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곰이 유니폼, 제발 팔아주세요"…야구장 달려가는 젠지, 지갑도 '활짝' [솔드아웃]

입력 2024-06-27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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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화제 되는 패션·뷰티 트렌드를 소개합니다. 자신의 취향, 가치관과 유사하거나 인기 있는 인물 혹은 콘텐츠를 따라 제품을 사는 '디토(Ditto) 소비'가 자리 잡은 오늘, 잘파세대(Z세대와 알파세대의 합성어)의 눈길이 쏠린 곳은 어디일까요?

▲(김다애 디자이너 mnbgn@)
▲(김다애 디자이너 mnbgn@)

분홍색 유니폼, 볼 하트 포토카드, 복슬복슬한 인형… 그리고 김치말이 국수?

최근 인스타그램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 모습입니다. 바로 야구 직관 인증 사진인데요. 선수가 등장할 때마다 힘차게 부르는 응원가부터 유니폼, 인형 같은 굿즈, 크림새우, 김치말이 국수 등 야구장에서 유명한 음식까지 모조리 섭렵한 '야구 덕후'들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현재 Z세대에게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는 스포츠는 야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사실 야구는 과거 '아저씨들의 스포츠'로 통했습니다. 야구장에서 술을 마시고 담배를 피우면서, 중년 아저씨들의 오락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는데요. 소주병을 경기장에 던지거나 야구장 그물을 타고 올라가는(?) 기상천외한 장면도 일상이었죠.

그러나 요즘 야구장은 다릅니다. 우선 연령대가 확연히 낮아졌습니다. 최근 야구의 흥행은 Z세대, 특히 여성들이 주도하고 있는데요. 이 변화는 또 다른 변화를 불렀습니다. 야구를 즐기는 방법이 크게 늘어난 겁니다.

▲시즌 70경기 만에 100만 관중을 돌파한 올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가 열린 4월 10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이 관중으로 가득 차 있다. 이는 65경기 만에 100만 명을 돌파한 2012년에 이어 역대 2번째로 빠른 기록이다. (연합뉴스)
▲시즌 70경기 만에 100만 관중을 돌파한 올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가 열린 4월 10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이 관중으로 가득 차 있다. 이는 65경기 만에 100만 명을 돌파한 2012년에 이어 역대 2번째로 빠른 기록이다. (연합뉴스)

무서운 야구 흥행 돌풍…사상 첫 1000만 관중 시대 오나

이달부터 이른 불볕더위가 찾아왔지만, 야구 흥행엔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23일 전국 5개 구장에서 치러진 더블헤더 3경기 포함 총 8경기의 총 관중이 14만2660명으로 일일 최다 관중 신기록을 세웠다고 밝혔습니다. 종전 기록은 9경기가 치러진 지난해 9월 9일의 12만8598명이 최다였는데요. 더블헤더를 뺀 5경기 기준으로는 2016년 5월 5일의 11만4085명이 최다입니다.

기록 경신은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10개 구단 모두 평균 관중이 1만 명을 넘는 등 막강한 티켓 파워를 자랑하고 있는데요. 이 같은 인기에 힘입어 15일에는 10개 구단 체제 출범 이후 가장 빠른 속도로 500만 관중을 돌파했습니다. 354경기 만에 500만 관중을 돌파한 건 2012년(332경기)에 이어 역대 2번째로 빠른 속도였죠. 이 기세라면 2017년 역대 한 시즌 최다 관중(840만 688명) 기록을 넘어 900만 관중을 달성하는 건 물론, 꿈처럼 여겨지던 '1000만 관중'까지 바라볼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옵니다.

최근 프로야구 인기 요인으론 다양한 분석이 나옵니다. 우선 가장 큰 요인으로는 '전력 평준화'가 꼽힙니다. 10개 팀의 전력이 크게 차이가 나지 않으면서 확실한 1등도, 꼴등도 없어 매 경기 박진감이 넘치죠. 자고 일어나면 순위가 달라지면서 팀별 팬들의 희비도 엇갈리고 있습니다. 27일 오후 기준 정규리그 순위에서 각각 1등과 10등을 차지하고 있는 KIA 타이거즈, 키움 히어로즈의 승률 차이는 0.184입니다. 최근 승차가 14경기로 벌어지긴 했지만, 1위 팀이 5할대 승률을 기록하고 최하위 팀이 4할대를 넘긴 적이 2004년 단 한 번이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현재 구단 간 순위 싸움이 얼마나 치열한지 알 수 있는 대목이죠.

JTBC 예능 프로그램 '최강야구'의 공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은퇴한 프로야구 선수들의 야구 현장을 보여주면서 팬들의 시선을 사로잡은 건 물론이고, 스포테이너들의 리얼리티를 담아내면서 웃음까지 잡았다는 평가를 받는데요. 긴장감 넘치는 승부, 감동적인 서사, 뚜렷한 캐릭터성은 덤입니다. 경기 상황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연출과 자막, 중계진의 실시간 해설은 야구가 낯선 이들의 진입장벽을 낮추면서 시청자들을 끌어모았죠. 실로 온라인상엔 "'최강야구'를 통해 프로야구에 입덕했다"는 반응도 넘쳐납니다.

고물가 시대에 상대적으로 가성비가 뛰어나다는 점도 거론됩니다. 평균 3시간에 달하는 야구 경기 입장료는 구장마다 다르긴 하지만, 1만 원 안팎이죠. 두산 베어스 팬이라는 A(23) 씨는 "2시간이 채 되지 않는 아이돌 그룹의 콘서트 티켓 한 장이 15만 원 안팎이다. VIP석의 경우 20만 원 수준이고, 현장에서 굿즈를 사면 수십만 원의 추가 지출은 기본"이라며 "반면 야구는 10분의 1 수준도 안 되는 비용으로 경기를 즐길 수 있다. 친구들은 물론이고 가족과 함께 즐기기도 좋은 스포츠"라고 전했습니다.

▲(출처=독자 제공)
▲(출처=독자 제공)

젊은 팬·여성 팬 증가하자…마케팅에도 변화 '솔솔'

야구장에선 젊은 팬의 증가가 눈에 띕니다. LG 트윈스, KIA 등 6개 구단의 티켓 판매를 대행하는 티켓링크에 따르면 지난해 30%대 초반이었던 20대 관중의 점유율은 올해 약 40%에 달해 모든 세대 중 1위를 차지했습니다.

전체 티켓 구매자 중 여성 점유율은 지난해보다 3.7%포인트(p) 높아진 54.4%를 기록하면서 남성(45.6%)보다 10%p 가까이 높았습니다.

두산, 키움의 입장권을 판매하는 인터파크에서 20대 관객의 비율은 2019년 21.8%로 30대와 40대보다 낮았지만, 이후 해마다 높아지면서 올해는 5년 전의 두 배에 가까운 40%를 돌파했죠.

한국 프로스포츠협회가 발표한 '2023년 프로스포츠 관람객 성향 조사'에 따르면 10개 구단 모두 신규 유입 고객 부문에서 여성의 비율이 남성을 앞질렀는데요. 가장 신규 여성 팬 비율이 적은 LG조차 56.1%(여성) 대 43.9%(남성)로 여성 팬이 큰 차이로 앞섰습니다.

가장 차이가 큰 구단은 키움이었습니다. 키움은 지난해 신규 유입 고객 중 여성이 90.3%로 남성의 9.7%를 현격한 차이로 앞섰습니다. 지속 관람 비율도 72.3%로 10개 구단 중 가장 여성 팬 비중이 컸죠. 연령대 별로는 20대 여성 신규 유입이 54.8%로 가장 많았고, 이는 62.5%의 한화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수치였습니다.

여성 팬 증가에 발맞춰 구단도 여러 마케팅 전략을 펼치고 있습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이벤트를 늘리고 캐릭터, 브랜드와 손잡아 컬래버레이션(이하 콜라보) 굿즈를 선보이는 식인데요. 여성 팬들은 통상 높은 충성력, 강한 구매력을 자랑합니다. '2022년 프로스포츠 관람객 성향조사'에서도 남성보다 여성 관람객의 지출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죠.

▲(출처=독자 제공)
▲(출처=독자 제공)

야구장에도 등장한 '포카'…유니폼 입고, 가방에 키링 단다

프로야구 팬층의 평균 연령대와 성별에 변화가 찾아오면서 응원 문화도 달라졌습니다. 좋아하는 스타를 응원하는 소품을 쓰거나 굿즈를 사는 아이돌 문화가 야구장에도 자리 잡았고, 과거 응원 도구였던 비닐봉지 대신 귀여우면서도 트렌디한 굿즈들이 속속 출시되고 있죠.

요즘 야구장에서는 '포토카드'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포토카드는 이제 K팝 아이돌 시장에서 빠져서는 안 되는 요소인데요. 선수들이 아이돌 멤버처럼 손가락 하트, 볼 하트 등 깜찍한(?) 포즈를 취하는 모습이 담긴 포토카드들이 눈길을 끕니다. 야구장을 배경으로 입장권과 포토카드를 함께 찍어 올리는 사진도 팬들의 직관 인증샷에서 빠지지 않죠.

각종 콜라보도 사랑받습니다. 최근 인기를 끈 콜라보로는 에버랜드와 KBO가 손잡고 출시한 '레시앤프렌즈'를 꼽을 수 있는데요. 에버랜드 판다월드의 인기 스타, 래서판다 '레시'를 모티브로 개발한 캐릭터 굿즈입니다. 수원에 연고를 둔 kt 위즈를 포함해 삼성 라이온즈 등 레시가 프로야구단의 유니폼을 입고 있는 게 특징입니다. 특히 인형과 인형 키링은 복슬복슬한 레시가 작은 모자까지 쓰고 있어 귀여움을 더했죠.

두산과 인기 이모티콘 망그러진곰(망곰이)의 콜라보는 그야말로 대란을 일으켰습니다. 두산은 8일과 9일 망곰이와 지식재산권(IP) 콜라보를 진행했는데요. 일찍이 대흥행이 예고됐습니다. 지난달 온라인 판매를 통해 유니폼, 모자, 응원 배트 등 굿즈를 먼저 선보인 바 있는데, 당시 이를 구매하려는 이들이 몰리면서 서버가 마비, 전 상품이 조기 품절된 겁니다.

팬들의 요청이 이어지면서 8일과 9일 잠실구장에는 오프라인 팝업스토어도 열었는데요. 개장에 앞서 텐트와 캠핑 의자까지 동원한 이들이 '밤샘 대기'를 불사하는, '망곰 대란'이 펼쳐졌습니다.

그럼에도 한정된 수량 탓에 망곰이 굿즈를 구하지 못했다는 이들의 토로가 온라인상을 뒤덮었는데요. 중고거래 플랫폼에는 망곰이 굿즈를 구하려는 이들의 게시물이 쌓여 있기도 합니다. 특히 망곰이 유니폼은 한 한정판 거래 플랫폼에서 20만~40만 원대에 판매되고 있습니다.

이 밖에도 인기 만화 '짱구는 못말려' 콜라보를 선보였던 롯데 자이언츠는 유명 캐릭터 '에스더버니'와 손잡고 유니폼부터 스마트폰 케이스 등 일상에서 흔히 사용되는 굿즈를 출시, 야구 팬을 넘어 대중의 관심까지 얻었죠.

이처럼 일반 제품과 다른 디자인, 희소한 가치에 '야구'라는 최근의 유행이 더해지면서, 색다른 소비 경험을 원하는 Z세대의 마음을 제대로 훔쳤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응원하는 구단의 유니폼을 입고, 머리띠나 모자 등 아이템을 착용한 채 각 구장에 비치된 네컷 사진 기계에 서서 사진을 찍는 것도 야구 팬들의 일상인데요. 경기가 끝난 후 희비가 엇갈린 모습까지 SNS에 인증하는 등, 짧지 않은 과정 전체가 '야구 직관'으로 통하는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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