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래 최대 규모 임금 인상’에도 실질임금 격차↑
엔저 현상도 인력 유출 배경
일본 중소기업 3분의 2 이상 이미 일손부족
13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2022~2023 회계연도에 호주 워킹홀리데이 비자를 받은 일본인은 1만4398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2001년 이후 최다 수치다. 같은 기간 뉴질랜드의 일본인 비자 승인 건수는 2404건을 기록했다. 2022년부터 지난해 10월까지 캐나다 비자를 받은 일본인은 7996명으로 나타났다. 일자리를 찾아 해외로 떠나는 일본인 수는 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 대유행) 이후 꾸준히 증가했다.
지난달 일본 최대 노동조합 조직인 렌고(連合·일본노동조합총연합회)가 30년 만에 최대 규모 임금 인상률을 쟁취했지만, 선진국과의 실질임금 격차는 여전히 크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22년 일본의 연평균 임금은 4만1509달러(약 5750만 원)로 집계됐다. 이는 호주(5만9408달러)와 미국(7만7463달러)에 비해 현저히 낮은 것이다.
일본은행(BOJ)이 지난달 17년 만에 기준금리를 인상하며 마이너스 금리 체제를 종료했음에도 엔화 가치가 곤두박질치고 있다는 것도 인력 유출의 배경이다. 엔·달러 환율은 최근 152엔을 넘어서며 엔화 가치가 1990년 6월 이후 약 34년 만에 최저치를 찍었다. 호주달러 대비로도 엔화는 10년 만에 가장 약세를 보였다.
이토추경제연구소의 다케다 아쓰시 이코노미스트는 “다른 나라들이 임금을 인상하는 동안 일본의 임금은 20년 동안 전혀 오르지 않았다”며 “엔화가 약세를 보이면서 그 격차는 더욱 커졌다”고 설명했다.
일본 외교부에 따르면 지난해 해외 영주권을 취득한 일본인 수는 1989년 관련 조사를 시작한 이래 가장 많았다. 이는 고령화로 인력 자원을 확보하기 어려운 일본 사회의 만성적인 노동력 부족 문제를 악화할 수 있다.
시장조사업체 테이코쿠데이터뱅크에 따르면 이미 일본 중소기업의 3분의 2 이상이 일손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인력 부족으로 파산한 기업은 역대 가장 많았다.
노동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본 정부도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다. 지난해 일본의 외국인 노동자 수는 전년 대비 12.4% 증가한 204만 명으로 집계돼 사상 최다를 기록했다. 10년 전에 비해서는 약 3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다케다 이코노미스트는 “일본의 노동자 유출 현상은 경제 전망과 직결돼 있다”며 “일본에서 더 빠른 성장을 위한 조건이 갖춰진다면 젊은이들이 돌아올 이유가 생길 것”이라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