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 최초 구매자도 38세 최고치
초저금리 시절 거래된 물량 묶인 탓
“젊은층, 부모 집으로 돌아오거나 안 떠나”
갈수록 미국 부동산 시장에서 젊은 층이 설 자리가 좁아지고 있다. 최근 1년 새 주택 구매자와 판매자 모두 역대 최고령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4일(현지시간) 마켓워치에 따르면 전미부동산중개인협회(NAR)는 주택 구매자와 판매자를 대상으로 한 연간 보고서(2023년 7월~2024년 6월)에서 1년간 미국에서 주택을 판매한 사람의 평균 연령이 63세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평균 연령은 약 20년 전 40대 후반을 기록했지만, 1년 전 60세까지 오르더니 이번에 최고령을 경신했다.
전체 구매자 평균 연령도 1년 새 49세에서 56세로 올라 역대 가장 높게 집계됐다. 생애 첫 주택 구매자는 38세로 1년 전 기록보다 세 살 더 많아졌다. 최초 구매는 1980년대만 해도 20대 후반이면 할 수 있었지만, 이젠 마흔이 다 돼야 가능한 것이 됐다. 재구매자는 평균 61세로 집계됐다.
구매자 평균 소득도 전부 늘었다. 전체 구매자 평균 소득은 연 10만8800달러(약 1억4984만 원), 최초 구매자 소득은 9만7000달러, 재구매자 소득은 11만4300달러로 각각 집계됐다.
생애 첫 구매가 전체 주택 거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년 전 32%에서 24%까지 하락했다.
인플레이션과 통화정책 변동성, 경기둔화 우려 등이 맞물린 미국에서 부동산 보유는 소비자에게 강력한 재정적 완충재 역할을 하고 있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현재 주택 자산의 전체 가치는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약 135%에 달한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 대유행) 시절 초저금리 대출로 주택을 구매한 사람들이 새로운 주택담보대출(모기지)을 받을 이유가 사라지면서 주택 매물이 묶이게 됐다. 부동산 중개업체 레드핀에 따르면 30년물 모기지 금리는 지난주 평균 연 7%를 기록했다. 젊은 층이 매물을 찾기가 어려워진 이유다.
여기에 은퇴예정자가 은퇴에 앞서 가족이나 친구들이 사는 곳 가까이 이사하는 경향이 있어 판매자 역시 고령층에 집중되는 모습이다. 그 결과 2000~2008년 한 집에 머무는 평균 기간이 6년이었던 데 반해 현재는 10년으로 늘어났다.
NAR의 제시카 라우츠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주택시장은 시장에 진입하려 애쓰는 신규 구매자와 현금으로 구매하는 기존주택 보유자로 나뉜다”며 “주택 거래가 가능한 사람들이 시장을 지배하게 되면서 구매자와 판매자의 평균 연령이 상승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도저히 집을 살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하면서 많은 젊은이가 가족들과 사는 것을 선택하고 있다”며 “이는 비용 절감이 주요인으로, 이들은 엄청난 임대료와 집값으로 인해 부모 집으로 돌아오거나 본가를 절대 떠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