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리조나의 영웅’ 필 미켈슨과 스코츠데일 골프장[오상민의 골통(Golf通)로드]

입력 2013-02-04 14:36 수정 2013-02-04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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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신선한 충격이었다. 4일(한국시간) 오전 막을 내린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웨이스트 매니지먼트 피닉스오픈은 1라운드부터 최종 4라운드까지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이 대회의 주인공은 단연 필 미켈슨이었다. 애리조나 주립대학교 출신인 그를 응원하기 위해 수많은 갤러리가 미국 전역에서 몰려들었다. 그는 마법과 같은 화려한 플레이로서 갤러리의 성원에 보답했다. ‘애리조나의 영웅’이라는 수식어가 전혀 아깝지 않았다.

그러나 이 대회의 진정한 볼거리는 따로 있었다. 이 대회 개최 코스인 스코츠데일 골프장이다.

골프는 18개 홀을 순서대로 전부 라운드해야 한다. 18홀 중에는 아주 긴 홀이 있는 반면 짧은 클럽으로 원온을 시켜야 하는 파3홀도 있다. 전체적으로 완만한 홀도 있고, 굴곡이 심한 홀도 있다. 또 티잉그라운드부터 그린까지 곧게 뻗은 홀이 있는가 하면 그린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심하게 휘어진 도그레그 홀도 있다.

그러나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 골프장 내에서는 절대 정숙을 유지해야 한다는 점이다. 특히 선수들이 샷을 시도할 때는 나뭇잎 떨어지는 소리도 신경이 쓰일 만큼 긴장감이 오간다. 숨을 쉬는 것조차 부담스럽게 느껴질 때도 있다.

심판이 없는 만큼 선수와 갤러리가 지켜야할 룰과 에티켓도 많다. 상황에 따라서는 매너와 에티켓이 강요되기도 한다. 그래서 골프를 ‘신사의 스포츠’라 하지만 ‘귀족 스포츠’. ‘경직된 스포츠’. 또는 ‘격식에 얽매인 스포츠’라는 오명이 뒤따르기도 한다.

그러나 스코츠데일 골프장은 이 같은 편견을 완전히 불식시킨다. 관중들의 열성적인 응원만 보면 야구장인지 축구장인지 구별하기 어려울 정도다. 특히 16번홀(파4)은 그야말로 열광의 도가니다.

일반적인 골프장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지만 술 마시고 노래하고 춤을 춰도 괜찮다. 그래서 이곳은 PGA투어에서 가장 시끄러운 골프장으로 통한다. 또 선수와 갤러리가 함께 떠들고, 웃고, 즐기는 ‘파티 홀’로 불리기도 한다.

샷을 할 때도 소음이 끊이지 않는다. 선수들에게는 엄청난 압박감이 가해질 수밖에 없다. 굿샷을 날리면 환소성이 터져 나오지만 실수라도 하면 온갖 야유가 쏟아진다. 굿샷을 치고도 포효하기 보다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선수들이 더 많을 정도다.

미국인들은 매년 이 대회가 개최될 때면 티켓을 구하기 위해 한바탕 전쟁을 치른다. 골프를 좋아하지 않은 사람들도 이 대회에 열광한다. 스코츠데일 골프장 16번홀 분위기를 만끽하기 위해서다.

단순히 스타선수들의 수준 높은 플레이 관전만을 위해서가 아니다. 선수들과 함께 호흡하고 수많은 갤러리와 함께 분위기에 취할 수 있는 홀은 전 세계적으로 이곳뿐이기 때문이다. 3일에 치러진 3라운드 경기에서는 무려 17만명 이상의 갤러리가 몰려 이 대회에 대한 뜨거운 반응을 입증했다.

스타 부재, 스폰서 난으로 인해 골머리를 앓고 있는 한국프로골프투어(KGT)로서는 부러운 일이다. 그러나 그저 딴 나라 이야기처럼 부러워만 하고 끝날 일은 아니다.

프로야구는 지난해 700만 관중 포문을 열었다. 올해는 800만 관중이 목표다. 그 중심에는 여성스포츠 팬이 있었다. 삼겹살과 치킨, 맥주 한잔으로 분위기를 달구고 좋아하는 선수를 목청껏 응원하며 다양한 이벤트에 참여하는 등 여성스포츠 팬들의 참여 욕구를 자극했다. 그래서 프로야구는 ‘우리만의 야구문화를 꽃 피웠다’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제는 골프 차례다. 우리만의 골프문화를 꽃 피워야 한다는 뜻이다. 아직도 골프는 ‘그들만의 스포츠’라는 폐쇄적 이미지가 강하다. 대중화는 외치고 있지만 허공을 향한 외침뿐이다.

우리만의 골프, 우리만의 골프문화, 우리만의 경기장 문화 없이 골프 붐과 골프대중화는 꿈같은 일이다. 골프, 생각을 바꾸면 얼마든지 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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