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세계 스포츠 G2의 브랜드 경쟁

입력 2024-09-11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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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1위 나이키 혁신 주춤한데
외국자본과 합작한 中 업체는 약진
미중 패권경쟁 전방위 확산 ‘주목’

2024년 파리 올림픽에서 미국과 중국 두 나라는 금메달 개수에서는 마흔 개로 동률을 기록했다. 전체 메달 수에서는 미국이 126개로 91개인 중국을 다소 앞섰지만, 양국 모두 다른 나라를 압도하면서 스포츠 분야에서도 명실상부한 G2임을 보여주었다. 올림픽 경기 내내 치열하게 경쟁하였지만, 양국의 주 종목은 뚜렷하게 갈렸다. 스포츠 종목에서의 디커플링이다. 미국은 육상과 경영에서 각각 14개, 8개의 금메달을 가져갔고, 중국은 다이빙과 탁구에서 전 종목 금메달(각각 8개, 5개)을 석권하였다. 미국은 다이빙에서 은메달 한 개, 중국은 48개의 육상종목에서 금 하나, 은 하나 그리고 동메달 세 개만을 가져갔다.

올림픽에 출전한 각국 선수들은 움직이는 광고판이다. 그들이 착용한 운동복과 신발의 브랜드는 끊임없이 카메라에 노출된다. 미국 나이키는 전 세계 시장점유율 1위를 기록하는 스포츠 브랜드로 2위 업체인 아디다스보다 매출액이 두 배에 육박한다. 그런데 올 상반기 실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였고, 증권가 평가도 부정적이다. 나이키가 과거의 혁신성을 잃어버렸고, 과거 영광에 기댄 마케팅 전략도 잘못되었다는 지적이다.

미국 특허청(USPTO) 통계를 분석해보니 나이키의 기술 특허 출원은 2010년대 후반에 정점을 기록하였고, 그 이후에는 줄어드는 추세를 보였다. 이에 비해 디자인 특허는 2020년대 들어 더 늘어났다. 큰 기술에 투자하기보다 자잘한 상품 변화에 신경을 썼다는 뜻이다. 나이키가 혁신성에서 박한 점수를 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나이키의 빈틈을 파고든 업체는 뉴발란스와 신생 업체인 호카(HOKA), 온(On) 등이다. 이들 브랜드는 나이키가 대중성과 편안함에 안주할 때 기능성을 향상한 제품을 출시하였고, 소비자의 호응을 끌어냈다(지난달 유럽을 다녀왔는데 길거리에서 신생 브랜드 신발을 쉽게 볼 수 있었다).

한편, 중국의 간판 스포츠 브랜드는 리닝(Lining)과 안타(Anta)이다. 리닝은 중국의 전설적인 육상 선수 이름인데, 그가 자신의 이름으로 브랜드를 내놓았다. 파리 올림픽에서는 중국의 탁구와 배드민턴 대표팀이 리닝의 운동복을 착용했다. 안타는 메달 시상식에 참여하는 자국 선수 유니폼을 제공하였다. 리닝 브랜드의 노출 빈도가 높아 보이지만 실제 매출액은 안타가 리닝의 두 배에 달한다. 중국 시장만 놓고 보면 안타는 세계 스포츠 브랜드의 절대 지존인 나이키마저 제쳤다. 2023년 매출액 기준으로 안타는 623억 위안, 나이키 522억 위안이었다.

그런데 안타의 경영 성과에는 보충 설명이 필요하다. 나이키, 아디다스 심지어 리닝까지도 사실상 하나의 브랜드만 갖고 있지만, 안타는 멀티브랜드 업체다. 2023년 안타의 매출액 624억 위안 가운데 안타 브랜드의 점유율은 49%이고, 나머지 51%는 휠라, 데상트, 코오롱 등 글로벌 브랜드와 공동으로 설립한 중국 법인에서 나왔다. 안타라는 자체 브랜드와 글로벌 브랜드의 중국 법인이 힘을 합친 결과, 적어도 중국 땅에서는 안타가 일인자이고, 나이키는 넘버 투로 밀렸다.

또한 안타는 2018년 글로벌 스포츠 대기업인 에이머(Amer)를 인수합병하였다. 에이머는 테니스와 야구용품으로 유명한 윌슨, 등산용품 업체인 살로몬 등 다수의 스포츠 브랜드를 소유한 기업이다. 세계 소비자들이 중국 시장에서 안타가 나이키를 제쳤다고 안타 운동화를 구매하지는 않겠지만, 안타가 소유한 다양한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제품은 계속 구매할 가능성이 크다. 나이키는 약점을 드러냈고, 중국 자본이 소유한 글로벌 브랜드는 그 빈틈을 노린다.

미·중 전략경쟁에서 미국은 중국을 직선적으로 거세게 몰아붙이는 전략을 편다. 이에 맞선 중국의 전략은 피아 구분을 모호하게 하면서 세계 각지에 유리한 거점을 마련하는 방식이다. 스포츠도, 스포츠 브랜드에도 국경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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