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진단] '주식회사 중국' 해외 침공 본격화

입력 2010-03-29 09:21 수정 2010-03-29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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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회사 중국'의 기세가 무섭다. 냉장고 부품업체로 출발한 저장지리집단(이하 지리차)이 84년 역사의 스웨덴 볼보 인수에 성공하면서 중국기업들의 해외 '침공'에 대한 경계감도 확산되고 있다.

지리차의 볼보 인수가 특히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은 중국 자동차업계의 해외인수 규모로는 사상 최대이기 때문.

29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지리차는 18억달러에 볼보를 인수한다. 법적인 문제 등을 고려할 때 인수는 3분기에 마무리될 전망이다.

지리차가 볼보 인수에 나선 것은 중국이 세계 최대 자동차시장으로 성장한 것도 이유지만 글로벌 브랜드를 확보하겠다는 의지가 강하게 작용했다.

리슈푸 지리차 회장은 "볼보는 동물원이 아닌 숲속에 속한 호랑이와 같다"면서 "볼보의 심장은 스웨덴과 벨기에에 있지만 발톱은 전세계에 걸쳐 있다"고 강조했다.

지리차는 볼보 인수를 위해 지난 2008년 중순부터 포드와 접촉해왔다. 다음해 포드는 지리차를 우선협상자로 지정했으며 같은 해 12월 양사는 매각과 관련한 주요 내용에 합의했다.

중국 기업들의 해외 진출은 업종을 가리지 않고 이뤄지고 있다.

지난 2004년에는 중국 최대 컴퓨터업체 레노보그룹이 세계 최대 컴퓨터서비스업체 IBM의 PC사업 부문을 인수해 세상을 놀라게 했다.

레노보는 당시 IBM에 17억5000만달러를 지급했으며 단숨에 세계 PC업계 빅3로 도약한 바 있다.

국영 알루미늄업체 치날코는 세계 2위 광산업체 리오틴토 그룹의 사업부문을 195억달러에 사들였으며 차이나민메탈스는 오스트레일리아의 OZ미네랄스를 17억달러에 인수했다.

금융권에서도 중국의 입김은 무서울 정도다. 중국국부펀드는 미국 AIG의 아시아사업부문 AIA에 지분참여를 계획하고 있으며 공상은행은 남아공의 스탠더드 은행을 56억달러에 삼켰다.

코카콜라와 존슨앤드존슨 등 미국을 상징하는 블루칩의 지분 상당 부분이 중국기업 소유라는 점을 감안하면 글로벌시장에 미치는 중국기업들의 영향력은 측정하기조차 쉽지 않을 정도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프라이스워터쿠퍼스하우스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해외 인수·합병(M&A) 규모는 350억달러에 달했다. 이는 전년 대비 300% 성장한 것이다.

앞으로도 '주식회사 중국'의 글로벌시장 공략은 거세게 진행될 전망이다. 거대 정유사인 페트로차이나는 해외기업 인수를 위해 향후 10년에 걸쳐 600억달러를 사용하겠다는 포부를 밝힌 상태.

이같은 계획이 예상대로 진행된다면 페트로차이나는 미국의 세계 최대 정유사인 엑손모빌을 넘어설 가능성이 커진다.

장지에민 회장은 지난 25일 "10년전 페트로차이나는 하나의 국유기업에 불과했지만 이제는 글로벌 에너지 기업으로 도약하고 있다"고 말했다.

페트로차이나는 지난해 오스트레일리아를 비롯해 캐나다와 싱가포르의 정유시설과 원유저장고 인수를 위해 70억달러를 투입했다.

닐 비저리지 샌포트C.번스타인 애널리스트는 "페트로차이나는 매년 최소 60억달러를 사업확장에 투입할 것"이라면서 "이는 엑손모빌과 같은 경쟁업체를 넘어서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글로벌 경제성장을 이끌면서 세계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 역시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경제전문지 포춘에 따르면 중국 500대 기업의 순이익은 지난해 이미 미국 500대 기업을 추월한 상태다.

지난해 양국 500대 기업 순이익은 중국이 1706억달러로 미국의 989억달러에 비해 2배에 달했다.

금융위기 사태의 영향이 크기는 했지만 이는 '주식회사 중국'이 '주식회사 미국'을 압도했다는 면에서 상징적인 의미를 갖는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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