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마켓 희망퇴직·SS닷컴 본사 이전…롯데온도 고강도 체질개선
국내 이커머스 업체 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대기업 이커머스에 비해 상대적으로 후발 주자인 쿠팡과 컬리는 실적 호조세에 힘입어 대규모 인력·인프라 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다. 반면 오프라인 유통으로 국내 쇼핑 시장을 이끌던 ‘유통명가’ 롯데·신세계 계열 이커머스 업체는 구조조정 시행 등 생존의 몸부림을 치고 있다.
2일 이커머스업계에 따르면 쿠팡은 지난달 럭셔리 뷰티 버티컬 서비스 알럭스(R.LUX)를 론칭했다. 기존의 로켓럭셔리를 독립적인 서비스로 확대한 것이다. 쿠팡은 알럭스 전용 앱을 별도로 만들었다. 명품 뷰티샵에 방문한 것과 같은 경험을 고객에게 전달하겠다는 취지다.
쿠팡은 인력과 인프라 투자에도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쿠팡은 최근 대전광역시 동구 남대전 물류산업단지에 있는 남대전 프레시 풀필먼트센터(FC)를 본격 가동했다. 약 1800억 원의 투자금이 들어간 남대전 FC는 연면적 8만8000㎡ 이상 규모로 축구장 10여개 크기다. 쿠팡은 이곳에서 근무할 1300여 명의 직원을 직고용한다.
특히 2026년까지 물류 인프라 확대에 약 3조 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대전을 포함해 광주·경북 김천 등 전국 9개 지역에 추가 물류 인프라를 구축, 1만 명 이상을 직고용할 방침이다.
새벽배송 전문 이커머스 컬리 역시 신사업인 퀵커머스 확장에 열을 올리고 있다. 컬리는 이달 서울 강남구 도곡동에 연면적 500㎡(약 151평) 규모의 PP(피킹·패킹)센터 ‘컬리나우 도곡점’을 구축했다. 현재 도곡점에서 근무할 직원 채용 절차가 진행 중인 만큼 조만간 컬리 퀵커머스 사업 권역이 서울 서북부에서 강남권으로 확장될 전망이다.
이외에도 컬리는 대규모 경력직 채용에 나서며 업계 인력을 빨아들이고 있다. 컬리는 지난달 △상품기획(MD) △마케팅 △콘텐츠·디자인 △광고영업 등 4개 분야 9개 직무의 경력직을 모집했다. 예상 채용 인원은 두 자릿수로 올 상반기에 이은 두 번째 대규모 채용이다.
이들 직군은 대규모 채용 과정으로 모집하지 않은 분야로 특히 MD의 경우 1~3년 경력까지 채용한다. 티몬·위메프(티메프) 사태 등으로 이커머스업계에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우수 인재를 선제적으로 확보, 성장동력을 마련하겠다는 계산이다.
반면 ‘유통명가’ 롯데·신세계 계열 이커머스업체는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실적 침체에 직원들까지 내보내는 등 허리띠를 바짝 졸라맨 상태다. 신세계그룹 계열사인 G마켓은 이달 11일까지 근속 2년 이상 정규직 사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는다. G마켓이 희망퇴직을 실시하는 건 2021년 신세계그룹 계열로 편입된 이래로 처음이다. 특히 7월 취임한 정형권 대표의 첫 혁신안이기도 하다. 정 대표는 취임 일성으로 ‘혁신과 재도약’을 내걸었다.
이미 한 차례 희망퇴직을 실시한 신세계그룹 계열의 SSG닷컴은 내년 2월 강남 역삼동 센터필드에서 영등포로 사옥을 이전한다. 새 사옥은 영등포시장 사거리에 있는 지하 5층, 지상 8층 규모의 KB영등포타워다. 이번 본사 이전 결정 역시 체질 개선 방안 중 하나로 꼽힌다. 영등포 신사옥의 임대료는 현재 사용 중인 센터필드의 절반 이하로 알려졌다.
롯데쇼핑 계열사 롯데온도 고강도 구조조정을 시도, 체질 개선 중이다. 롯데온은 올 5월 저성과 임직원을 권고사직한 데 이어 6월 근속 3년 이상 임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도 실시했다. 또 기존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강남 테헤란로로 사옥을 이전하는 등 고정비 절감에도 나섰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이커머스 업계에도 양극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며 “티메프 사태로 이커머스도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해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