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로보틱스는 19일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 결과 공모가를 희망공모가(2만1000~2만6000원) 상단인 2만6000원으로 확정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달 11~15일 닷새간 진행된 두산로보틱스의 수요예측에는 국내외 1920개 기관(국내 1660개, 해외 260개)이 참여해 24억2379만5018주를 신청했는데요. 경쟁률은 272대1, 상장 후 예상되는 시가총액은 1조6853억 원 규모입니다.
그간 시장을 덮친 테마주 광풍으로 인한 증시 변동성으로 길을 잃었던 개인 투자자들이 IPO 시장에 관심을 보이는 모양샌데요. 관심이 쏠린 만큼 눈치 싸움도 치열할 전망입니다. 두산로보틱스 주식을 청약할 수 있는 증권사는 총 7개인데, 증권사별 경쟁률에 따라 배정되는 주식 수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죠. 두산로보틱스의 이번 IPO 계획과 증권사들의 배정 수량, 상장 이후 전망까지 살펴봤습니다.
올 상반기를 달군 2차전지주 등 테마주 다수의 열기가 식고, 반도체주는 주춤하는 상황에서 로봇주는 최근 대세주로 급부상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하반기 들어 삼성전자가 반도체 공정에 로봇을 적용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레인보우로보틱스를 앞세운 로봇주가 떠올랐는데요. 이밖에도 한화그룹이 다음 달 협동로봇 기업인 한화로보틱스를 출범시킬 예정으로 알려졌고, 여기에 두산로보틱스가 IPO 시장에 출사표를 던지면서 로봇주 열기를 더한 겁니다.
두산로보틱스는 두산 계열의 로봇 제조 전문업체로, 무인카페 운영 로봇 등 협동로봇을 주력으로 선보입니다. 협동로봇은 사람과 같은 공간에서 작업하며 물리적으로 사람과 상호작용할 수 있도록 설계된 로봇인데요. 산업용 로봇이 특정 생산활동을 단독으로 수행한다면, 협동로봇은 사람과 협업해 폭넓은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습니다.
2018년 협동로봇 양산을 시작한 두산로보틱스는 국내 협동로봇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최근 미래 먹거리로는 자율주행이송로봇(AMR)을 점찍었는데요. 상장을 통해 마련하게 될 자금 상당 부분을 AMR 전문업체를 인수하는 데 활용하겠다는 계획입니다. 기존 물류로봇 사업의 다른 축인 두산로지스틱스솔루션과의 시너지 효과까지 기대해볼 수 있는 대목이죠.
두산로보틱스는 이달 21~22일 양일간 일반 청약을 거쳐 다음 달 5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 예정입니다. 이번 IPO를 통해서 1620만 주를 발행하는데요. 이 중 기관과 우리사주가 각각 55%, 20%씩을 챙기고, 일반투자자들은 25%에 해당하는 405만 주를 받을 수 있습니다.
이 405만 주는 증권사별로 나뉩니다. 일반 공모 청약은 7개 증권사에서 동시에 진행하는데, 공동 대표주관사인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이 일반투자자 몫 배정 수량 136만5170주를 배정받았습니다. 공동주관사인 NH투자증권과 KB증권은 각각 45만5056주, 인수 회사인 키움증권과 신영증권, 하나증권에는 13만6516주를 받았죠.
이번 공모는 균등 배정과 비례 배정이 반반씩 적용되는데요. 균등 배정은 청약에 참여한 모두에게 공모주를 배분하는 방식이고, 비례 배정은 더 많은 청약 증거금을 넣으면 더 많은 주식을 받을 수 있는 방식입니다.
먼저 균등 배정의 경우 7개 증권사 모두 청약 증거금률이 50%로 동일해서, 공모가의 50%인 1만3000원만 있으면 두산로보틱스 1주를 살 수 있습니다.
다만 최소 청약주식 수가 달라지는데요. 7개 증권사 중 한국투자증권, 키움증권, 하나증권 등 세 곳은 최소 청약주식 수가 20주입니다. 계좌당 최소 26만 원이 있어야 배정에 응모할 수 있는 거죠. 나머지 4개 증권사 미래에셋증권, NH투자증권, KB증권, 신영증권은 최소 청약주식 수가 10주라 계좌에 13만 원이 있으면 배정을 노려볼 수 있습니다.
현재로서는 균등 배정으로 1주도 받지 못하는 ‘빈손 청약자’가 발생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분석됩니다. 올해 공모 청약에 가장 많이 돈이 몰린 필에너지의 공모 규모는 956억 원, 청약자 수는 65만5951명이었는데, 두산로보틱스가 이 정도 흥행을 거둔다면 개인당 3주 정도는 배정받을 수 있습니다. 2021년 IPO 대어였던 HD현대중공업(청약자 수 171만 3910명)이나 일진하이솔루스(청약자 수 95만396명) 수준으로 투자자가 대거 몰리면 배정받는 주는 1~2주로 줄어들 수 있겠습니다.
즉 균등 배정으로 한 주라도 더 확보하려면, 배정 물량은 많고 청약자 수가 적은 증권사에 청약을 넣어야 하는데요. 청약일 마지막까지 최대한 청약자 수를 확인하고 경쟁률이 낮은 증권사에 신청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청약 증거금을 많이 넣을수록 많은 주식을 받을 수 있는 비례 배정의 경우, 가장 많은 물량을 배정받은 증권사인 미래에셋증권을 노려보는 게 좋겠는데요. 증권사별 우대 등급에 따라 청약 한도는 다르지만, 일반 고객으로 비교해보면 미래에셋증권 청약한도가 6만8000~8만1000주 수준으로 가장 많습니다. 반면 신영증권은 4000~8000주로 청약 한도가 7개 증권사 중 가장 적어, 목돈으로 비례 배정을 노리는 투자자라면 가능한 피해야겠습니다.
두산로보틱스는 이번 IPO를 통해 확보한 공모자금을 AMR 및 기타 주변기술 기업 인수 외에도 △국내외 생산시설 투자 △신규 제품 연구개발 △해외사업 강화 등에 사용해 회사의 성장세를 이어갈 계획입니다. 기관투자자들의 수요예측에서 인기를 확인하며 상장 절차를 순조롭게 밟아가고 있는데요. 무엇보다 중요한 건 상장 이후 주가 흐름입니다.
업계에서는 두산로보틱스의 ‘따따블’ 상장 가능성도 거론하고 있습니다. 상장 첫날 공모가의 400%를 기록할 수도 있다는 건데요. 앞서 한국거래소는 6월 26일부터 신규 상장 종목의 상장 당일 가격제한폭을 공모가의 60~400%까지 확대한 바 있습니다. 이후 아직 ‘따따블’을 기록한 상장사는 나오지 않았죠.
만약 두산로보틱스가 올해 첫 ‘따따블’을 기록한다면 상장 첫날 주가는 최고 10만4000원, 시총은 7조7200억 원까지 불어나게 됩니다.
일각에서는 두산로보틱스 상장 이후 주가 흐름에 회의적인 의견을 내놓기도 합니다. 정작 상장 이후 모멘텀을 상실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데요.
우선 증권가에선 코스닥에 상장된 레인보우로보틱스의 시총이 3조3285억 원인 걸 감안해 공모가 기준 예상 시총이 1조6853억 원인 두산로보틱스가 상장 첫날부터 급등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두산로보틱스의 2018~2022년 연평균 매출 성장률은 46.1%이며, 2040년 매출액은 약 7600억 원으로 전망된다”면서 “최근 로봇 관련 종목의 시가총액 흐름을 고려할 때 두산로보틱스도 상장 후 주가가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습니다.
두산로보틱스의 수요예측 참여 주식 수를 공모가격으로 환산하면 수요예측 참여 금액은 63조 원에 달합니다. 올해 최대 규모 딜이죠. 과연 두산로보틱스가 ‘따따블’을 기록하며 로봇주의 ‘대장주’까지 올라설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