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선 266억 당첨됐다는데"…우리나라 로또로 '인생역전' 가능할까? [이슈크래커]

입력 2024-09-24 16:48 수정 2024-10-23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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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월 15일 오후 서울 노원구의 한 로또 판매점에서 시민들이 로또 구매를 위해 줄지어 서 있다. (연합뉴스)
▲2016년 1월 15일 오후 서울 노원구의 한 로또 판매점에서 시민들이 로또 구매를 위해 줄지어 서 있다. (연합뉴스)

로또 1등? 당첨돼도 서울에 집 한 채 못 산다

1등이 매번 무더기로 나오는데… 조작 아냐?

로또복권에 대한 원성이 자자합니다. 1등 당첨금이 낮아도 너무 낮다는 건데요. 이어지는 고물가에 부동산 가격도 크게 오르면서 '로또 1등에 당첨돼도 서울에 집 한 채 못 산다'는 볼멘소리가 커지고 있죠. '인생역전'이 아니라 '인생여전'이라는 비아냥도 나옵니다.

일각에서는 조작설까지 제기했습니다. 로또 당첨 조작설이 한두 번 나온 건 아니지만, 최근 1등 당첨이 무더기로 속출하면서 다시금 고개를 든 건데요. 동행복권 측의 반복되는 해명에도 일부 네티즌은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죠.

당첨금을 상향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면서, 정부가 움직였습니다. 로또 1등 당첨금 규모 변경과 관련한 의견을 수렴하기로 한 겁니다. 설문조사를 막 게시한 상황이라 최종 검토·결정까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온라인상에서는 벌써 반응이 뜨겁습니다.

▲새해 첫 날인 1일 서울 노원구 한 복권판매점 앞에서 한 시민이 구매한 로또를 들고 있다. (연합뉴스)
▲새해 첫 날인 1일 서울 노원구 한 복권판매점 앞에서 한 시민이 구매한 로또를 들고 있다. (연합뉴스)

"로또 1등 당첨금 규모 변경, 어떻게 생각하세요?"…복권위가 물었다

24일 기획재정부 복권위원회에 따르면 복권위는 이날 국민권익위원회가 운영하는 국민생각함에 '로또복권 1등 당첨금 규모 변경, 어떻게 생각하시나요?'라는 제목의 설문조사를 개시했습니다.

복권위는 설문에서 "현재 판매 중인 로또 6/45는 814만분의 1 확률로 1등에 당첨되는 상품"이라며 "한 회당 약 1억1000만 건이 판매돼 1등 당첨자 수는 평균 12명, 1인당 1등 당첨금액은 평균 21억 원 수준"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이에 대해 로또복권 1등 당첨금 규모가 너무 작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며 "로또복권 1등 당첨금 규모에 대한 여러분의 의견을 들려달라"고 밝혔죠.

복권위는 이번 설문에서 △최근 1년 이내 로또복권을 구입한 경험이 있는지 △현재의 당첨구조에 만족하는지 △개인이 생각하는 로또복권 1등의 적정 당첨금액과 당첨자 수 등을 물었습니다.

앞서 최상목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5월 정부 세종청사에서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로또 1등에 당첨되더라도 서울에서 집 한 채도 못 산다는 지적이 있다'는 기자의 질의를 받았습니다. 이때 최 장관은 "의렴을 수렴할 만한 이슈"라며 "(기재부에) 복권위가 있으니 공청회를 하든지, 어떤 방식이든 의견을 들어보겠다"고 밝힌 바 있죠.

원론적인 수준의 답변이었지만, 복권위의 이번 설문 조사는 이에 대한 후속 조치로 풀이됩니다.

만약 이번 설문에서 당첨금을 상향해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한 것으로 나타나면 추첨할 수 있는 숫자를 늘리거나, 게임비를 올리는 방안 등이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습니다.

현재 판매 중인 로또 6/45는 1부터 45까지의 숫자 중 6개 번호를 고르는 방식으로, 게임당 가격은 1000원입니다. 따라서 고를 수 있는 숫자를 1~60 또는 1~70 등으로 넓히거나, 게임비를 인상하면 당첨 확률을 낮춰 1등 당첨금을 높일 수 있죠.

서울대 통계연구소에 따르면 1~45에서 6개의 번호를 고르는 것에서 1~70에서 6개의 번호를 고르는 것으로 바꿀 경우, 1등 당첨 확률은 814만5060분의 1에서 1억3111만5985분의 1로 약 16배 낮아지는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지난해 조세재정연구원에서도 게임당 가격의 적정 수준을 1207원으로 제안하기도 했죠.

▲지난해 6월 10일 서울 마포구 MBC 상암사옥 골드마우스홀에서 관계자들이 '대국민 로또 6/45 추첨 공개방송'을 위해 추첨 장비를 테스트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복권위원회와 복권 주관사인 동행복권은 이날 150명의 인원을 초청했다. 방청단은 추첨기 점검 등 추첨 전 준비 과정과 리허설을 지켜본 뒤 추첨 생방송을 참관하게 된다. (뉴시스)
▲지난해 6월 10일 서울 마포구 MBC 상암사옥 골드마우스홀에서 관계자들이 '대국민 로또 6/45 추첨 공개방송'을 위해 추첨 장비를 테스트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복권위원회와 복권 주관사인 동행복권은 이날 150명의 인원을 초청했다. 방청단은 추첨기 점검 등 추첨 전 준비 과정과 리허설을 지켜본 뒤 추첨 생방송을 참관하게 된다. (뉴시스)

로또 1등 당첨금 얼마?…동시 당첨자 ↑, 당첨금 수령액은 ↓

로또복권 1등은 6개 번호를 모두 맞히면 됩니다. 당첨 확률은 814만5060분의 1, 벼락을 여러 번 맞을 확률입니다.

그런데 최근 수십 명이 이 벼락을 맞았습니다. 7월 13일 제1128회 로또복권 추첨에서 '1, 5, 8, 16, 28, 33'이 1등 당첨번호로 뽑혔는데, 당첨번호 6개를 모두 맞힌 1등 당첨자가 63명 나온 겁니다. 그야말로 '무더기 당첨'이었는데요. 이는 2002년 12월 로또가 시작된 이후 최다 기록이었습니다.

안타깝게도(?) 로또복권은 동시 당첨자가 많아질수록 당첨금이 줄어드는 구조입니다. 이에 따라 1등 당첨금은 각각 4억1993만 원으로 배분됐습니다. 역대 두 번째로 낮은 1등 당첨금이었는데요. 로또 당첨금은 판매 금액의 50%를 재원으로 분배됩니다. 최근 로또 판매액이 늘어나면서, 역대 최다 1등 당첨자에도 당첨금액이 역대 최저 기록을 깨지 못한 이유도 이 때문이죠.

앞서 2022년 6월 12일 제1019회 로또복권 추첨에서는 1등이 50명 나오기도 했습니다. 지난해 3월 추첨한 제1057회 로또에서는 2등이 전국에서 664장이 나와 황당함(?)을 자아냈습니다.

세금을 잊을 순 없죠. 로또복권은 당첨금이 200만 원 이하일 때만 세금을 떼지 않습니다. 당첨금이 200만 원을 넘을 때 △200만 원 초과~3억 원 이하 22% △3억 원 초과 33%의 세금이 부과되죠. 이에 따라 1128회차 1등 당첨자들이 실수령한 금액은 약 3억1435만 원이었습니다.

추첨 직후 온라인상에서는 성토가 이어졌습니다. 네티즌들은 "로또 운이 오지 않은 게 천만다행", "로또 1등 당첨금으로 서울 아파트 매매는커녕 전세도 못 구한다", "1등 당첨자가 63명이라니, 말이 되냐" 등 회의적인 반응을 쏟아냈죠.

특히 자산가격 상승에 맞춰 로또복권 당첨금액을 상향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졌습니다. 지난해 로또 1등 당첨자들의 1인당 평균 수령금액은 약 21억 원으로 집계됐습니다. 그런데 같은 기간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4배 뛰었죠. 당시 3억 원 언저리었던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올해 6월 12억 원을 돌파했습니다.

일각에서는 조작이나 오류 가능성을 거론하는 음모론도 솔솔 퍼졌습니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특정 복권예측업체에서 전달된 번호가 여러 곳에 퍼져 무더기 당첨이 나왔다는 구체적인 주장도 제기됐죠. 실로 1128회 로또복권에 당첨된 63명의 게임 자동 여부를 보면 11게임은 자동, 나머지 52게임은 수동 방식이었습니다.

동행복권 측은 음모론을 깔끔히 일축했습니다. 일단 복권을 구매하는 이들이 늘어났기에 1등 당첨자도 자연스럽게 많아졌다는 겁니다. 통계상으로도 로또 구입 금액은 증가 추세죠.

또 복권예측업체의 당첨 번호 예측 서비스는 '상술'입니다. 로또 당첨 번호를 알려준다는 업체들은 게시물에 '최첨단 시스템', '인공지능(AI) 기술 활용', '실제 당첨 영수증', '1등 당첨자 후기' 등 키워드로 신빙성을 더하는데요. 로또복권은 매회 각각 무작위 추첨으로 당첨 번호를 내놓습니다. 이전 회차의 당첨이 다음 회차에 전혀 영향을 주지 않는 '독립 확률'로 시행된다는 건데요. 이에 과거 1등 당첨에서 많이 나온 숫자를 조합한다고 해도 당첨 확률에는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한국소비자원도 "당첨번호 예측 서비스는 사업자가 임의로 조합한 번호를 발송하는 것으로 과학적 근거가 없다”며 “당첨 보장 등 달콤한 유혹에 현혹되지 말라"고 당부했습니다.

▲3월 8일 서울 한 복권판매점에서 고객들이 줄지어 복권 구입을 기다리고 있다.기획재정부 복권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복권 발행액은 7조330억 원으로 전년(6조8898억 원)보다 2%가량 늘었다. 판매액(6조7507억 원)도 전년(6조4292억 원)보다 5% 증가했다. 복권 종류별로는 로또 판매액(5조6526억 원)이 가장 많았고 스피또 등 인쇄복권(6580억 원), 전자복권(1251억 원) 등이 뒤를 이었다. (뉴시스)
▲3월 8일 서울 한 복권판매점에서 고객들이 줄지어 복권 구입을 기다리고 있다.기획재정부 복권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복권 발행액은 7조330억 원으로 전년(6조8898억 원)보다 2%가량 늘었다. 판매액(6조7507억 원)도 전년(6조4292억 원)보다 5% 증가했다. 복권 종류별로는 로또 판매액(5조6526억 원)이 가장 많았고 스피또 등 인쇄복권(6580억 원), 전자복권(1251억 원) 등이 뒤를 이었다. (뉴시스)

"복권 가격 오르는 건 싫은데"…네티즌 사이서도 갑론을박

미국과 한국의 복권을 같은 비교 선상에 놓을 순 없지만, 미국에서는 대표적인 복권 파워볼 1등 당첨금이 '조' 단위에 이르기도 합니다. 1등 당첨자가 상금을 수령하지 않으면 금액이 무제한으로 누적돼 천문학적인 금액까지 기록하게 되는데요. 4월 초에는 암 투병 중인 라오스 출신의 미국 이민자가 무려 13억 달러, 우리 돈으로 1조8000억 원에 달하는 1등 당첨금을 수령해 화제를 빚었습니다. 또 이달 19일에는 2월 3일 진행된 슈퍼로또플러스 추첨에서 2000만 달러(한화 약 265억9000만 원) 잭폿의 주인공이 한인 장모 씨라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죠.

일부 네티즌들은 '집도 못 사는 한국 복권은 가짜'라고 비난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로또 당첨금 증액이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인데요. 우선 사행성 조장 우려가 적지 않다는 문제 때문입니다.

또 입양 아동 가족을 후원하거나 저소득층에 장학금을 지급하는 등 소외계층 복지에 복권 기금을 활용하지만, 근본적으로 국민 호주머니에서 나오는 돈으로 그 재원을 마련한다는 점에서 모든 여론이 호의적인 것도 아니죠. 로또 1등 당첨금은 극소수에게만 돌아가는데, 이를 이유로 게임당 가격을 인상했다가 거센 반발을 초래할 수도 있습니다.

로또는 서민들이 즐겨 찾는 복권입니다. 20년간 가격을 동결한 것도 이 이유에서죠. 2002년 12월 발행 당시엔 게임당 2000원이었지만, 2004년 8월부터 1000원으로 인하돼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습니다.

이에 이번 당첨금 규모 변경과 관련한 설문을 빌미로 국민 사이에서도 갑론을박이 펼쳐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벌써 온라인 커뮤니티,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는 뜨거운 토론이 오가고 있는데요. '고물가 시대에 맞춰 당첨금도 상향해야 한다'는 주장과 '세금을 줄일 생각을 해라' 등의 의견이 대표적입니다.

복권위는 다음 달 25일까지 의견 수렴을 거쳐 당첨금 상향 여부를 최종 검토하고 결정한다는 방침입니다. 다만 상향해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해도 시스템 개발, 보안성 검증 등의 절차를 거쳐 실제 로또에 반영되려면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이는데요.

서민에게 실낱같은 희망과 기대를 줄 수 있는 로또복권. 당첨금 상향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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