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박한 ‘제로에너지’ 아파트 시대에 공사비 인상 우려…업계ㆍ정부는 '동상이몽'

입력 2024-11-11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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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부터 30가구 이상 민간 아파트에 제로에너지 건축물 인증이 의무화됨에 따라 건설업계에서 공사비 인상 우려가 확대되고 있다. (연합뉴스)
▲내년부터 30가구 이상 민간 아파트에 제로에너지 건축물 인증이 의무화됨에 따라 건설업계에서 공사비 인상 우려가 확대되고 있다. (연합뉴스)
고금리 기조 속 인건비와 원자재 가격이 동시에 오르며 공사비 인상이 계속되는 가운데 내년부터는 상승 폭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민간 공동주택 신축에 제로에너지 건설 기준이 적용되면서다. 친환경 자재 사용 등을 이유로 건축비가 오르는 만큼 건설업계 또한 적정 공사비 책정을 고심할 것으로 보인다.

11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내년부터 30가구 이상 민간 아파트에 제로에너지 건축물 인증이 의무화된다. 제로에너지 건축물은 에너지 부하를 최소화하고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해 에너지 소요량을 최소화하는 녹색건축물을 말한다. 에너지 자립률에 따라 1~5등급으로 나뉜다.

‘친환경 주택 건설기준’은 2009년 제정 이후 차례로 강화됐다. 2020년에는 연면적 1000㎡ 이상 공공건물에, 지난해부터는 500㎡ 이상의 공공건물과 30가구 이상의 공공주택은 의무적으로 5등급 인증을 받도록 했다. 5등급 인증을 위해선 에너지자립률 기준(20% 이상~40% 미만) 외에도 △에너지효율등급 인증등급 1++이상 △건축물에너지관리시스템(BEMS) 설치 등의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내년부턴 5등급 인증 의무화 규정이 민간 아파트까지 확대 적용된다. 당초 올해 시행 예정이었으나 경기 침체로 실적 부진을 겪는 건설업계를 고려해 1년간 유예됐다.

이에 단열 성능과 신재생에너지 활용도를 높인 새 건축 기준에 따라 주택을 지어야 한다. 예컨대 현관문과 창호의 기밀 성능은 1등급을 획득해야 하고, ㎡당 연간 1차 에너지 소요량(에너지 생산·운반 과정에서 나타나는 손실을 고려한 소비 규모)은 현재 120kWh(킬로와트시)에서 100kWh로 줄여야 한다.

국토부는 제로에너지 건축물 성능 강화시 공사비는 ‘국민평형’으로 불리는 전용면적 84㎡ 기준 약 130만 원이 추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가 예상하는 공사비 인상 폭은 이보다 훨씬 크다. 대한건축학회가 공공건물 50여 개의 공사비 세부내역서를 조사한 결과 5등급을 충족하는 제로에너지 건축물을 지을 때의 공사비는 기존 대비 26~35%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업계에선 제로에너지 건축물 인증이 본격화되면 공사비 상승으로 인한 갈등은 불가피하다고 입을 모은다. 정부가 9월 공사비 인상으로 인한 사업 지연 등의 문제를 차단하기 위해 내놓은 ‘건설공사비 안정화 방안’도 실효성을 잃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건설공사비지수는 129.71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2% 올랐다. 2020년 평균 100대를 유지하던 공사비지수는 지난해 평균 127.9까지 껑충 뛰었다. 최근 3년간 연평균 인상률은 8.5%다.

이미 서울 주요 지역에선 3.3㎡당 공사비 1000만 원이 남의 얘기가 아니다. 서울 서초구 신반포22차 재건축 조합은 3.3㎡당 1300만 원으로의 공사비 증액을 요청한 시공사 현대엔지니어링과 감액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대우건설은 여의도 공작아파트 재건축공사를 수주하며 3.3㎡당 1070만 원에 조합과 도급계약을 맺었다.

이종성 LH토지주택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앞으로 국내 아파트는 용적률이 높고 고층인 형태로 공급될 수밖에 없는 점, 태양광 시스템의 효율적인 사용과 주택의 디자인과 비용 효율 등을 고려하면 내년부터 민간 공공주택에서의 제로에너지 5등급 인증은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이 같은 공사비 인상 우려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민간 공동주택은 공공주택보다 완화된 설계기준이 적용될 예정”이라며 “매년 22만 원의 에너지 사용료가 절감되는 것을 감안하면 5년 7개월 이내에 회수가 가능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2030년부터 공공과 민간에서 연면적 500㎡ 이상 건축물을 짓는 경우 제로에너지 건축물 인증을 의무화하는 로드맵을 수립한 바 있다. 계획이 이행될 경우 2030년 제로에너지건축물 시장은 규모는 약 93조 원에서 107조 원까지 성장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이를 위해선 추가 공사비로 인한 건설사의 이익 감소를 상쇄하기 위한 별도의 인센티브 지급 필요성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이홍일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법적으로 친환경 건축에 따른 보조금을 지급할 수 있는 근거는 있으나 재원 한계로 현재까지는 매우 제한적으로만 시행되고 있다”며 ”제로에너지건축 활성화의 핵심은 공사비 예산 확충이기에 보조금 지급, 공사비의 저리 융자, 세제 혜택, 건축규제 완화 등 추가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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