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토요타 캠리, 튀지 않는 편안함이 매력

입력 2010-07-02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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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렬 4기통 2.5 VVT-i엔진으로 최고출력 175마력

'중용(中庸)의 미덕'이라는 표현을 흔히 쓰곤 한다. 중용을 풀이해보면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中) 변함이 없는(庸)’이라는 뜻이다. 토요타의 베스트셀러 세단 캠리는 중용이란 말을 떠올릴 수밖에 없는 차다.

이미 기사도 나올 만큼 나왔고 시승기도 숱하게 나온 마당에 다시 캠리를 타게 된 이유는 바로 리콜 때문이다. 가속 패달 결함으로 인한 대규모 리콜 사태는 도요타에게 있어 지울 수 없는 역사가 됐다.

그 동안 토요타에게 기꺼이 지갑을 열게 만들었던 품질과 정교함의 명성에 생긴 흠집. 토요타는 애써 흠집을 감추지 않음으로써 구매자들의 신뢰를 다시 얻는데 성공했다. 시련을 딛고 베스트셀러의 자리를 유지한 캠리, 이 차를 다시 돌아볼 수밖에 없는 이유다.

1982년 태어난 캠리는 전 세계적으로 1200만대(2008년 말 기준) 이상 판매된 중형 세단의 전형이다. 캠리가 내세우는 가장 큰 장점은 편안함과 내구성이다. 특히 '잔고장이 없다'는 말로 대표되는 토요타의 내구성은 캠리에도 이어졌다. 어느덧 6세대 모델까지 이른 캠리는 30년이 지나도 구매자들로부터 변함없는 사랑을 받고 있다.

캠리는 외관에서부터 '토요타' 티를 낸다. 토요타는 ‘V자형으로 흐르는 캐릭터라인 및 대담한 모습의 라디에이터 그릴’이 카리스마 넘치고 역동적인 디자인을 뽐낸다고 설명하지만 사실 캠리의 미덕은 튀지 않는 디자인에 있다. 3박스 형태의 지나치게 고풍스런 디자인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현대차 YF쏘나타의 '개척자 정신이 충만한' 디자인도 아니다. 주차장에 세워놔도 "어, 수입차네!"하고 얼른 눈치 채기 힘들다. 근육질의 슈퍼카가 비좁은 주택가 골목에 세워져 있다고 상상하면 어딘지 모르게 어색하지만 캠리는 주택가든 귀빈 행사장이든 무난하게 어울린다.

내부 디자인 역시 간결하고 편안함에 역점을 둔 모습이다. 문을 열고 들어와서 앉으면 '넓은데'하는 생각부터 든다. 내부는 생각보다 더 넓다. 전장 4815mm, 폭 1820mm의 중형 세단임에도 불구하고 웬만한 준대형급 차량에 탑승한 것 같은 착각이 든다. 특히 뒷좌석 공간이 여유로워서 앞좌석을 한껏 뒤로 밀어도 뒤에 앉은 사람의 무릎 걱정을 할 필요가 없을 정도다.

널찍널찍한 트렁크도 인상적이다. 캠리는 골프백 4개, 보스턴백 2개를 수납 가능할 정도로 넉넉한 트렁크 공간을 갖추고 있어 레저, 여행 등을 즐기는 운전자에게도 큰 부족함이 없다.

큼직큼직한 대시보드는 기교 없이 눈에 딱 들어오도록 만들어졌다. 마치 데칼코마니처럼 완벽한 좌우대칭의 센터페시아도 직관적이다. 이것저것 만져보고 싶은 충동이 날 리 없는 무미건조한 스타일이지만 적어도 라디오나 에어컨을 조작하기 위해 설명서를 봐야하는 불편은 없다. 다만 도어 안쪽 패널과 시프트 레버의 우드그레인이 옥의 티. 반들반들한 광택을 내지만 밝은 톤의 플라스틱 내장재와는 어울리지 않는다.

운전대를 잡고 가속페달을 밟는다. 다른 차 같으면 부르릉 소리를 내며 출발해야할 타이밍인데 이상하게도 꿈쩍도 하지 않는다. 힘을 한 번 더 주니 부드럽게 앞으로 나간다. 캠리의 가속페달은 마치 디지털 카메라의 셔터처럼 2단계로 페달을 밟는 느낌을 준다.

정지 상태에서 가속페달을 밟을 때는 약간 답답한 기분도 들지만 일단 달리기 시작하면 무리 없이 속도를 낸다. 2.5ℓ 직렬 4기통 듀얼 VVT-i엔진은 최고출력 175마력을 낸다.

여기에 맞물린 변속기는 6단 AT. 이를 바탕으로 시속 40~100km의 상용 구간에서 특히 우수한 가속성능을 보인다.

관성으로 몸이 좌석에 달라붙을 정도의 가속능력은 없지만 탁월한 방음성능과 4륜독립현가식 서스펜션 덕분에 시속 100km까지 속도를 높여도 실내는 놀랄 만큼 조용하다.

이 밖에도 안전성에도 신경을 쓴 부분이 엿보이는데 도어패널은 고강도강을 사용해 특정 측면에 충돌이 발생할 때 전체적인 차체 변형을 최소화하도록 설계됐다.

실내의 시트 프레임도 측면 충돌에 의한 충격을 흡수할 수 있도록 디자인됐으며 듀얼 스테이지 SRS 전방 에어백, 시트 장착 측면 에어백, 측면 커튼 에어백은 물론 운전석에도 무릎 에어백이 기본 적용됐다.

리콜의 주범이었던 가속페달 문제도 말끔히 해결됐다. 새 가속페달은 페달 하단부를 재성형해 더 이상 페달이 바닥 매트에 걸리는 일이 없어졌다.

현대차가 북미에서 선전하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국산차와 수입차의 격차는 상당히 줄어든 모습이다. 캠리의 경우 2.5모델이 3000만원대 중반으로 국산차와도 큰 차이가 없다. 경쟁이 치열한 자동차 시장에서 30년 이상 꾸준한 사랑을 받아온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다른 차에 비해 압도적인 성능을 갖춘 것은 아니지만 동시에 이렇다 할 단점도 없는 차, 그래서 부담 없는 것이 바로 캠리의 장점이다.

토요타 캠리의 가격은 3490만원. 꼼꼼한 감성품질과 흠잡을 곳 없는 무난함이 매력인 엔트리급 수입 세단에 치러야할 가격으로도 적당한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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