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제리, 올해 EU로 1000억 ㎥ 가스 수출 예정
러시아, 유럽 가스 수입 비중 2021년 45%→13%로 줄어
아제르바이잔·콩고서도 에너지 생산 급증
이탈리아 에너지 대기업 에니(ENI)와 알제리 국영 에너지 회사는 알제리의 비르레바 사막에서 수십 개의 유정을 시추하고 있다.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개발되지 않았던 지역이다. 지중해 아래에 있는 세 개의 가스 파이프라인은 알제리의 막대한 가스 매장량을 유럽으로 보내주고 있다.
우크라이나 침공 이전 러시아는 유럽연합(EU) 천연가스 수입의 약 45%를 차지했다. 하지만 현재 러시아 비중은 13%까지 떨어졌다. 러시아는 자국을 겨냥한 EU 제재에 반발하며 유럽으로의 천연가스 공급을 줄이겠다고 엄포했다. 실제 천연가스 공급에 차질이 생겨 유럽에서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3년 동안 EU의 에너지 공급 경색이 가장 심각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유럽은 알제리로부터의 가스 수입이 이런 타격을 완화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알제리 당국은 올해 1000억 ㎥의 천연가스를 EU로 수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되기 전인 2021년 러시아가 EU로 수출한 천연가스의 약 65%에 해당하는 규모다.
아제르바이잔에서도 영국 BP가 이끄는 컨소시엄이 활발하게 천연가스 생산을 늘리고 있다. 아제르바이잔 관리들은 2027년까지 유럽으로의 가스 공급을 현재 약 100억 ㎥에서 두 배로 늘리겠다고 밝힌 상태다.
아프리카 콩고에서 에니는 수십 년 동안 연안 유전에서 석유를 생산해 왔으며 잉여 천연가스를 해저 아래 묻어놓았다. 세계 경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서 벗어나자 에니는 이제 이 가스를 판매할 계획이다.
한편 일부 EU 관리들은 알제리와 아제르바이잔 등 새로운 에너지 수입 대상국에 대한 유럽의 의존도가 높아짐에 따라 공급국의 변동성에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를 표하고 있다. 로베르토 싱골라니 전 이탈리아 환경장관은 “가능한 한 많은 공급 업체를 확보해야 한다”며 “최선의 정책은 유럽 국가들이 공급국을 다양하게 유지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러면 지정학적 싸움에서 누군가가 가스를 볼모로 사용할 위험을 줄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알제리는 러시아로부터 대량의 무기를 구매하고 자국 장교들이 러시아에서 훈련을 받는 등 오랜 기간 러시아와 동맹 관계를 유지해 온 국가다. 최근 유럽에서의 에너지 수요가 급증하자 러시아와의 관계도 흔들리는 게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왔지만, 모하메드 아르카브 알제리 에너지부 장관은 “사업은 사업”이라며 선을 그었다.
아제르바이잔은 이날 아르메니아와의 영토 분쟁 지역인 나고르노-카라바흐에서 군사작전을 시작해 역내 긴장을 한층 고조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