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소득과세 확대 이후… 슈퍼리치 ‘쩐의 대이동’

입력 2013-02-05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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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예금 9조 4000억 이탈… 즉시연금 품절사태

# 지난 4일 서울 역삼동 우리은행 투체어스 강남센터. 금융자산 10억원 이상의 고객들을 관리하는 우리은행의 대표 프라이빗뱅커(PB) 지점에 갑자기 긴장감이 흐른다. 일행인 듯 보이는 50대 중년여성 4명이 찾아와 상담을 받았다. 이들은 최소 수십억원에서 많게는 수백억원의 금융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이른바 슈퍼리치로 불리는 고액 자산가들이다.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이 확대되고 저금리 기조가 계속되자 자금을 어디로 움직일지 판단하기 위해 PB팀을 찾은 것이다. 이 지점 PB들은 상품소개부터 세무상담에 향후 자금 운영전략까지 한 시간 가까이 이들을 상담하느라 진땀을 빼야 했다.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 변경으로 은행별로 운영중인 PB센터가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올해 1월 1일부터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금액이 4000만원에서 2000만원으로 대폭 인하되면서 평일 1000여건에 달했던 상담이 하루 평균 최대 3000여 건까지 폭증했다.

세금 회피를 하려는 고액 자산가의 대이동 자금을 유치하기 위해 은행, 증권, 보험 등 금융권은 물론 부동산업계까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지난해 말 정부의 금융소득종합과세 강화 방침이 발표되면서 은행권 정기예금 9조4000억원이 빠져 나갔다. 이달 들어서는 국민 우리 신한 하나 등 주요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이 소폭 증가하고 있지만 1월 말 기준 초단기 금융상품인 머니마켓펀드(MMF) 설정잔액이 전달에 비해 약 13조8000억원이나 급증하면서 시중자금이 단기자금시장으로 이동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은행 정기예금에서 빠져 나온 돈이 세금을 아낄 수 있는 금융투자상품으로 옮아가고 있다. 특히 부실 위험이 상존하고 있는 상호금융권에 뭉칫돈이 몰리고 있다.

월지급식 주가연계증권(ELS)은 상한가를 치는 등 절세상품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또 MMF를 비롯해 종합자산관리계좌(CMA), 수시입출금예금(MMDA), 6개월 미만 정기예금 등 단기 유동자금의 잔액이 급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일단 슈퍼리치들이‘이자보다는 절세’를 선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저금리로 높은 금리를 기대할 수 없는 상황에서 강화된 세금 기준을 피해 국내외를 막론하고 절세상품에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즉시연금에 큰 돈이 쏠린 것 역시 이와 무관치 않다. 과세 기준이 2억원으로 확정됐지만 이미 연초부터 광풍에 가깝다. 삼성생명은 지난 4일 즉시연금의 은행 창구 판매를 중지했다. 이달 들어서자 마자 하루 만에 5200억원 정도 팔려나간 데 이어 4일 오전에는 은행 창구 문을 열자마자 800여억원 가입이 이뤄져 월 한도 6000여억원을 모두 채웠다. 즉시연금 가입액은 이같은 폭발적인 판매로 지난해 12월부터 이달 초까지 3조원을 넘어섰다.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이 확대되자 상호금융권의 자금 쏠림현상도 뚜렷해졌다. 부유층들의 뭉칫돈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금리를 내려 수신액을 조절하고 있을 정도다. 지난해 말 상호금융권 수신고는 381조8100여억원으로 1년 만에 37조4000여억원이 늘었다. 신협은 1년여 만에 수신액이 4조여원, 새마을금고는 13조여원이나 급증했다.

한편 금융소득종합과세로 인한 머니무브 현상으로 금융회사 간 자금유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올해는 금융소득종합과세가 다시 시행된 지난 2011년보다 더 극심한 자금흐름의 변화를 예상하고 있다. 당초 4000만원 기준 적용 시 5만명이었던 과세 인원이 4배 가량 늘어난 20만명으로 확대됐다. 금융권은 예금의 이탈을 막고 신규 자금을 유치하기 위해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영업대전을 예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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