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주주 중즈그룹 유동성 위기 탓
올해 만기 상품 395억 위안 달해
규제 밖에 있던 그림자금융 대위기
16일 블룸버그통신은 대표 그림자 금융 기업인 중룽국제신탁이 상품 수십 개에 대한 현금 지급을 미뤘다고 보도했다.
이 같은 사실은 중룽 이사회 서기인 왕치앙의 입에서 나왔다. 왕 서기는 이번 주 초 이사회 회의에서 투자자들에게 “중룽이 8일 만기인 상품에 대한 지급을 놓쳤고 7월 말 이후 최소 10개 상품의 지급이 지연됐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의 단기 유동성이 갑자기 고갈되면서 당장 지급금을 충당할 방안이 없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소식통은 현재 중룽이 연체한 상품만 최소 30개에 달하며 일부 단기 상품에 대한 상환을 중단했다고 주장했다.
앞서 중국 경제매체 차이롄서는 중룽이 상장사 3곳의 만기 상품에 대한 현금 지급을 연기했다고 보도했다. 대주주인 자산운용사 중즈그룹의 유동성 문제가 발목을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중룽은 가계와 기업 고객의 예금을 기반으로 대출과 투자를 병행하는 중국 대표 신탁회사다. 운용자산은 6000억 위안(약 110조 원)에 달한다. 투자 대상은 부동산과 주식, 채권 등 다양하다. 현재 395억 위안에 달하는 올해 만기 상품 270개를 보유 중이다.
중릉과 대주주 중즈 모두 중국을 대표하는 그림자 금융사다. 그림자 금융은 당국의 엄격한 규제에서 벗어난 비은행 금융기관을 일컫는 말로, 중국 경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중릉의 지급 연기가 늘어난 것은 1380억 달러(약 185조 원)를 운용하는 중즈의 유동성 문제가 생각보다 심각하다는 신호라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이번 일은 비구이위안이 디폴트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발생했다. 6일 만기였던 달러채 2건에 대한 이자를 상환하지 못한 비구이위안은 유예기간으로 주어진 30일 동안 이자를 갚지 못하면 공식 디폴트에 처하게 된다.
이후 또 다른 부동산 개발업체 위안양(시노오션)이 어음을 상환하지 못해 거래를 중단했고, 이들과 거래하던 그림자 금융사들마저 유동성 문제를 겪자 중국판 리먼 브러더스 사태가 벌어지는 게 아니냐는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