게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최근 비영리 독립언론 뉴스타파는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실체가 없는 유령회사)를 설립한 한국인 명단을 공개했다. 공개된 이들은 재계와 금융계, 문화계, 교육계 등을 중심으로 이름만 대도 알 만한 인사들이다.

일각에서는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것 자체를 문제 삼을 수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다만, 그동안 페이퍼컴퍼니를 통한 외화 불법 유출과 비자금 조성, 역외탈세 등이 만연해 왔던 상황을 감안할 때 쉽게 간과하기에는 분명 무리가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들 명단이 공개된 이후 과세당국의 움직임은 분주해졌다.

실제로 국세청은 지난달 29일 영국령 버진아일랜드(BVI) 등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이용해 세금을 탈루한 혐의를 받고 있는 역외탈세 혐의자 23명을 대상으로 비정기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당시 국세청은 조사명단에 뉴스타파에서 거론된 12명의 재계 인사들이 포함됐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하지만 불과 몇 시간 지나지 않아 효성과 OCI 등이 이번 세무조사에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효성과 OCI는 앞서 뉴스타파가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만들었거나 관련된 곳이라고 언급한 곳이다.

관세청도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올 연말까지 247명의 지하경제 양성화 조사팀원을 투입, 조세피난처와의 불법 외환거래를 통한 자본유출과 역외탈세 혐의가 있는 수출입 기업에 대해 일제 조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관세청은 뉴스타파가 공개한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페이퍼컴퍼니를 소유한 기업인 12명에 대해 심층조사를 벌이겠다고 강조했다.

과세당국이 역외탈세와의 전면전을 통해 세수 확보에 박차를 가하는 것은 참으로 바람직한 현상이 아닐 수 없다. 역외탈세의 경우 복지재원 마련과 지하경제 양성화, 조세정의 구현을 위해서는 반드시 척결해야 할 과제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과세당국은 뉴스타파 보도로 말미암아 결과적으로 역외탈세 정보력에 한계를 드러냈을 뿐만 아니라 '부랴부랴' 세무조사에 착수하는 등 뒷수습에 나서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정부기관의 조사 착수 여부는 비밀주의를 고수하는 것이 원칙인데도 관세청은 마치 자랑인 양(?) 뉴스타파가 공개한 12명에 대해 심층조사를 벌이겠다고 공언하는 우를 범하고 말았다.

일각에서는 뉴스타파 보도와 과세당국 간의 관계를 나비효과 현상으로 분석하고 있다. 뉴스타파가 일으킨 날갯짓이 과세당국을 움직이고, 더 나아가 역세탈세 혐의자들에게 거대한 폭풍우로 전해졌기 때문이다.

이는 또 과세당국이 손 안대고(정보력 한계) 코 푼 격으로도 해석될 수 있는 방증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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