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이 되면 심한 손목 통증을 호소하는 주부들이 많아진다. 가족과 친척 다수가 함께하는 시간이 길어져 평소보다 많은 양의 음식을 하거나 설거지, 청소 등 가사노동의 강도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손과 손목 사용이 갑자기 늘어나면 근육에 부담이 가중되고 다양한 증상이 발생해 ‘손목터널증후군’으로 악화하기 쉽다.
손목터널증후군은 손 저림이 지속적으로 발생해 삶의 질을 떨어트리는 가장 대표적인 수부 질환이다. 오랜 시간 반복적으로 가사노동을 하는 중년 여성에게서 빈발한다. 손과 손목의 사용이 늘어나면서 손이 저리거나 쥐가 난 듯한 느낌을 받게 되며, 바늘로 콕콕 쑤시는 듯한 통증까지 발생하면 해당 질환을 의심해 볼 수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손목터널증후군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16만1360명에 달했다. 이 가운데 남성은 4만4153명이었지만, 여성은 남성 환자의 3배에 가까운 11만7207명으로 집계됐다. 환자들의 연령대는 약 75%가 40~60대에 분포했다. 중년 여성이 손목터널증후군에 가장 취약한 집단인 셈이다.
이런 특성은 의학적인 요인과 일상생활 습관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여성은 남성과 비교하면 관절을 받치고 있는 연골이나 인대, 힘줄 등이 약해 손상에 취약하다. 특히 폐경 후 여성은 에스트로겐 등 여성 호르몬이 급격히 변화해 뼈, 연골, 인대, 힘줄 등이 빠르게 약해져 근골격계 질환에 노출되기 쉽다.
여기에 더해 여성은 일상생활 속에서 남성보다 많은 가사노동을 부담하면서 반복적으로 손목을 사용하게 된다. 이에 손과 손목 부위의 힘줄이 두꺼워지면서 손으로 가는 신경을 압박해 손목터널증후군이 발병하게 되는 것이다.
손목터널증후군 증상 초기에는 약물치료나 주사치료 등의 방법으로 증상을 호전시킬 수 있다. 그러나 치료를 지속해도 증상이 사라지지 않고 악화하거나 반복적으로 재발하는 경우, 또는 손바닥 쪽 근육의 위축이나 악력 감소가 관찰되는 경우에는 수근관을 넓혀주는 횡수근 인대절제술을 고려할 수 있다. 가벼운 손 저림이라도 증상이 1주일 이상 지속되면 수부 전문의에게 진단을 받고 조기에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손목터널증후군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손을 따뜻하게 보호해야 한다. 찬물에 손을 담글 때는 면장갑 위에 고무장갑을 끼는 것이 도움이 된다. 평소보다 손과 손목 사용이 많았거나, 미세한 통증이 느껴진다면 손목 부위에 10분에서 15분 정도 온찜질을 하는 것도 효과적이다.
짐을 옮기거나 무거운 물건을 들었다 놓는 동작이 반복되면 손목 신경이 눌려 손 저림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손목에 무리가 갈 정도의 무거운 짐을 들어야 한다면, 짐을 여러 개로 나눠 무게를 줄여서 드는 것이 바람직하다.
손을 많이 사용하는 작업을 할 때는 틈틈이 휴식을 취하며 스트레칭으로 손목을 풀어야 한다. 장기간 휴식 없이 작업을 하면 손목 인대가 늘어나거나 손목 정중신경이 눌릴 수 있기 때문이다. 1시간 작업 후 5~10분 정도 쉬면서 손목에 힘을 빼고 가볍게 흔들어 주거나, 틈틈이 팔을 수평으로 뻗어 손가락을 잡고 아래로 당기는 동작을 반복하면 도움이 된다.
홍인태 바른세상병원 수족부센터 원장(정형외과 전문의)은 “손목터널증후군 초기에는 통증이 심하지 않아 방치되는 경우가 많은데, 손 저림이 반복해서 나타나고 엄지와 검지, 중지, 환지의 절반 부위가 저리고 타는 듯한 통증과 함께 손끝이 유난히 시리고 저린 증상이 나타나면 병원을 찾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홍 원장은 “손목터널증후군은 장기간 방치할수록 엄지손가락 부분의 뿌리 근육이 약해져 집거나 쥐는 등 손의 기능이 크게 떨어지게 된다”라며 “이 때문에 조기에 진단해 빠른 치료를 실시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