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藥값제도 시장 망쳤다

입력 2010-11-22 11:00 수정 2010-11-23 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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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가 구매 인센티브로

서울아산병원은 최근 4225개 품목에 대한 의약품 입찰을 실시했다. 당초 예상한 금액은 725억2500만원. 하지만 평균 납품가격의 15%를 낮춰 616억4625만원에 의약품을 구매했다. 108억원 정도를 절감한 것. 하지만 놀라운 사실은 따로 있다. 고지혈증 약과 당뇨병 약 등 무려 200여 품목이 1원에 낙찰됐다. 이는 전체 입찰 대상 품목의 5%에 해당하는 것.

지난달 2217개 품목, 800억원 규모의 의약품 입찰을 실시한 부산대 병원에서도 같은 상황이 연출됐다. 50여개 품목이 1원에 낙찰된 것. 부산대 병원 관계자는“고혈압 약과 관절 약 등 비교적 외형이 크지 않은 품목들이지만 다수의 1원 낙찰이 나온 것에 우리도 놀랐다”고 말했다. 충북대 병원이 이달 초 1580개 품목에 대해 실시한 입찰에서도 1원 입찰이 쏟아져 최종 낙찰을 가리기 위한 추첨이 밤 늦게까지 이어졌다. 충북대 병원 입찰에서 1원에 낙찰된 품목은 전체의 22%인 350여개에 달했다.

요즘 대형병원이나 대학병원에서 속출하고 있는 1원 낙찰은 출혈경쟁에 내몰린 제약업계가 선택한‘고육지책’으로 볼 수 있다. 제약회사로서는 입원 환자에게 제한적으로 처방되는 원내 의약품을 공짜로 공급하더라도 원외 처방시장에서 만회할 수 있는 여지가 있기 때문. 지난해 기준으로 원내 처방 조제약은 2조139억원, 원외 처방 조제약은 11조6546억원으로 대략 15% 대 85%의 비중을 보이고 있다. 물론 입찰에는 제약 도매상이 나서지만 입찰과 관련한 방침은 제약회사의‘속내’가 반영될 수 밖에 없는 구조인 것을 감안하면 제약업계가 울며 겨자 먹기로 1원 입찰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대형병원과 대학병원에 대한 의약품 1원 낙찰은 이미 예견된 수순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정부가 지난달 1일부터 도입해 시행하고 있는 시장형 실거래가제도가 제약업계의 덤핑 입찰을 유도할 수 밖에 없는 근본적 한계를 갖고 있다는 것. 시장형 실거래가제도는 대형병원, 대학병원 등이 건강보험에서 고시한 약값보다 저렴하게 의약품을 구입한 후 건강보험에 청구하면 그 차액을 인센티브로 지급하는 것을 말한다. 이 때문에 저가구매인센티브 제도라는 별칭이 더욱 많이 사용되고 있다.

가령 건강보험 적용을 받는 의약품 가격이 1000원인데 대형병원과 대학병원이 500원에 구입해 건강보험에 신고할 경우 차액인 500원의 70%인 350원을 인센티브로 받게 된다. 이에 따라 대형병원과 대학병원은 더 많은 인센티브를 받기 위해 제약회사에 무리한 가격 인하를 주문하게 되는 것. 만일 입찰에 참여하지 않을 경우 대형병원이나 대학병원은 입찰 대상에 해당 의약품의 코드를 삭제해 버린다. 제약회사가 하나의 의약품을 입찰 대상에 넣기 위해서는 1년이라는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인 것. 현재 정부는 다양한 약가 인하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제약산업의 위축이 확연히 예측되는 상황에서 저가구매인센티브 제도까지 도입한 것은 국내 제약산업을 붕괴시킬 수도 있는 위험한 정책 결정이라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제약협회 관계자는“저가구매인센티브 제도는 대형병원과 대학병원에 인센티브를 몰아주는 제도일 뿐 환자 이익은 미미하다”면서“새로운 약가제도로 인해 국내 제약업계는 연간 1조5000억원 대의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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