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금리 정상화 시대 진입에…좀비기업 퇴출ㆍ가계빚 상승 ‘페달’

입력 2024-10-22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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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좀비기업 도산 1만 건 넘어설 전망
가계 부채, 작년 21년 만에 소득 추월
“올해도 지속…가계, 금리 리스크 준비 미흡”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가 6월 14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도쿄/로이터연합뉴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가 6월 14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도쿄/로이터연합뉴스

일본이 30년가량의 초저금리 기조에서 올해 금리 있는 세계로 들어서자 벌써부터 기업과 가계에 대한 압박이 가시화되고 있다.

번 돈으로 겨우 이자비용을 내며 목숨을 연명해온 ‘좀비기업’ 퇴출이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 가계 부채는 최근 주택가격이 급등하자 대출이 늘면서 21년 만에 소득을 앞질렀다.

블룸버그통신은 21일(현지시간) 신용조사 업체인 도쿄상공리서치의 이달 보고서를 인용해 일본에서 올해 4∼9월 도산 기업 건수가 5095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도산 기업 건수가 5000건을 넘은 것은 2014년 4∼9월 이후 10년 만이다. 또한 연간으로는 1만 건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했다.

금융·보험을 제외한 모든 업종에서 작년보다 늘었다. 레스토랑, 호텔, 운송, 관광업 등 서비스업종에서 두드러졌다.

도쿄상공리서치는 상장기업 가운데서 좀비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14%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특히 일본은행(BOJ)이 올해부터 금리 인상에 돌입하면서 좀비기업들의 파산이 급증했다는 분석이다.

좀비기업이란 2008년 도쿄대 교수인 호시 다케오를 포함한 세 명의 교수가 만들어낸 용어로 운영상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지만 정부나 채권자의 재정지원으로 파산을 피한 기업으로 정의했다.

국제결제은행(BIS)은 10년 이상 된 기업이 이자보상비율(영업이익에서 이자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이 1 미만인 상태가 3년 이상 지속된 기업으로 지칭한다.

일본은 수십 년 동안의 초저금리와 정부의 관대한 지원으로 비생산적인 좀비기업들이 누적됐다. 일본 정부는 팬데믹 기간에는 이런 기업들에 수조 달러를 쏟아붓기도 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러한 ‘무이자, 무담보’ 대출이 최근 파산이 급증한 원인으로 보고 있다. 좀비기업들은 투자와 고용, 새로운 기업의 설립과 일자리 이동성을 제한다.

CLSA 시큐리티 재팬의 니콜라스 스미스 전략가는 “좀비기업을 정리하는 것은 그렇게 나쁜 일이 아니다”면서 “건강한 기업을 위한 새로운 길을 열 수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도산을 마냥 방치해서는 안된다는 의견도 있다. 미즈호리서치앤테크놀로지의 나오키 하토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파산 증가는 불가피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회사가 망하도록 내버려두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면서 “어떤 회사를 어떻게 도울 수 있는지 결정하는 것이 과제다”고 진단했다.

도쿄상공리서치의 미츠히로 하라다 연구책임자는 “목표는 기업 파산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부채를 줄이는 것”이라면서 “대체로 이것은 우리의 삶을 보호하는 것과 관련이 있다”고 풀이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22일 일본의 가계 부채가 21년 만에 처음으로 소득을 넘어섰다고 보도했다.

내무부의 가계 소득ㆍ지출 조사에 따르면 2인 이상 가구가 보유한 부채는 지난해 655만 엔(약 6000만 원)으로 2002년 이후 처음으로 연평균 소득 642엔을 넘었다.

또 올해 데이터도 비슷한 추세에 있고 저축 대비 부채 비율도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고 닛케이는 전했다.

주택 가격이 임금보다 더 빠르게 상승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주택담보대출 규모가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소득 대비 부채 비율이 높다는 것은 가계가 실직이나 임금 삭감이 발생할 경우 부채를 상환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임을 시사한다. 작년 말 기준 일본의 전국 주택담보대출 규모는 229조 엔(약 2093조 원)에 달한다.

문제는 많은 가계가 금리 리스크에 대처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일본 주택금융청에 따르면 일본 대출자의 약 76.9%가 변동금리형 주택담보대출을 선택했는데, 이는 기준금리가 높아지면 월 상환액이 부담이 더 커지는 것을 의미한다.

또 일본 국세청의 5월 설문조사에 따르면 변동금리형 주택담보대출을 보유한 응답자의 23.1%는 상환금 인상을 어떻게 처리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고 답했다. 다른 사람들은 저축이나 일상 지출을 줄이겠다고 말했지만 그것이 현실적인 선택인지는 불분명하다.

그렇지만 일본의 기준금리 인상은 금융소득 확대, 수입물가 완화 등 가계 전반에 수혜를 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일본은행은 기준금리 인상을 서두를 가능성이 작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 견해이다. 일본은행 올해 3월 기준금리를 올려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종료한 데 이어 7월에도 금리를 0∼0.1%에서 0.25% 정도로 인상한 바 있다.

하토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일본은행이 1~3월에 기준금리를 최대 0.5%까지 인상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1990년대 초반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며, 많은 회사가 더 많은 빚을 지거나 파산할 수 있다.

CLSA의 스미스 전략가는 “금리가 오르면 엔화가 강해지고 인플레이션이 낮아져 가계에는 약간의 여유를 줄 것”이라면서 “기업 파산 압력은 높아지겠지만 경제 전체로 봤을 때 이자율이 높아지는 것이 더 낫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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