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이 늪처럼 변하는 '지반 액상화' 발생 가능성을 미리 파악할 수 있는 평가기준이 처음 마련됐다. 2017년 포항 지진 이후 우리나라에서도 지반 액상화 사례가 발견되자 국토교통부는 4년에 걸쳐 관련 학회와 평가기준을 개발했다.
20일 국토부에 따르면 국내 지진 및 지반조건에 맞는 액상화 평가기준과 구체적인 평가방법 등을 담은 '내진설계일반(KDS 17 10 00)' 개정안이 21일부터 시행된다.
지반 액상화는 땅이 물을 머금어 포화된 상황에서 지진으로 인해 강성을 잃고 액체와 같은 움직임을 보이는 현상을 말한다. 지반 액상화로 인한 시설물 피해는 시간을 두고 발생하기 때문에 인명피해보다는 인프라 피해가 훨씬 크다. 다리가 무너지거나 건물이 주저앉고, 제방이 파괴되거나 하수관이 융기하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2017년 포항에서 규모 5.4의 지진이 발생한 뒤 처음으로 액상화 현상이 관측된 바 있다.
하지만 액상화 사례가 발견되지 않아 예측 기준이 미비했다. 현재 내진설계 일반의 액상화 평가기준은 선언적으로 명시돼 있고 산정식은 없어, 기술자가 액상화 발생 가능성을 검토하는 산정식을 임의로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국토부는 시설물의 내진 성능을 확보하고 미비한 규정을 보완하기 위해 4년에 걸쳐 액상화 평가방법을 개발했다. 국내 지반 및 지진 특성을 고려한 액상화 평가기준을 마련하고 액상화 평가 산정식과 기준을 내진설계일반 개정안에 담았다. 지진학회, 지반공학회 등 학계 검토와 공청회 등을 거쳤다.
또한 액상화 평가 주체를 구체적으로 '지반분야 책임기술자'라 명시해 기술자가 액상화에 대해 더욱 주의를 기울여 설계도서를 검토하도록 개정했다.
김태병 국토부 기술안전정책관은 "최근 튀르키예, 일본 지진 등으로 지진에 대한 국민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이번 개정을 통해 시설물이 국내 환경에 더욱 적합한 내진성능을 확보하여 국민들이 안심할 수 있는 지진안전체계가 확립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