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투자금 못 낸다”...한강리버버스 사업서 발뺀 ‘이크루즈’

입력 2024-11-10 14:05 수정 2024-11-10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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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강 리버버스 및 선착장 조감도. (자료 제공 = 서울시)
▲ 한강 리버버스 및 선착장 조감도. (자료 제공 = 서울시)

서울시가 내년 상반기 운항을 목표로 추진 중인 한강 리버버스 초기 투자비용을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 홀로 부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합작법인 ㈜한강버스의 공동 운영사인 ㈜이크루즈가 출자지분과 동일한 비율로 사업비를 부담하기로 했는데, 합의 이행을 하지 않은 것이다. SH공사 부담이 늘면서 민간투자사업이란 본래 취지가 퇴색됐고, 이크루즈가 투자 부담 없이 수익만 가져갈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10일 본지 취재 결과 이크루즈가 건조사업비 재원인 차입금 약 260억 원을 못 내겠다고 한 것으로 확인됐다. SH공사 관계자는 “이크루즈가 대여금에 대해 보증을 요구했는데 그건 공기업이 할 수 없는 것”이라며 “결국 이크루즈가 대여금을 못 낸다고 선언했다”고 말했다.

한강 리버버스 사업은 SH공사와 한강 유람선 독점 운영사 ㈜이크루즈가 각각 51%와 49%의 지분으로 합작법인 ㈜한강버스를 설립해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사업자 공모 형식으로 출발했으나 공공성과 전문성을 모두 확보한다는 취지에서 SH공사가 참여하는 형태로 바뀌었다.

‘서울주택도시공사 한강 리버버스 출자 시행 동의안’에 따르면 SH공사와 ㈜이크루즈가 총사업비를 출자지분과 동일한 비율로 투자하기로 했다. 20년간 총사업비는 3430억1300만 원으로 건조사업비 531억3800만 원, 운영사업비 2898억7500만 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했다. 이 중 내년 말까지 초기 투자비용(건조사업비+운영비)으로 총 717억8200만 원이 필요할 예정이라며 해양수산부 친환경선박 보조금(87억 원), 출자금(100억 원), 차입금(530억 원)으로 조달한다고 적시했다.

출자지분에 따라 ㈜이크루즈가 차입금 중 259억8800만 원을 부담해야 하지만, 안 하겠다고 발을 뺀 것이다. 이크루즈 관계자는 “사업비가 초기 계획보다 많이 늘었고 투자 조건이 최소운영수입보장(MRG)에서 최소비용보전(MCC)으로 바뀌면서 3~5년 내 투자금을 회수할 수 없을 거라고 판단해 내린 결정”이라고 말했다. 현재 조건으로는 단기간에 투자금 회수가 불가하니, 그 기간 내 회수 가능한 만큼만 투자를 하겠다는 것이다. MRG는 민간사업자가 공공사업을 운영할 때 일정한 수입을 보장해주는 반면 MCC는 운영에 필요한 비용을 보장한다. MRG는 민간사업자에게 과도한 수익을 보장해 줘 공공 재정에 막대한 부담을 초래한다는 이유로 폐지됐다.

이크루즈가 대여금 조달에서 손을 떼면서 결국 SH공사와 한강버스가 부담을 떠안게 됐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크루즈가 합의를 이행하지 않아 미래한강본부가 SH공사만 바라보고 있다”고 전했다. 당장 선박 값을 치러야 하니 SH공사가 단기 자금 제공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후 부담은 한강버스로 넘어간다. 지유택 ㈜한강버스 본부장은 “SH공사는 급한 불을 끄는 것이고 선박이 만들어지면 그걸 담보로 우리가 대출을 일으켜 갚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크루즈가 초기 투자비용 부담도 없이 공공사업에 참여해 수익만 챙겨가는 일이 발생할 수도 있다. ‘한강 리버버스 운영사업 실시 협약서’에 따르면 서울시는 사업자에게 운항결손액을 보전하기 위한 보조금(운영손실보전금)을 지원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적자가 나도 재정으로 메워주는 것이다. 주용태 미래한강본부 본부장은 “한강버스 합작법인 설립 당시 주주협약서에 패널티를 포함시켰다”며 “이크루즈 지분 49% 중 25%를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도록 조치를 취했고 이크루즈가 가진 주식에 대해 콜옵션할 수 있는 조항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이크루즈가 투자비용 부담 없이 수익만 가져가는 구조를 막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추후 상황을 보고 이크루즈가 투자를 할지 말지 결정한다는 점에서 선박비를 포함한 초기 투자비용 부담을 SH공사와 한강버스가 모두 떠안고 사업이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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