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리스크로 코스피가 5개월 만의 최저 수준인 1780선까지 내려 앉았다. 지수 하락을 주도한 건 13거래일 연속 매도 행진을 보이고 있는 외국인으로 5월에만 3조원에 육박하는 주식을 팔아 치웠다.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외국인의 순매도 규모는 3조1574억원에 이른다.
미국과 중국의 부진한 회복에 따른 경기 모멘텀 둔화 및 유로존 불확실성 증대가 이머징 마켓에 대한 외인 매도세를 키우면서 지수변동성과 낙폭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최근 국내 주식시장의 급락을 촉발한 외국인의 대량 매도의 정점을 5월로 판단하며 다음달 17일 그리스의 제2차 총선이 외국인 자금 흐름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이 확산되면서 최근에는 유럽계 자금 뿐만 아니라 미국계 자금도 5월 들어 그 규모가 점차 확대되는 양상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국내 증시(5월2일~17일)에서 유럽계 자금이 1조7800억원, 미국계가 7300억원 순매도세를 기록했다.
임수균 삼성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은 한국의 경제상황 등 내부 재료보다는 유럽과 미국 등 대외 여건에 따라 국내 주식의 매도와 매수를 결정한다”며 “외국인의 매도세가 진정되려면 그리스 문제 해결을 바탕으로 한 유로존 위기가 해소되야 한다”고 설명했다.
임 연구원은 “다음달 17일 그리스 제2차 총선 전까지는 유럽 불확실성이 국내 증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면서 5월이 외국인 매도의 정점을 이룰 것”이라며 “단기간에 외국의 매도 물량이 쏟아져 나온 만큼 6월에는 물리적으로 나올 물량이 줄어들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일반적으로 외국인과 기관이 매수하는 종목이 수급이 좋은 것으로 판단되는 가운데 2006~2007년에는 기관의 수급을 지향하는 편이 나았다면 지금은 외국인의 수급을 따라가는 것이 낫다”고 덧붙였다.
심재엽 신한금투 투자전략 팀장은 “유럽 국가간 불협화음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6월까지 외국인의 매도 흐름은 지속될 것 ”이라며 “지금 시장은 외국인이 차익 실현한 물량을 국내 기관이 받아내는 형국으로 펀더멘털을 바탕으로 한 수급이 아닌 만큼 외국인과 기관을 추격매수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지적했다.
반면 이승재 대신증권 연구원은 최근 2일간 외국인의 풋옵션 대거 매도를 이유로 국내 증시의 추가 하락 가능성이 낮다고 평가했다. 이 연구원은 “여전히 그리스 문제가 증시를 억누르고 있지만 헤지를 위해 매수했던 풋옵션의 매도가 오늘도 이어지고 있고 미국의 양적완화 관련 발언, 중국의 소비진작 정책 등으로 단기 반등의 가능성은 열려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