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직임보다 원인 중요…휘둘리지 말아야”
1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2년물 국채 수익률보다 낮은 수익률 곡선 역전 현상이 정상화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역사적으로 장·단기 금리 정상화 이후 침체기에 접어드는 경우가 많았던 만큼 미국 경제에 침체 신호가 깜빡이고 있는지를 판단하고 있다.
만기가 길수록 수익률이 더 높으므로 장기채 금리가 단기채보다 높은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미국 채권시장에서는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2년 만기 국채금리보다 낮은 역전 현상이 2년가량 지속됐다. 그러다 최근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가 커지면서 2년물 금리가 빠르게 내렸고 역전 현상이 해소됐다.
문제는 과거 사례를 되짚어봤을 때 역수익률 해소가 경기 침체 진입을 예고하는 경우가 많았다는 점이다. 최근 경기 침체인 2001년 닷컴버블, 2007년~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2020년 코로나19 사태 등 모두 장·단기 국채 금리 역전 현상이 해소된 뒤 시작됐다.
하지만 2년 전에도 투자자들은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이 일어나자 이를 명백한 침체 신호로 간주했다. 물론 이러한 우려는 보기 좋게 빗나갔다. 미국 경제는 침체에 빠지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수익률 곡선 공식이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며 이번에도 미국 경제가 또 다른 침체 신호인 수익률 곡선 정상화를 비껴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수익률 곡선의 움직임보다 그 원인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번 수익률 역전 해소에는 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가 배경에 있다.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 인하할 것이 확실시되면서 단기채 금리가 급락했다. 연준이 단순히 목표치에 근접한 인플레이션 수치 때문에 금리 인하에 돌입하기로 했다면, 이는 이상적인 연착륙이지 침체 신호가 결코 아니라는 분석이다.
수익률 곡선 역전 현상과 그 해소가 침체 신호로 여겨지게 된 것 또한 연준과 연관이 깊다. 최근 60여 년간 연준이 금리를 대폭 인상했을 때는 경기 침체가 일어나는 경우가 많았고, 대폭적인 금리 인하에 착수했을 때 역시 침체가 임박했거나 이미 시작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수익률 역전의 대부분은 금리 인상 때문에 발생하기 때문에 경기 침체의 전조처럼 보이고, 역수익률 해소는 연준의 금리 인하에 따라 나타나기 때문에 이 또한 경기 침체의 전조처럼 보이게 된 것이다.
현재 선물 시장은 연준이 내년 말까지 2.5%포인트 이상 금리를 낮출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경기 침체가 일어나지 않았다고 보기에는 큰 폭의 금리 인하다.
제임스 매킨토시 WSJ 시장 담당 수석 칼럼니스트는 “투자자들은 수익률 곡선에 너무 휘둘리지 않는 것이 좋다”며 “현재 수익률 곡선이 나타내는 것은 이미 우리가 알고 있는 것(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일 뿐, 진짜 알고 싶은 것(경기 침체 임박 여부)은 알려주지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