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상제 의미없네"…분양가 띄우는 아파트 유상옵션

입력 2024-08-2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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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방배5구역 재건축 단지인 '디에이치 방배' 견본주택에서 고객들이 주택 모형을 둘러보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서울 서초구 방배5구역 재건축 단지인 '디에이치 방배' 견본주택에서 고객들이 주택 모형을 둘러보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급등한 공사비로 수도권 아파트 분양가가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가면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분양가를 앞세운 분양가상한제 적용 단지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하지만 일부 단지가 '옵션 장사'에 나서며 논란이 되고 있다. 고가의 옵션 비용을 부담하게 된 수분양자 사이 불만의 목소리가 높지만 업게에선 수익 보전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해명이 이어지고 있다.

29일 본지 취재 결과 최근 수도권(서울ㆍ인천ㆍ경기)에서 분양을 마쳤거나 분양 예정인 분양가상한제 적용 단지 7곳의 분양가 대비 평균 옵션 비용 비중은 9.7%에 달했다. 옵션 비용은 빌트인 가전을 포함, 최고급 옵션을 모두 선택했을 때를 기준으로 계산했다.

옵션 비중이 10%를 넘긴 단지는 경기 화성시 ‘동탄2신도시 동탄역 대방 엘리움 더 시그니처’(전용 82㎡B형, 14.3%)와 고양시 '고양 장항 아테라'(전용 84㎡C형, 12.7%), 파주시 '제일풍경채 운정'(전용 84㎡E형, 11.45%)로 조사됐다.

동탄 대방 엘리움은 부부 욕실과 알파룸 등 공간별 옵션이 지나치게 세세하게 나눠져 있다. '음성인식 주방 TV'(56만 원)와 '빨래건조대'(16만 원), '부부욕실 욕실폰'(10만 원) 등 대부분 기본으로 제공되는 사항들도 옵션도 분류됐다. 분양가(5억9423만 원)에 8400만 원대의 옵션을 모두 추가하면 6억 원 후반까지 가격이 오른다.

제일풍경채 운정 분양가는 5억4100만 원으로 비교적 낮은 편이나 풀옵션을 선택하면 6200여만 원을 더 내야 한다. 분양 전 전용 84DㆍE㎡형은 더블 드레스룸 구조를 갖췄다는 홍보문구로 눈길을 끌었으나 이 또한 옵션이다. 250만 원이 더 필요하다.

최대 5억 원의 시세차익으로 기대를 모은 서울 서초구 ‘디에이치 방배’ 전용 84B㎡형 분양가(22억4450만원) 대비 옵션 비용 비중은 7.7%로 집계됐다. 유럽산 원목마루, 포세린타일 등 고급 자재와 가전, 조명 등을 모두 합한 가격은 1억7334만 원이다. 풀옵션 분양가는 24억 원 이상일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분양한 경기 과천시 '과천 디에트르 퍼스티지'는 시세 대비 약 7억 원 가량 낮은 분양가(7억6835만 원)로 '로또 단지'라는 별명이 붙은 곳이다. 기본 옵션에 파우더룸이 없다. 드레스장 등을 포함한 풀옵션 선택 시 필요한 금액은 분양가의 7%가량인 5827만 원이다.

경기 고양시 '장항 카이브 유보라'(전용 84㎡A형)은 견본주택을 통해 알파룸과 드레스룸을 선보였지만 이 역시 옵션을 선택해야만 적용된다. 가장 비싼 '수납강화형'을 선택할 경우 1041만 원이 추가된다.

이처럼 옵션을 늘리는 것은 이윤을 최대화하려는 건설사의 전략으로 해석된다. 분양가상한제 적용 단지는 각종 제약이 많아 수익이 한정적이기에 유상옵션을 다양화하는 방식을 택했다는 것이다.

'공동주택 분양가격의 산정 등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바닥, 천장, 욕실 등의 기본선택품목의 가격은 법적으로 분양가에 포함해야 한다. 반대로 △발코니 확장 △시스템 에어컨 △붙박이 가전제품(쿡탑, 냉장고 등) △붙박이 가구(옷장, 수납장 등) 등은 별도 품목에 해당돼 상한선 없이 금액을 정할 수 있다.

수분양자 입장에선 불만이 있을 수 밖에 없다. 분양가가 상대적으로 낮더라도 유상옵션 비용을 합하면 결국 인근 단지와 가격 면에서 큰 차이가 나지 않아서다. 일각에서는 건설사의 이 같은 비용 전가가 결국 수요자에게 부담으로 돌아온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발코니 확장비만 수천만 원에 달하는 단지도 있다"며 "확장을 안 하면 다른 옵션을 못 넣게 하는 경우가 많아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옵션을 고르는 수분양자들도 종종 보인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천정부지로 솟은 공사비나 인건비를 보전할 별도의 대책이 마련되지 않는 '옵션 팔이'가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발표한 지난 6월 공사비 지수는 130.02로 전년 동월 대비 2.04%포인트(p) 상승했다.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올 5월(130.21)보다는 소폭 내렸으나 여전히 건설사에는 부담으로 작용하는 수준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정책이 분양가를 과도하게 압박한다면 사업자는 자연스레 수익률을 올릴 다른 방편을 찾게 된다"며 "건설사, 시행사, 수분양자 모두 유상옵션을 바라보는 각기 다른 시선을 갖고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건설사가 분양가상한제 아파트를 팔아 얻는 수익을 최대화하기 위해 우회로로 유상옵션을 이용하는 것은 사실이나, 옵션 가격이 입주 이후 개인적으로 바닥재나 타일 등을 교체하는 것보다는 저렴한 편"이라며 "이것저것 따져보면 유상옵션이 더 싸다는 인식이 있어 수분양자들이 이를 선택하게 만드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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