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동근 칼럼] 이재명의 ‘정치탄압’ 주장, 스스로 ‘유죄인정’ 한 것

입력 2024-11-17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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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ㆍ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

삼권분립·사법권 위협 ‘反헌법적’
법원겁박 지속땐 국민저항에 직면
방탄정치 접고 정상정치 복원해야

서울중앙지법 형사34부(재판장 한성진)는 11월 15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선거 과정에서 유권자에게 허위사실을 공표하는 경우 민의가 왜곡되고 훼손될 수 있다”며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2022년 9월 불구속 기소된 지 2년 2개월 만으로 이 대표가 받고 있는 재판 네 건 중 첫 번째 1심 결과다.

이재명은 선고 직후, “현실의 법정은 아직 두 번 더 남아있고, 민심과 역사의 법정은 영원하다”고 했다. 그리고 “국민 여러분께서도 상식과 정의에 입각해서 판단해보시면 충분히 결론에 이르실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자신은 ‘정치탄압’을 받고 있다는 주장이다. 그렇다면 그를 ‘정치탄압 호소인’으로 불러야 한다.

민주당은 대한민국을 흠씬 얕보고 있다. 헌법 제8조 4항엔,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정부는 헌법재판소에 그 해산을 제소할 수 있고, 정당은 헌법재판소의 심판에 의하여 해산된다”고 규정되어 있다. 여기서 ‘민주적 기본질서’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의미한다. 민주당은 최근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되는 행동을 서슴지 않았다.

22대 총선에서 이 대표는 ‘통합형 비례정당’을 만들었다. 위성정당 창당의 목적은 ‘통진당에 뿌리를 둔 이념세력의 국회 진출 계획’으로 압축된다. 민주당은 ‘더불어민주연합’에 ‘연합정치시민회의, 진보당, 새진보연합 몫’으로 10명을 공천해, 해산된 정당의 사실상 복원을 꾀함으로써 ‘반(反)대한민국 세력’의 숙주 역할을 자임했다.

민주당은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 방탄을 위해 자유민주주의 근간인 ‘권력분립제도’와 ‘사법권 독립’을 파괴하는 반헌법적 행위를 자행했다. 이 대표 처벌을 막기 위해 기소 근거가 되는 선거법 조항을 바꾸는 개정안을 냈고, 검찰을 겨냥해 ‘수사기관 무고죄’를 만들고 ‘표적수사 금지법’도 발의했다. 그리고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제한하는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 일부 개정안을 발의했다.

그것도 모자라, 쌍방울 불법 대북 송금 사건과 대장동·백현동 비리 수사를 담당한 검사들에 대해 탄핵 소추안을 냈고, ‘판사 선출제’를 거론하고 판사 탄핵 서명운동을 했다. 급기야는 이재명 무죄를 탄원하는, 법치를 부정하는 100만 서명운동도 벌였다. 이는 재판부에 대한 겁박이다. 민주당은 이재명 한 사람을 위한 사당으로 전락했다.

현실이 어려울수록 고전(古典)의 지혜를 빌릴 필요가 있다. 존 로크(J. Locke)의 ‘통치론’에서 ‘자연법’은 국가에 의해 제정된 실정법보다 근원적이다. 하지만 그는 “자연법은 동의(사회계약)에 의해 수립된 정부에 대해 인간이 복종하도록 구속한다”고 주장했다. 인간이 왜 정부에 복종해야 하는가에 대한 로크의 주된 답변이다.

로크는 가능한 최대한 자연적 자유를 보존하기 위해 사회계약을 체결한다고 보았다. 인간은 자유롭고 독립적이며 평등하기 때문에 계약은 만장일치로 체결되야 한다. 그리고 “정부는 그 권력에서 제한되고 동의에 기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로크는 만장일치가 사실상 불가능하기에 ‘다수에 의한 지배’를 용인했다. 하지만 사회계약 당시 ‘다수의 지배’에 동의했다는 추상적 논거만으로 현실 세계에서 지배·피지배의 관계가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다. 연결고리가 필요했다. 로크 정치사상이 기여한 점은, ‘국민에 의한 저항권’의 인정이다. 통치자가 피치자의 이익을 위해서 그 신탁을 이행하지 않으면 국민의 저항이 정당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전제정치에 대한 유일한 대안이 무정부 사태일 것이라는 두려움으로 폭정을 감내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미국의 민주주의’(1835)를 저술한 알렉시스 토크빌은 ‘다수의 전제(專制)’를 민주주의의 적(敵)으로 간주했다.

최근 정치위기는 의회권력을 거머쥔 ‘민주당’의 전횡에서 비롯되었다고밖에 볼 수 없다. 혹여 이 대표와 민주당이 이번 판결 이후에 민노총과 연대해 장외 집회를 획책해 법원을 겁박하는 투쟁에 나선다면 로크가 말한 ‘국민의 저항권’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민주당은 방탄정치를 접고 정상의 정치로 복귀해야 한다. 그리고 사법부는 오직 증거와 법리, 양심에 따라 지체 없이 재판을 진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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