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선주들의 폭주가 심상치 않다. 인공지능(AI)과 전기차 수요가 급증한 수혜로 올해 최대 320% 가량 상승하는 등 국내 증시 상장 종목 가운데 상승률 최상위권을 휩쓸고 있다. 증권가에선 ‘슈퍼 사이클’이 최소 2029년까지 지속될 가능성을 점치는 전망도 나온다.
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4일 대원전선은 전 거래일 대비 0.92%(45원) 내린 484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13일 장 중 고점 5450원까지 오르며 52주 신고가를 경신한 후 소폭 조정이 이뤄진 모습이다. 올해 들어 318.32% 상승한 수치로, 올해 국내 증시 상승률 1위에 해당한다.
삼화전기는 전 거래일 대비 11.17%(9000원) 내린 7만1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13일 장 중 고점 8만4500원까지 오르며 52주 신고가를 경신한 후 내렸다. 올해 들어 311.02% 오른 수치로 국내 증시 상승률 2위다.
이 밖에도 엔켐(269.81%), 실리콘투(250.19%), 제룡전기(234.16%), 스카이문스테크놀로지(221.24%), HD현대일렉트릭(212.04%), 가온전선(200.00%) 등 전선주가 일제히 상승률 최상위권을 점령했다. 올해 코스피 지수는 2.83% 상승, 코스닥 지수는 0.50% 하락한 것과 대비해 상승폭이 컸다.
AI 서비스 관련 데이터센터의 수요가 폭증하는 데다 전선의 원재료인 구리 값이 상승한 영향이 겹치고 있다. 런던금속거래소(LME)에 따르면 구리 가격(현물)은 올해 들어 17.9% 상승했다. 구리 가격은 올초 1톤(t)당 8430달러에서 최근 1만72.50달러에 거래되며 톤당 1만 달러 수준으로 올라선 상태다.
주요 제품들에 대한 글로벌 수요는 폭발적이나 제한적인 증설로 공급은 부족한 여파다. AI 관련 산업이 대세가 되면서 데이터센터에서 필요한 전력설비는 기존 대비 3배 넘게 증가할 거란 전망이 나온다. 특히 생성형 AI의 경우 전력 소모량이 기존 인터넷 서비스보다 10배 이상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노후화된 전력기기 인프라에 대한 교체 수요도 늘고 있다. 미국 텍사스가 전력 부족 공급 사태를 겪는가 하면 유럽에서도 전체 배전망의 40%가 노후화돼 전력 기기 공급 부족을 겪을 거란 관측이 나온다.
손현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15년만에 도래한 이번 전력 산업의 확장 사이클은 과거보다 더 강력한 것으로 판단한다. 이번 사이클은 교체 수요뿐만 아니라, 데이터센터와 신재생에너지 등 신규 수요가 함께 반영되고 있기 때문”이라며 “과거 교체 사이클이 최소 6년간 지속된 것을 감안하면, 이번 사이클은 적어도 2029년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최근 글로벌 전력 수요 전망치가 상향되며, 전방업체들의 설비 투자도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정성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