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너머] 검찰의 ‘脫정치’ 스스로 입증할 때

입력 2024-09-2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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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검찰과 이중 사고

▲ 사회경제부 전아현 기자 @cahyun
▲ 사회경제부 전아현 기자 @cahyun

“전쟁은 평화, 자유는 예속, 무지는 힘”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에는 ‘이중사고(double think)’라는 개념이 등장한다. 이는 상반된 두 가지 신념을 모두 받아들이는 사고방식, 즉 ‘자아가 충돌하면서도 모순된 신념을 아무렇지 않게 따르는 태도’를 뜻한다. 소설 내 절대권력인 ‘빅브라더’는 국민에게 이중사고를 강요함으로써 그들이 합리적 판단을 내리지 못하도록 한다.

16일 심우정 검찰총장이 2년 임기를 시작했다. 소위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들이 신임 총장 앞에 놓였다.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문재인 전 대통령 사위였던 서모 씨의 타이이스타젯 취업 특혜 의혹 등이다.

전‧현직 대통령 가족이 나란히 수사망에 오르면서 검찰 앞에 ‘정치’라는 수식어가 다시 붙었다. 여야가 각자의 입맛대로 수사를 해석한 영향이 크지만, 검찰도 책임을 피할 수는 없다. 사건 고발 시점으로부터 한참이 지나 수사가 시작되거나 특정 사건 수사에 갑작스레 속도가 붙으면서 ‘늑장 수사’, ‘물타기용 수사’라는 불필요한 논란을 키웠다.

정치. 검찰 수사‧기소의 공정성을 해치는 단어이자 검찰의 합리적 판단을 가로막는 단어다. 입방아에 오르내리는 신세를 탈피하기 위해 검찰이 가장 멀어져야 할 단어이기도 하다.

전임 이원석 전 검찰총장은 김 여사 수사와 관련해 “법 앞에 예외도, 특혜도, 성역도 없다”고 했다. 법치주의 원칙을 따르는 검찰의 본분을 강조한 것이다.

그럼에도 이 전 총장은 김 여사‧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과 관련된 굵직한 사건 수사에서 ‘과하게 신중해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범야권을 겨눈 검찰 수사가 확대되는 와중에 임기 내 마무리하겠다는 명품백 수수 의혹의 결론을 내지 못하면서 ‘정치검찰’이라는 야당의 지적을 피하지 못했다. 5월 검찰 고위급 인사와 7월 김 여사 조사 과정을 뒤늦게 보고받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정권과의 갈등설에 불이 붙기도 했다.

그간의 수사가 정치적이었는지 아닌지는 검찰 스스로가 가장 잘 알 것이다. 빈틈없는 수사를 했음에도 비난을 받았다면, 결백함을 충분히 소명하면 된다.

이 전 총장의 뒤를 이은 심 총장은 19일 취임식에서 “범죄 수사는 신속하게 한 치의 빈틈 없이 수행되고, 어떠한 외부의 영향이나 치우침 없이 오로지 증거와 법리에 따라서만 결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심 총장이 이끄는 검찰은 ‘정치’라는 수식어에서 벗어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러기 위해선 중립적이고 국민이 납득할 만한 수사 결과를 먼저 내놓아야 할 것이다. 검찰에 이중사고가 뿌리내리지 않았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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