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감 후] 인텔의 몰락과 삼성전자의 교훈

입력 2024-09-11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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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 밀러가 쓴 베스트셀러 ‘칩워, 반도체 전쟁의 최후 승자가 될 것인가’에는 인텔에 관한 얘기가 자주 등장한다. 초반에는 인텔의 혁신을 극찬하다가 후반부로 갈수록 인텔에 대해 쓴소리를 내놓는다.

“인텔은 트랜지스터가 축소되는 새로운 시대를 기회로 삼기보다는 주도권을 낭비해 버렸고, 인공지능에 필요한 반도체 아키텍처의 거대한 변화를 놓쳤으며, 그 후 제조 공정을 엉망으로 만들고 무어의 법칙을 지켜나가는 것도 실패했다.”

'칩워'가 출간된 게 지난해 6월이었는데, 인텔의 몰락은 현재 진행형이다. 오히려 당시보다 더 암울하다.

인텔은 2분기에만 16억 달러(약 2조1500억 원)에 달하는 대규모 영업손실을 냈다. 곧바로 1만5000명 해고와 1992년부터 지속해온 배당 중단 계획을 발표해 충격을 줬다. 이달에는 이사회를 열어 파운드리(칩 위탁생산) 사업을 분할해 매각하는 안까지 포함해 강도 높은 쇄신안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1970년대 후반부터 50년 가까이 중앙처리장치(CPU) 시장을 장악했던 인텔은 퀄컴에 모바일용 반도체 시장의 주도권을 뺏겼다. 인공지능(AI)칩 열풍 속에서도 인텔은 변방에 머물렀다.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가 생성형 AI 서비스를 지원하는 핵심 칩으로 시장을 평정하자 인텔의 몰락에 속도가 붙었다. 야심 차게 재추진한 반도체 파운드리 사업은 다시 접어야 할 지경이다.

반도체 개척자로 1992년부터 2016년까지 왕좌를 지켰던 인텔의 몰락은 삼성전자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메모리 반도체 세계 최강 자리를 지키던 삼성전자는 고대역폭 메모리(HBM) 시장에서 주도권을 뺏기며 위기에 처했다.

파운드리는 어떨까. 삼성전자의 올해 2분기 전 세계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13%에 그쳤다. TSMC는 무려 62%에 달하는 점유율로 압도적인 1위다. 두 회사 점유율 차이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2030년까지 삼성전자를 제치고 파운드리 업계 2위로 도약하겠다던 인텔은 사실상 항복 선언을 했다. 이는 삼성전자 점유율 방어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TSMC의 독주가 더 굳건해졌다는 평가에 무게가 실린다.

특히 삼성전자와 인텔과 같은 종합 반도체 기업이 오로지 파운드리만 하는 TSMC를 넘기에는 구조적으로 어렵다는 분석도 많다.

크리스 밀러는 '칩워'에서 인텔 파운드리 사업에 대해 “인텔은 앞서가는 기술력과 막대한 생산 역량 등 주요 파운드리 기업이 되기에 충분한 요소를 다 지니고 있었다. 하지만 파운드리 기업이 되는 것은 엄청난 문화적 변화가 필요한 일이었다”며 “TSMC는 스스로 칩을 설계하지 않았으므로 고객과 경쟁할 일이 없었다. 그에 비해 인텔은 거의 모든 기업을 경쟁 상대로 바라보는 반도체 업계의 거인이었다”고 썼다.

삼성전자 역시 사정은 비슷하다. 종합 반도체 기업의 틀을 바꿀 수 없다면, 결국 기술력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 최신 공정 기술 개발과 수율로 TSMC에 버금가는 경쟁력을 입증해야 빅테크 수주 물꼬를 틀 수 있다.

기업 문화의 변화도 필요하다. 인텔 몰락의 근본 원인도 비대한 인력과 안일해진 기업 문화에서 비롯됐다. 인텔 이사회에서 최근 사임한 립부 탄 전 케이던스 CEO는 떠나면서 “인텔의 관료적 문화에 염증을 느꼈다”는 말했다.

삼성전자 역시 과거 치열했던 기업 문화가 희미해졌다는 건 공공연한 사실이다. 위기 극복의 구원투수로 합류한 전영현 부회장이 임직원들의 일하는 문화를 강하게 질책했던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이건희 선대 회장이 외쳤던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꿔라"까지는 아니어도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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