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전어는 깨가 서 말', '가을 전어 한 마리면 햅쌀밥 열 그릇 죽인다', '집 나간 며느리도 전어 굽는 냄새에 돌아온다'
가을 전어의 맛을 담은 속담이다. 이런 속담이 생겨날 정도로 제철 전어는 기름진 맛이 일품으로 꼽힌다.
수협은 가을에 즐길 수 있는 수산물로 전어를 추천하며, 그 맛과 효능, 이름에 얽힌 유래 등을 소개했다.
가을철 전어를 최고로 치는 이유는 9월의 전어는 지방 함유량이 다른 계절에 비해 3배가량 많기 때문이다.
4~6월에 태어난 전어는 겨울을 나기 위해서 동물성 플랑크톤이나 유기물 등을 먹고 자라며 7월 중순부터 지방량을 늘리기 시작해 9월부터 절정에 이른다.
살이 올라 지방함량이 높아진 전어는 그 기름진 맛과 특유의 고소한 맛 덕분에 '가을 전어'라는 명칭을 얻으며 인기가 많다.
우리나라 전역에서 어획이 되기는 하나 전남 일대와 진해, 거제 인근에서 전어 어획량의 절반가량이 잡히며 유명하다. 남해에서는 7월에 전어를 최고로 치기도 하는데, 그 이유는 지방함량도 높은데 뼈가 연해서 회를 뜨거나 씹어먹기 좋아 맛이 좋기 때문이다.
특히, 진해만 부근에서는 3년 이상 성장한 큰 전어가 많아 일명 '떡전어'라고 불린다. 떡전어는 살이 통통하고 붉은 속살을 가진 것이 특징이다.
동해에서 나는 전어는 크기는 크나 기름이 적고 뼈가 억세서 스시집 초절임용이나 구이용으로 많이 이용된다.
전어라는 이름은 돈 전(錢)에 물고기 어(魚)를 사용한다. 조선시대 실학자 서유구가 저술한 ‘난호어목지’에는 전어는 가시가 많지만, 육질이 부드럽고 씹어먹기 좋으며 기름이 많아 맛이 좋다고 적혀있다. 또한 신분의 높고 낮음을 떠나서 모두가 좋아하므로 값을 생각하지 않고 사기 때문에 전어라 불렀다고 한다.
한편, 정약전이 저술한 '자산어보'에는 전어를 '기름이 많고 달다'라고 기록하며 화살의 모양을 닮아 화살 전(箭)을 사용해 전어라 기록하고 있다.
전어라는 명칭에는 매우 귀한 생선인 것처럼 표현되지만 사실 남해지역에서는 전어가 너무 많이 나와서 줘도 먹지 않는 생선이었다. 심지어 다른 생선을 사면 덤으로 얹혀주는 생선이었다.
전어는 어획량도 많고 구하기 쉬워 바닷가 동네 사람들에게는 지방을 제공해 주는 좋은 음식이었으나, 성질이 급해 빨리 죽는 전어 특성과 유통, 보관 인프라가 발달하지 못해 내륙으로 수송 가능한 양에 제한이 있었다.
따라서 주로 항구나 해안지방에서 소비가 되고 현지 수용량을 초과하는 물량은 헐값에 넘기거나 버리는 경우도 많이 생겼다.
이후 2000년대에 들어오면서 전어 양식이 시작되고, 여러 지역에서 축제와 홍보 효과 덕분에 ‘가을 전어’라는 타이틀과 함께 반드시 챙겨 먹어야 할 제철 수산물이 되었다.
기름기가 오른 고소한 전어는 맛 뿐 아니라 건강에도 좋다.
전어는 단백질과 지방, 필수 아미노산, 칼슘 및 여러 무기질이 풍부해 환절기에 면역력을 향상하는 데 좋다.
또한, 타우린이 풍부해 간 건강에 효능이 있고, 한의학에서도 소변 배설을 돕고 위와 장을 보호하는 효능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전어에 함유된 불포화지방산은 적정량을 섭취하면 혈관 속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 동맥경화나 고혈압 같은 성인병 예방에 도움이 된다.
EPA와 DHA 성분 등이 풍부해 뇌 건강에 좋으며 비타민B와 비타민D가 풍부해 피부미용에도 효과적이라고 한다.
다만, 작은 전어의 지방함량이 다른 생선의 3배가량 되기 때문에 많이 섭취하거나 고열량 음식을 자주 섭취하는 사람들에게는 안 좋을 수 있다.
전어구이로 먹으면 맛은 있지만 영양분 파괴가 많이 발생해 영양을 풍부하게 섭취하기 위해서는 회로 먹는 것이 좋다.
일반적으로 잔가시가 많아 회로 먹을 때는 뼈째로써는 ‘세꼬시’ 방법을 사용한다. 전어의 기름진 맛과 뼈에서 오는 고소함을 함께 느낄 수 있다. 크기가 큰 전어는 포를 떠서 살만 바르는 방식으로 회를 즐길 수 있다.
기름기가 많은 전어를 썰고, 깻잎과 여러 채소, 배, 초고추장, 마늘 등을 넣고 버무리면 새콤달콤한 전어무침으로도 먹을 수 있다.
많은 별미로 소문나있는 것처럼 살이 오른 전어를 석쇠에 올려 구워주면 전어구이가 된다. 별다른 양념을 하지 않아도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어획된 전어는 총 6649톤으로 2021년도 1만1204톤에 비해 4555톤가량 감소했다. 전어가 많이 나는 경남지역은 작년 4570톤을 어획하며 우리나라 전체 어획량의 68.7%를 차지했다.
과거에 국내에서 전어 양식장들이 있었으나, 현재는 수지타산이 맞지 않아 거의 사라졌다.
수협 관계자는 "최근 진해에서는 수산자원연구소와 진해수협, 진해구청 등이 협력해 어린 전어 10만 마리를 바다로 방류하는 등 자원의 유지·관리에 힘쓰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수협쇼핑에서 전어회와 구이용 전어 등을 판매하고 있으며, 이외에도 '대한민국 수산대전'을 통해 맛있고 신선한 우리 수산물을 저렴하게 소비자가 즐길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