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너머] 10년 넘게 걸린 통신채무조정, 제대로 작동하려면

입력 2024-06-25 16:20 수정 2024-06-25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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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심이 그렇게 심하던 A 통신사가 문자 하나 없네요. 독촉에서 벗어나니 편안합니다.” 이날 신용회복위원회 공식 카페에 ‘숨통이 트였다’는 글들이 올라왔다.

정부가 금융·통신 통합 채무조정 제도를 도입한 데 따른 반응이다. 이달 21일부터 금융채무가 있는 이용자가 통신요금이나 소액결제대금을 연체한 경우, 신복위에 채무조정을 신청하면 원금의 최대 90%를 감면받는다. 10년 등 장기간에 걸쳐 갚아도 된다. 또, 채무조정을 신청하면 다음 날 추심이 즉시 중단된다.

통신채무조정은 신복위의 숙원 사업이었다. 신복위에서 금융채무를 조정할 때 통신채무도 같이 조정할 수 있도록 하자는 제안이 나오고, 논의가 시작된 지는 10년이 넘었다.

그간 이뤄졌던 신용회복지원책과는 사뭇 다르다. 정권마다 반복돼 ‘포퓰리즘’ 아니냐는 지적을 받는 여타 신용사면과는 달리, 긴 논의 끝에 최초로 시도된 지원책이기 때문이다.

금융기관 빚에 더해 통신채무까지 있는 이들이 지원 대상으로 꼽혔다는 점도 차이점이다. 통신비나 소액결제대금이 일정 기간 이상 밀리면 전화를 비롯한 통신서비스 자체를 이용할 수 없게 돼 일상생활이 어려워진다. 취업도 휴대폰 본인인증을 거쳐야 가능한 경우가 많아 빚 상환을 위한 자구노력도 힘들게 된다. 앞서 3월 2000만 원 이하 빚을 갚은 개인과 개인사업자 전체를 대상으로 시행한 신용사면과 달리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수준의 취약계층을 콕 집었다는 점에서 명분이 더해진다.

다만, 논의 10년 만에 시행된 정책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살펴야 할 게 몇 가지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게 도덕적 해이 문제다. 통신채무조정 또한 다른 신용회복조치와 마찬가지로 ‘버티면 된다’는 잘못된 인식을 줄 수 있어서다. 당국은 심의위원회 심의 등 3단계에 걸쳐 엄격히 심사하고 고의 연체 사실이 드러나면 효력을 중단하기로 했다. 제도의 성패는 당국이 이같이 마련한 장치가 실제로 잘 작동하는지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각지대가 없는지도 봐야 한다. 금융채무 없이 통신채무만 가진 사람은 이번 제도의 지원 대상이 아니다. 개별적으로 통신사에 조정 요청을 해야 한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성실상환 의지가 있는 취약계층을 놓칠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석 달가량 앞서 진행된 신용사면에 따라 소액 금융채무부터 갚고 규모가 가장 큰 통신채무만 남겨뒀지만, 정작 빚 부담을 덜 수 있는 제도가 나온 뒤에는 금융채무가 없는 상태라 통신채무조정을 신청할 수 없게 된 사례도 나왔다.

금융당국 내부에서는 금융⸱통신 통합 채무조정이 “역대 금융정책 중에서 가장 큰 성과 중 하나로 기록될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성공은 자만과 방심을 낳는다. 당국이 기대한 효과를 위해서는 수시로 한계점을 살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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