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톱 밑 가시' 뽑으려다 손톱 뽑은 '중기정책' (종합)

입력 2013-03-18 20:42 수정 2013-03-19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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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회장이 중소기업청장직 후보에서 자진 사퇴했다.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정부의 '손톱 밑 가시'에 의해서다. 중소-중견기업의 '손톱 밑 가시'를 뽑겠다고 큰 소리쳤던 새 정부는 결국 등잔 밑이 어두웠던 과오로 업계가 반겼던 인사를 놓치고 말았다.

황 회장은 18일 오후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중소기업청장직 사퇴 의사를 직접 밝혔다. 중기청장직을 수행할 경우 공직자윤리법에 의거 보유하고 있는 주성엔지니어링 주식 25.45%를 매각해야 했기 때문이다.

즉, 정부는 의욕만 앞섰을 뿐 첫 CEO 출신 중기청장을 맞이할 준비를 하지 못한 것이다. 주식을 포기하는 것은 경영권 포기로 이어진다. 중기청 내정 통보를 받은 지난 15일 이후 황 회장이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은 사퇴 발표를 한 18일 이전까지 불과 사흘. 주주, 직원, 고객사 등을 고려해야 하는 기업인 입장에서 경영권 포기를 결정하기에는 너무 짧은 기간이다.

황 회장은 지난 1993년 주성엔지니어링을 설립한 이래 삼성전자와의 마찰, 업황불황 등 무수한 역경을 이겨내고 3000억원 규모의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황 회장은 20년 동안 피땀이 깃든 회사를 법적 제도에 의해 경영능력이 보장되지 않은 신탁기관에 무책임하게 맡길 수 없던 것이다.

황 회장은 "공무원윤리규정에 의해서 만들어진 것에 의해서 존중하지만 경영권이 있는 주식을 2개월 내에 매각한다는 것은 자유경제시장에서는 있을 수가 없는 일이고, 주식 시장에서 쓰레기 처분하는 식으로 경영권과 주식을 매각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황 회장은 "막상 업무를 챙기며 백지신탁의 의미를 보다 정확하게 파악해보니 도저히 받아들이기 어렵고 너무 가혹했다"면서 "설령 회사를 정리하려고 해도 최소한 주식을 제대로 처분할 수 있는 방법과 충분한 시간은 주어져야 하는데 기업을 책임지는 경영자 입장에서는 납득하기 어려운 법과 제도였다"고 지적했다. 인생을 걸고 창업해 지금까지 일궈온 기업을 법적시한에 매여 아무에게나 처분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황 회장은 "나를 믿고 중소기업인, 미래 창조경영을 함께 하자고 믿어준 대통령에게 송구스럽고 국민 여러분께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며 "벤처기업인과 중소기업인 그리고 목숨을 걸고 하루 생계를 위해 일하고 있는 소상공인 여러분께도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거듭 사죄의 입장을 밝혔다.

황 회장의 이 같은 결정에 대해 주성엔지니어링 직원들도 공감하는 분위기다. 한 주성엔지니어링 직원은 "사실 회장님이 회사를 떠날까봐 불안해 하는 직원들도 있었다"며 "누구보다 회사를 잘 알고 발이 넓으시기 때문에 회사 경영에 물러나시면 안된다는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이번 일로 인해 '제2의 황철주 사퇴'를 막아야 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기업인이 공직자로 활동할 경우 본인이 속해 있는 회사 경영에 이익이 되는 행동은 삼가해야 하는 조항은 분명히 해야 하지만 경영 일선에서 완전히 물러나는 것은 주주, 근로자, 협력기업들에게 불안감만 조성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황 회장은 "이 법이 개선되지 않는 한 창업한 기업인이나 어떠한 기업인들도 공직에 들어가는 것은 힘들 것"이라며 "지금까지 모방형과는 달리 법도 창조형, 지속성장형 법과 규정제도로 재전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원구 고려대학교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기업인을 공직에 앉힌다는 것은 좋은 발상이었고 중소기업을 돕겠다는 의기가 강하게 반영된 결정이었으나 황 회장은 주주와 직원 모두를 보호하기 위해 사퇴를 결심했다"며 "지금의 제도를 보완하지 않는다면 어떠한 기업인도 이 같은 문제를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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