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 우려로 증시, 비트코인, 달러 등 금융자산들이 일제히 흔들린 반면, 채권 홀로 초강세를 이루고 있다. 경기둔화에 대한 우려감에 따라 기준금리 인하가 앞당겨질 수 있다는 기대가 반영된 영향이다. 다만 기존에 채권을 보유하고 있던 투자자들만 평가수익을 볼 수 있을 뿐, 역마진이 지속하면서 신규 투자에 부정적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7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년과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일보다 각각 1.9bp, 0.6bp(1bp=0.01%P) 하락한 연 3.031%와 연 2.929%에 최종고시됐다. 줄곧 내림세를 그리던 국채 3년물은 지난달 29일 2%대 수준까지 떨어진 후 단 하루(7월 31일)를 제외하고 3%를 밑돌고 있다. 3년 만기 국고채가 3% 아래로 내린 것은 2022년 5월(연 2.942%) 이후 처음이다.
국고 1년 금리도 하락해 단기물들은 일제히 하락 마감했지만, 장기물에 비교하면 여전히 우위에 있다. 10년 만기 국고채는 이날 0.8bp 올라 연 3.001%에 마감했지만 국고 1, 2년 대비 금리 레벨이 내려 와있고, 국고 20년, 30년, 50년물 장기물 모두 단기금리보다 낮은 금리 역전현상을 극명하게 보인다.
시간이 흐를수록 채권 리스크는 높아지기 때문에 통상 장기금리를 단기금리보다 더 높게 쳐주는 것이 일반적이다. 단기금리보다 장기금리가 더 낮은 현 상황은 경기 침체 우려와 금리 인하 가능성 등이 극단적으로 반영된 결과로 볼 수 있다. 장단기 금리 역전이 지속되면서 ‘채권발(發) 경기침체 경고음’에 투자심리가 얼어붙고 있는 것이다.
한 채권시장 참가자는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감으로 시장 참여자들의 금리 인하 기대감이 강하게 반영되고 있다”라며 “차환이나 신규조달에는 좋을지 몰라도 기준금리 3.5%에 조달해서 2.9%짜리를 사려면 역마진을 볼 수밖에 없다. 기준금리가 현 수준에서 급격하게 4번까지 인하해야 수익이 나는 건데 한국은 미국 대비 금리를 적게 올려서 그 정도 인하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한편 채권 금리는 가격과 반대 흐름을 보이기 때문에 채권 금리가 급락한 것은 채권 가격이 그만큼 상승했다는 의미다. 기존에 채권을 보유 중이던 시장 참가자들은 수익률을 낼 수 있는 셈이다. 다만 하락세가 과도한 현 상황에서는 채권 금리 하락에 따른 평가 수익도 3분기까지만 반영되고, 4분기부터는 운용 손실이 더 커진다는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