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환 지식경제부 장관은 취임 후 첫 공식일정으로 인천 남동공단 내 네오세미테크 공장을 방문해 “선진 일류 기술을 가지면 중소기업도 세계적인 대기업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증명하는 롤모델 같은 회사”라고 평가했다. 지난해 12월 지식경제부는 네오세미테크를 ‘2009 차세대 세계 일류상품’으로 선정했다.
민유성 산은금융지주 회장(당시 산업은행장)은 지난해 2월 4일 네오세미테크 공장을 방문해 오명환 전 대표에게 1호 ‘KDB 글로벌 스타’ 인증패를 전달했다. ‘KDB 글로벌 스타’ 인증패는 세계시장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기술력과 경쟁력을 보유한 중소기업에게 산업은행이 수여하는 상이다.
2008년 이명박 대통령이 8·15 경축사에서 국가비전으로 ‘저탄소 녹색성장’을 아젠다로 추진한다고 발표한 후 관련株들은 연일 급등세를 연출했다.
정부와 금융권이 앞다퉈 지원책을 약속한 만큼 사업성과 비전에 대한 분석은 필요치 않았다. 관련 테마에 편승해 승승장구하며 ‘태양광 대표주’로 올라선 기업이 바로 네오세미테크다.
코스닥 시장에 씻지 못할 온갖 불명예를 남기고 퇴출된 네오세미테크 사태는 부도덕한 기업의 분식회계에 정부기관, 금융당국, 언론, 증권사, 투자자 모두 속아 넘어간 경우다.
낮은 우회상장 기준으로 상장을 허가한 한국거래소, 우회상장을 주선하거나 감사의견 ‘적정’을 냈던 회계법인, 유망 기업으로 네오세미테크를 소개한 언론사, 투자를 권유한 증권사등 모두 네오세미테크 사태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네오세미테크 책임 논란이 국정감사에서 재현됐다. 사상 최악의 코스닥 참사로 기록된 네오세미테크 사태가 정부의 ‘묻지마 녹색지원’ 탓이라는 주장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이성남 의원(민주당)은 11일 금융위원회 국정감사 질의자료에서 “금융위는 녹색이라 이름 붙여진 기업들의 용이한 자금조달에만 방점을 찍었을 뿐 투자자 보호를 뒷전으로 과오를 범했다”고 지적했다.
주장의 근거로 네오세미테크에 가장 많은 돈이 물려있는 산업은행의 예를 들었다. 이 의원은 “산업은행이 네오세미테크와 거래한 내역을 보면 과거에는 신규 대출이 통상 연 20~30억원 수준에서 이뤄지다 2008년 이명박 정부가 녹색성장을 아젠다로 삼은 시점부터 신규대출이 무려 20배나 급증했다”고 밝혔다.
또 네오세미테크에 물려있는 금융기관의 자금이 1300억원에 달하고 산은, 수은, 기은, 기보등 국책금융기관이 차지하는 비중이 40%가 넘는 것으로 나타나 녹색기업 밀어주기 행태가 만연했음을 지적했다.
이 의원은 “특히 정부는 우회상장을 전후해 앞 다퉈 회사를 홍보해 줘 네오세미테크를 코스닥 ‘황제주’ 만들기에 혁혁한 공헌을 했다”며 “이 과정에서 네오세미테크 오명환 전 사장이 학연?지연등을 통해 이런 시나리오를 준비했다는 설도 있어 한심한 일”이라고 밝혔다.
또 “지금처럼 실적만 강조하는 녹색금융 활성화가 지속되면 네오세미테크와 같은 사태가 재발하지 않으리란 보장은 없을 것”이라며 “제도의 미비와 함께 금융기관·정부등도 허술한 검증을 실시한 책임에서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네오세미테크 사태는 지난 4일 국회 지식경제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논란이 됐다.
박민식 한나라당 의원은 이날 최경환 지경부 장관이 작년 취임 직후 네오세미테크를 방문하고 지경부가 앞장서서 정부 표창까지 했다고 지적했다. 네오세미테크의 허위 홍보에 정부가 앞장섰다는 비판이다.
실제로 지경부는 유망기업으로 네오세미테크에 상을 줬고 산업은행은 우수기업 인증을 내줬다.
최 장관은 이에 대해 “네오세미테크는 분식회계 때문에 생긴 문제”라며 “지경부가 표창을 주고 그런 것이 간접적인 원인이 될 수 있겠지만 (분식회계는) 정부로서도 알 수 없었던 문제”라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