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신종플루 효율적 대응을 위한 제언

입력 2009-09-04 11:52 수정 2009-09-04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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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의사협회 공보이사 겸 대변인 좌 훈 정

9월 2일, 국내 신종플루로 인한 네 번째 사망자가 발생했다. 쌀쌀해지는 9월을 시작으로 겨울철까지 개학과 해외 연수생들의 입국, 낮은 기온으로 인해 신종플루가 대유행하여 우리나라 전 인구의 약 30%가 신종플루에 감염될 것이라는 시나리오가 예측되기도 한다.

이처럼 신종플루 대확산을 앞두고 전염병으로 인해 국가적 비상 상황에서 무엇보다도 중요한 의료체계의 효율성과 환자와 의사 간 절대적인 신뢰가 요구되는 시점에서 지금까지 정부가 어떻게 대응했는지 되짚어 볼 필요성이 있다고 본다.

지난 달, 신종플루로 첫 사망자가 발생하기 전까지 보건당국은 신종플루 유행에 안일하게 대처했던 것은 사실이다. 국가방역시스템의 실무를 담당하고 있는 보건소는 단지 의료기관의 신고에만 의존하는 등 소극적이고 행정편의주의적인 행태를 보여왔으며, 질병관리본부에서 내린 신고지침을 의료기관에 신속·정확하게 전달하지 않았고, 더 나아가 의료기관에서의 지침이 정립되지 않은 혼란스러운 상황에 보건소는 주5일제를 빌미로 주말에 휴무하는 등 보건당국의 허점이 여실히 드러났다.

또한 신종플루 확진검사 급여화와 함께 신종플루 진료를 보건소와 치료거점병원에서 일반 의료기관으로까지 확대했음에도 불구하고 의료기관의 현실과 동떨어진 진료지침이 전달 돼 의료인 뿐 아니라 의료기관을 방문하는 환자들에게도 큰 혼란을 야기시켰을 뿐 아니라, 사망자 발생에 대한 책임을 의료계로 떠넘기기도 했었다.

그리고 신종플루 환자는 항바이러스제를 투여받기 위해 일반 의료기관에서 거점약국으로 이동과정에서 타인에게 바이러스를 전염시킬 우려가 있어, 의료계는 일반의료기관에서도 항바이러스제를 직접 투약할 수 있는 원내조제를 허용할 것을 보건당국에 수차례 요구하여 왔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거점약국을 552곳에서 약 1000곳으로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국가적 재난 상황이 초래될 수도 있는 위기상황에서 의약분업이라는 원칙에 갇혀 감염자가 증가하는 것을 방치하겠다는 것과 동일하다. 결국 신종플루 사태로 의약분업의 폐단이 드러난 것이다.

따라서 비상사태인 만큼 일시적으로나마 항바이러스제를 일반 의료기관에서 직접 투여할 수 방안이 마련되어야 하며 해열제와 진해제 등 대증치료에 쓰이는 약제들에 대해서도 원내조제가 이루어짐으로써 신종플루로 인한 2차 감염을 최소화해야 할 것으로 사료된다. 향후에는 의약분업의 근본적인 문제점에 대해 짚어보아야 할 것이다.

더 나아가 정부는 거점약국을 확대하는 것보다는 각 시도와 시·군·구 등 지자체별로 '지역치료집중센터'를 설치하여 치료의 효율성을 증대시키고, 지역사회 확산을 최대한 억제하는데 앞장서야 한다.

또한 앞서 언급한 보건소의 안일한 행태에 대해 정부는 반드시 문제를 제기하고, 전염병 관리보다 일반진료에 주력하는 보건소는 질병예방중심의 기능으로 재편되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신종플루에 대한 올바르고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는 정부 뿐 아니라 매스컴의 협조가 필요하다. 사실을 과장해서 갈등을 조장하는 식의 보도는 지양해야 하며, 보건당국은 언론사를 통해 신종플루 확산의 현황 및 감염예방법 등에 대한 대국민 홍보를 강화함으로써 국민을 안심시키고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안내해야 할 것이다.

인간의 생명은 그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다. 치사율이 낮다고 해도 많은 생명을 앗아갈 수 있는 신종플루 확산에 대해 보건당국만이 책임질 수 없으며, 각 직역을 총망라한 관계기관의 긴밀한 협조 하에 범정부차원의 대응에 나서야 지금의 난국을 극복할 수 있다.

내가 운영하는 의원에 신종플루 의심환자가 내원해 증상이 경할 경우, 정부지침에 따라 대증치료로 대신하려 하지만 환자는 항바이러스제를 처방해달라고 요구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항바이러스제가 신종플루 치료에 효과는 있으나, 내성문제, 부작용 문제 등을 고려할 때 반드시 항바이러스제 투약이 최선이 아닐 수도 있다는 판단 하에 내린 결정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국민들에게 현재 시점에서 의사의 의학적 판단을 신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당부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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