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29일 정부가 추진하는 의료개혁과 관련해 “당정 갈등 프레임은 사치스럽고 게으르다”며 “누가 옳으냐 보다 무엇이 옳으냐에 집중해달라”고 했다. 이는 한 대표가 당 소속 의원 전원이 참석하는 당 연찬회에서 모두발언만 한 채 비공개 일정을 이유로 자리를 떠났다 돌아온 뒤 한 말이었다.
한 대표는 이날 오후 당 연찬회가 열리는 인천국제공항공사 인재개발원에서 짧은 인사말을 한 뒤 비공개 일정이 있다며 연찬회장을 떠났다. 이날 연찬회에는 이주호 교육부총리와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이 의료 개혁 추진 계획을 보고한 뒤 질의응답 하는 시간이 있었지만, 이를 뒤로하고 비공개 일정을 소화한 후 저녁에 복귀하겠다는 입장을 알렸다.
첫 보고자로 나선 장상윤 수석은 “우리가 만약 과학적 근거 없이 의료계에 굴복해서 의대 정원을 다시 변경하거나 뒤집는다면 이를 지켜보고 있는 국민들이 굉장히 실망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내년도 입학정원이 확정된 점을 강조하며 “이런 상황에서 이 문제가 다시 논의되거나 테이블에 오르는 것 자체가 대학 입시를 치러야 하는 학생이나 학부모 입장에서는 굉장히 충격적 요인이 된다”며 “2026학년도 정원도 법령에 따라서는 1년 10개월 전에 공포하게 돼 있다”고 강조했다. 한 대표가 ‘2026학년도 증원 유예안’을 중재안으로 제시했던 점을 의식한 발언으로 해석됐다.
조규홍 장관은 최근 ‘응급의료 위기설’을 다룬 언론 보도와 관련해 “하나하나 보면 과장된 게 많다”며 “응급실 붕괴 같은 것은 사실이 아니다. 우리는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 재유행에 따른 우려에 대해서도 “분석해보니 응급실을 찾는 환자의 95%가 중증 이하다. 그렇게 급하지 않은 분들이 찾아온다”고 했다. 그러면서 “언론을 보면 응급실의 여러 문제점이 의대 증원 발표 이후 생긴 것처럼 말하지만, 이것은 구조적 문제, 계속 일어난 문제”라며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의료 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강의가 끝난 뒤 추경호 원내대표는 “응급실 뺑뺑이 문제, 중환자들의 진료 수술 등 치료가 늦어지는 문제, 인력 수급과 관련해서 내년 이후에 정상적인 교육이 가능하겠냐 등의 문제, 추석 즈음에 응급 환자들이 통상적으로 늘어나는데 현장 대응이 가능하겠냐는 질문들이 있었다”며 “대체로 정부에서 치밀하게 준비하고 있고 유연하게 대응하고 있다는 설명들이 있었다”고 했다.
그는 “대체적으로 의원들도 공감했고, 특히 의료개혁의 필요성에 관해선 대체적으로 공감했다”며 “다만 실행과정에 걱정의 목소리가 있어 이런 부분을 유의해서 차질없이 진행되게 해달라는 했다”고 전했다. 다만 한 대표가 제안한 2026년 의대증원 유예안과 관련한 직접적인 질문은 없었다고 했다.
이후 저녁께 연찬회장으로 복귀한 한 대표는 ‘당정 소통의 기회인 강의에 빠진 이유’를 묻는 질문에 “당정 소통은 중요한 것이 아니다”라면서 “국민 건강과 생명이 관련된 사안에서 당정 갈등 프레임은 사치스럽고 게으른 것이라고 본다”고 했다. 그러면서 “누가 옳으냐 보다 무엇이 옳으냐에 집중해달라”며 “국민의 불안감을 해소해주기만 하면 중재안이나 타협책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개혁 브리핑에 대해선 “보지 못했지만, 국정개혁을 위한 대통령의 의지를 보여준 회견이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