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품아’는 복불복”…정비계획ㆍ교육청 심사 시차에 입주예정자만 ‘발 동동’

입력 2024-09-05 16:02 수정 2024-09-05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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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 단지'로 불리는 '올림픽파크포레온'(둔촌주공 재건축) 단지 내 분교 중학교 설립이 추진되는 가운데 입주 예정자의 반대가 커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 단지'로 불리는 '올림픽파크포레온'(둔촌주공 재건축) 단지 내 분교 중학교 설립이 추진되는 가운데 입주 예정자의 반대가 커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준공이 가까워진 정비사업 단지들의 학교 신설이 잇따라 무산되면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자녀의 안전한 통학을 이유로 이사를 선택했지만 뚜렷한 대안이 없는 탓에 학부모들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5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올 11월 입주를 앞둔 올림픽파크 포레온(둔촌주공 재건축) 단지 내 ‘도시형 캠퍼스’ 형태의 중학교 분교 설립이 추진된다.

둔촌주공 재건축 조합은 2014년 서울시교육청에 학교용지를 기부채납하기로 하고 단지 내 중학교를 신설할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2020년 교육부 중앙투자심사위원회는 새로운 학교를 지을 만큼 학령인구가 많지 않다며 중학교 신설 ‘부적정’ 판정을 내렸다.

당초 입주예정자들 사이에선 인근의 다른 중학교를 이전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으나 주변 주민 반대로 실현되지 못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입주예정자들이 우려하는 과밀학급 해소나 통학 여건 개선이 필요하다고 판단, 기부채납 학교용지에 도시형 캠퍼스를 짓기로 했다. 소규모 학교의 장점을 살리고 학교 운영과 교육재정의 효율성을 확보하기 위해 설립·운영하는 분교 형태의 학교다.

입주예정자들은 이 같은 결정에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입주를 앞둔 A씨는 “아이들이 길 건너 3개 학교에 뿔뿔이 흩어져 배정된다는데 좋아할 부모가 어디 있느냐”며 불만을 표했다. 또 다른 입주예정자 B씨도 “신설 없이 분산 배정을 하면 결국 인근 학교들도 올림픽파크포레온 사는 아이들로 꽉 차 주변 단지 학생들 모두 과밀학급에 시달릴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시 서구에 위치한 루원시티도 비슷한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루원시티는 인천시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공동으로 시행한 도시개발사업으로, 총 9500여가구가 입주 예정이다. 당초 초등학교 신설용으로 계획됐던 부지가 상업용지로 전환되면서 이 지역에 사는 아이들은 학교에 가기 위해 20분이 넘는 거리를 걸어야 하는 상황이다.

인천시와 LH는 사업성을 높이기 위해 불가피하게 학교용지로 계획된 땅의 용도를 전환해 민간사업자에게 매각했으며 이 과정에서 법적 문제는 없었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입주예정자들인 루원시티정상화추진위원회는 지난 달 하순 인천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멀쩡한 초등학교 용지를 상업용지로 바꿔 아이들의 통학권과 학습권을 팔아넘긴 것”이라며 “초등학교 설립 가능한 용지를 찾아 복원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입주를 코앞에 두고 학교 신설을 둘러싼 갈등으로 발목이 잡힌 단지는 한두 개가 아니다. 최근 분양에 나선 서초구 ‘디에이치방배’(방배5구역 재건축)은 당초 지난해 일반분양할 예정이었으나 교육부가 수요 부족을 원인으로 학교 신설 부적격 판단을 내리며 일정이 꼬였다. 학교용지에 타 용도의 시설을 지으려면 인허가부터 새로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은평구 갈현1구역 재개발 사업도 학교부지를 확보했지만 교육청이 더 넓은 부지가 있어야 초등학교 신설이 가능하다는 의견을 제시, 결국 학교용지 계획 자체가 수포로 돌아갔다. 성동구 응봉1구역, 동대문구 이문4구역, 은평구 응암2구역 등도 학교 신설 계획이 취소됐다.

시행자는 300가구 이상 개발사업을 추진하려면 관련 법에 따라 시도교육감과 협의해 적정 규모의 학교 용지를 확보해야 한다. 반면 학교 신설을 둘러싼 교육부 중앙투자심사는 정비계획 고시로부터 수년이 지난 관리처분인가 직전에 진행된다. 관리처분인가 후 용지 이용계획을 바꾸려면 주민공람, 의견 청취 등의 절차를 처음부터 다시 거쳐야 해 불필요한 사업 지연을 초래한다는 비판이 일었다.

서울시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해 10월 ‘학교시설 결정 방안’을 개선, 교육부 중앙투자심사를 통과한 경우에만 학교용지로 결정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개선안 시행 전 학교용지계획을 수립했거나 경기, 인천 등 타 지방자치단체에 위치한 단지에는 이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학교 신설은 해당 지역의 학령인구와 교사수급 등의 여러 요인을 감안해서 결정되는 사안”이라며 “추후 여건 변화에 따라 변동될 여지는 있지만 현재로서는 교육당국의 결정을 존중하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학교 설립에 관한 논쟁을 줄이고 시행자와 입주예정자, 교육청 사이의 이견을 좁히기 위해서는 학교수요 추정방법이나 학생유발률 산정에 대한 신뢰성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현재 교육청의 학교 설립 계획은 입주 가 구수에 학생 유발계수를 곱한 결과를 기반으로 하는데, 이 수치가 실제 학령인구를 대변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LH토지주택연구원 관계자는 “학령인구 추산에 앞서 사업지구 주변 지역의 학교운영 현황과 여유 교실 발생 추세를 반드시 확인해야 하며, 초기 학교배치안에서 각 학교의 통학 구역 단위로 주택 유형과 평형별 주택 수를 기초로 유발되는 학생을 산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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