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는 안 먹히는 '갱생 서사', 백종원은 다를까 [이슈크래커]

입력 2024-11-12 16:59 수정 2024-11-13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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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유튜브 채널 'ENA 이엔에이')
▲(출처=유튜브 채널 'ENA 이엔에이')

넷플릭스 오리지널 요리 서바이벌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이하 '흑백요리사')은 진작 종영했지만, '주역' 백종원의 인기는 여전히 진행형입니다.

백종원은 '흑백요리사'에서 구수한 말투와 대비되는 날카로운 입맛, 해박한 지식, 예능감을 뽐내면서 인기를 끌었습니다. 12일 기준 유튜브 구독자 수는 668만 명이고요. 가장 최근 게재된 영상은 조회 수 265만 회를 기록했죠.

'외식업계 대통령'으로도 불리는 만큼, 그가 뜨는 지역도 매번 화제를 빚습니다. 그가 대표로 있는 더본코리아가 올해 지역개발을 하고 있는 지역은 예산과 창녕, 홍성, 군산, 장성, 강진, 제주, 통영, 상주, 문경, 울진, 정선 등으로 알려졌는데요. 이 때문에 백종원도 전국 곳곳을 방문하며 개발사업을 검토하는 등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새로운 예능 프로그램 출연 소식도 전한 백종원입니다. 그것도 '흑백요리사'에 참가자로 출연한 '고기깡패' 데이비드 리, '철가방 요리사' 임태훈, '요리하는 돌아이' 윤남노와 함께였는데요. 또 다른 스타 셰프 김민성도 출연자 목록에 이름을 올렸죠.

ENA '백종원의 레미제라블'은 20명의 도전자가 인생역전의 기회를 잡기 위해 혹독한 스파르타식 미션을 수행하면서 역경을 극복하는 성장 예능입니다. 강렬한 캐릭터는 물론, 반전 서사, 가슴 따뜻한 다큐멘터리의 요소까지 동시에 담아냈다고 하는데, 이달 말 첫 방송을 앞두고 있습니다.

백종원을 필두로, 화제성이 최고조에 이른 스타 셰프들이 꾸린 장사 서바이벌인 만큼 벌써 화제가 되고 있는데요. 다만 기대와 별개로 우려의 시선도 섞여 있어 그 배경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도전자 중 한 명이 '소년범'이라는 소개에서 비롯된 시선이죠.

▲(출처=유튜브 채널 'ENA 이엔에이')
▲(출처=유튜브 채널 'ENA 이엔에이')

"기획 의도에 출연 결심"했다지만…네티즌은 '갸우뚱'

'백종원의 레미제라블'의 키워드는 '간절함', 그리고 '진심'입니다. 불안했던 과거를 딛고 고난을 넘어 장사꾼으로 다시 태어나고자 하는 도전자들의 열의가 가득 담겼다는 후문인데요. '흑백요리사' 종영 이후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을 스타 셰프들이 출연을 결심한 배경 역시 참가자들의 열의였습니다.

데이비드 리 셰프는 "내가 그리 큰 재목이 아닌데 나가는 것이 맞을까 싶었다"면서도 "내가 가진 것 하나라도, 작은 것이라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면 기꺼이 해야겠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출연을 결심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임태훈 셰프도 "처음에는 출연 여부를 고민했다. 그러나 사회에서 외면받는 친구들에게 요식업으로 일어설 기회를 준다는 프로그램의 기획 의도가 눈에 들어와서 출연을 결심했다"고 밝혔죠. 윤남노 셰프 역시 "사람들에게는 반드시 시련이 온다. 그럴 때면 작은 도움이 정말 크게 다가오는 것 같다. 그렇기에 나의 작은 능력이지만 도울 수 있다면 돕고 싶었다. 마이너 감성이라 잘하는 친구들보다 못 따라오는 친구, 혹은 가정환경이 어려운 친구들에게 더 마음이 가고 용기를 주는 편이었던 것 같다"고 전했습니다.

7일 공개된 2차 티저 영상에서도 실패의 쓴맛을 본 20인 도전자들의 각오가 가득 담겼습니다. 이들에게 극한의 미션을 주고 세상 밖으로 끌어올리려는 백종원, 그리고 담임 셰프 군단 4인의 굳건한 의지도 그려졌죠.

'레미제라블: 불행한 사람들'이라는 강렬한 문구와 함께 시작된 영상은 거친 파도 위 고기잡이배에 오른 도전자들의 모습으로 이어졌습니다. 이때 도전자들은 "나락까지 가 본 사람", "아빠 입에서 패륜아까지 나왔다", "나쁜 말로 버려진 것" 등 각자 자신에 대한 조심스러운 이야기를 털어놨죠.

그런가 하면 백종원이 도전자들에게 불같이 화를 내거나, 냉철하면서도 무서울 만큼 열정적인 담임 셰프 군단 4인의 모습이 교차돼 긴장감을 자아냈는데요. 무엇보다 도전자들은 "진짜 지옥이었다", "죽더라도 여기서 죽겠다"고 토로하는 모습이 전파를 타 위기감까지 드리웠습니다.

이때 문제가 된 건 한 참가자의 소개였습니다. "9호 처분 소년 절도범". 짧은 소개지만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기엔 충분(?)했는데요. 티저 공개 이후 온라인상에선 '9호 처분'에 대한 관심도 급증했죠.

현행 소년법에 따르면 19세 미만 소년범은 형사 처벌 대신 1~10호 단계별 보호처분을 받습니다. 이 중 9호 처분은 두 번째로 강한 처분인데요. 6호, 8호 처분을 받았음에도 재범을 저지르는 경우, 또는 중한 죄질의 비행을 저지른 경우 고려됩니다. 9호 처분을 받으면 6개월 이내로 소년원에 단기 송치되죠. 다만 소년법 32조6항은 "소년의 보호처분은 그 소년의 장래 신상에 어떠한 영향도 미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적지 않은 네티즌들은 실망감을 드러냈습니다. '범죄를 미화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는 취지의 비판이 대표적인데요. 미혼모, 자립 청소년, 장애인, 폐업을 경험한 자영업자 등 노력에도 불구하고 자립에 어려움을 겪는 이들이 숱한데, 소년범에게 굳이 출연의 기회를 줘야 했냐는 지적도 이어졌죠.

▲(출처=SBS '송포유')
▲(출처=SBS '송포유')

한때 통하던 갱생 서사지만…'흑역사'로 남은 예능도

'백종원의 레미제라블' 측은 프로그램 취지를 '성장'에 뒀습니다. 도전자들의 서사를 대중에 소개하고, 이들이 치열하게 버티며 성장하는 이야기에 초점을 맞췄죠. 다만 도전자 중심으로 사연이 공개되는 만큼 범죄 미화에 대한 우려가 거센 상황입니다.

무엇보다 '고난을 호소하는 주체가 피해자가 아닌 전과자라는 게 어불성설'이라는 비판도 힘이 실리는데요. '가해자 갱생 서사를 흥행 요소로 판단하면서 피해자들에 대한 2차 가해가 되는 거 아니냐'는 취지의 의견도 잇따릅니다.

한때 불우(?)했던 과거를 딛고 성공한 이들에 관한 이야기는 방송가의 단골 소재였습니다. 방황하던 청년이 일련의 사건을 겪고 마음을 다잡고 끝내 성공을 거머쥐어 카타르시스를 안기는 내용 말입니다.

대표적인 예가 가수 김호중입니다. 김호중은 학창 시절 조직폭력배와 어울리는 등 방황을 거듭했지만, 은사를 만나 성악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는 각종 콩쿠르에서 입상하는 등 실력을 떨쳤고, SBS 예능 프로그램 '놀라운 대회 스타킹'에 출연하면서 얼굴을 알렸는데요. 영화 '파파로티'의 모델도 김호중입니다. 주인공 장호(이제훈 분)은 막막한 가정환경으로 일찍이 주먹세계에 입문, 건달이 됐지만 천부적인 노래 실력을 지닌 데다가 성악가라는 꿈만은 잊지 않는 인물입니다. 그가 은사 상진(한석규 분)을 만나 성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고, 다시 태어나는(?) 이야기를 담은 전형적인 갱생의 이야기죠.

이 같은 서사는 김호중이 스타덤에 오르는 데 분명 조력했습니다. 가수로 데뷔한 후 여러 매체를 통해 은사에 대한 애정과 감사를 표해온 김호중인데요. 2020년 방송된 TV조선 인기 트로트 오디션 프로그램 '내일은 미스터트롯'에선 자신의 인생을 바로잡아준 은사에 대해 감사의 무대도 꾸몄습니다. 그는 방송에서 최종 4위를 기록하며 '트바로티'(트로트+파바로티의 합성어)라는 별명도 얻었습니다.

다만 김호중은 현재 음주 뺑소니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과거 난투극 영상도 공개되면서 일부 팬들을 제외한 대중은 등을 돌린 상황인데요. 이 과정에서 "진정한 갱생은 불가능한 것인가"라는 다소 심오한(?) 토론도 온라인상에서 벌어져 눈길을 끌었습니다.

감동적인 갱생 서사를 노렸다가 '흑역사'로 각인된 방송도 있습니다. 2013년 SBS 추석 특집 예능 '송포유'가 주인공인데요. 비행 청소년들을 음악으로 갱생시키겠다는 '공익성 예능'을 표방했지만, 특별한 청소년 관련 전문가 없이 기획된 탓이었을까요, 출연한 학생들의 죄질이 너무 심각했던 탓이었을까요. 조악한 연출, 비행 청소년들의 악행 경시 지적을 받은 것도 모자라 비행 청소년에 대한 인식이 나빠질 대로 나빠졌다는 비판 속에 퇴장한 바 있습니다.

방송 인터뷰에는 학생들이 "폭행으로 전치 8주 상처를 입혔다", "그냥 한 대 쳤더니 기절하더라", "애들을 땅에 묻었다" 등 말하는 장면이 여과 없이 전파를 탔습니다. 방송 이후 온라인상엔 실제 피해를 입은 학생이라는 네티즌도 등장했는데요. 한 네티즌은 "저를 괴롭혔던 학생이 합창단으로 선발돼 프로그램에 출연했다. 방송을 보다가 울었다"며 "그 학생의 괴롭힘 때문에 학교 복도를 돌아다니는 것조차 무서웠다. 그 학생을 다른 이미지로 포장한다는 게 어이없다"고 토로했죠.

특히 해당 프로그램에 출연한 한 학생이 압구정역 롤스로이스 차량 돌진 사건의 가해자로 밝혀지면서 방송도 최근 재조명받았습니다.

▲(출처=ENA '백종원의 레미제라블')
▲(출처=ENA '백종원의 레미제라블')

"생계형 범죄일 수도"…방영 이후 대중 반응 어떨까

최근 대중 사이에서는 '전과'에 대한 반감이 어느 때보다 강한 것으로 보입니다. 각종 예능·드라마 등 출연자 계약서에 매번 새로운 조항이 추가되고 있는 게 이를 뒷받침하는데요. 복수의 방송 관계자에 따르면 전과는 물론 방송에 지장이 될 만한 논란이 발생할 경우 모든 책임을 출연자가 진다는 조항도 포함한 계약서도 속속 포착됩니다.

특히 비연예인이 출연하는 연애 프로그램은 심층 면접을 통해 사실관계를 보다 엄격히 확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최근 인기 연애 리얼리티 '나는 SOLO'(이하 '나는 솔로')는 23기의 한 여성 출연자에게 전과가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온라인 커뮤니티가 발칵 뒤집혔고, 방송 측은 '통편집'을 결정한 사건이 있었는데요. 제작진은 출연자 검증이 완벽하지 못했다고 고개도 숙였죠.

대중의 도덕적 기준은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일반적인 상식과 법의 괴리감도 몸집을 키웁니다. 이때 소년범과 함께 등장한 '백종원의 레미제라블'도 비판을 피하지 못한 건 자연스러운(?) 일이었죠.

다만 아직 첫 방송을 시작하기도 전인 만큼, 방송을 보고 평가해도 늦지 않는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일부 네티즌들은 "생계형 절도범일 수도 있다", "방송 전 화제성을 위한 전략 아닐까" 등의 의견과 함께 일단 방송 내용을 확인해보자고 말했는데요.

제작진 역시 비슷한 반응을 내놨습니다. 뉴스1에 따르면 "방송이 아직 많이 남았다. 방송으로 봐주시면 좋을 것 같다"는 짧은 입장을 전했죠.

논란 속에 포문을 열 '백종원의 레미제라블'은 30일 오후 8시 30분 첫 방송됩니다. 제작진이 '방송으로 봐달라'는 소년범의 이야기는 무엇일지, 진정한 갱생으로 대중의 공감을 얻을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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